[교수칼럼]물병 사용 캠페인 그리고 걷기 운동
[교수칼럼]물병 사용 캠페인 그리고 걷기 운동
  • 박명숙(약학과) 교수
  • 승인 2015.05.04 15: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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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월 미국 덴버에서 열린 미국화학회(ACS, American Chemical Society) 학술대회에 다녀왔다. 이번에도 미국 전역은 물론 전 세계의 화학 분야의 연구자들이 구름처럼 모여들었다. 미국화학회는 해마다 수만 명의 연구자들이 전국 도시의 커다란 컨벤션 센터에서 온갖 분야의 구두 강연과 포스터 발표를 진행하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올해에는 덴버에서 열렸다. 5일 동안 진행된 덴버 학회에서는 이른 아침부터 밤까지 각종 학술 발표와 전시회가 진행됐다.

  학회에 참여하면서 매번 생각하게 되는 것은 참가자들의 진지한 태도이다. 미국화학회가 전 세계의 화학연구를 사실상 주도하고 있기 때문에 여러 나라의 화학자들이 미국화학회의 새로운 움직임을 파악하기 위해 많이 참석하고 있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었다. 여러 장소에서 동시에 또는 순차적으로 진행되는 발표회와 전시회가 너무 많았다. 참가자들은 우선순위를 잘 정해 효율적인 동선을 확보해야 학회 참석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누구나 모든 발표회나 전시회에 참가하려고 하지만 그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발표회나 전시회에 한 번이라도 더 참석하려면 부지런해야 한다. 체력소모 역시 만만치 않다. 
  
  이번 덴버 학회에서 인상에 남는 것이 몇 가지 있다. 물병 사용 캠페인이 그 가운데 하나이다. 행사 참가자라면 누구나 가져갈 수 있도록 행사장 입구에 물병이 놓여 있었다. 주최 측이 학회 참가자들에게 일회용 물컵과 페트병 용기의 사용을 자제해 달라는 취지에서 물병을 제공한 것이다. 매번 대규모 학회 행사가 끝나면 플라스틱병 쓰레기들이 산더미처럼 쌓인다. 행사 때마다 쏟아지는 쓰레기가 10여 톤에 달한다고 한다. 지난 2013년 미국 뉴올리언스에서 열렸던 미국화학회에 참석했을 때의 일이 기억난다. 당시 나는 매번 인근 작은 편의점에 생수를 사러 다녔던 것을. 일주일 동안의 물값은 무시할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그리고 그 가게에서 여러 차례 생수를 사러온 학회 참석자들을 만났던 것을. 그러나 이번 덴버 행사에서는 대부분의 참석자들이 물병을 들고 다녔고 정수기 앞에서 물병에 물을 담았다. ‘물병을 든 화학자들’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물론 나도 틈틈이 물병에 물을 채워 다니면서 갈증을 해소할 수 있었고 물값도 절약됐다. 더 이상 페트병으로 넘쳐나는 쓰레기통의 모습은 볼 수가 없었다. 우리도 큰 행사를 할 때 물병 사용을 생활화해 페트병이나 일회용 물컵의 사용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나는 학회 마크가 새겨진 물병을 기념으로 가져왔다. 이 물병을 볼 때마다 지구환경을 생각하는 마음, 고귀한 감동을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학회에서 진행한 또 다른 캠페인은 걷기 운동이다. 이 캠페인에서는 건강에 관심이 있는 많은 참가자들에게 ‘만보기’를 나눠 줬다. 학회의 주제인 ‘The greener meeting’에 걸맞은 아이디어였다. 만보기는 아주 간단한 기계장치다. 그것을 허리에다 차고 다니면 자신의 걸음 수를 알 수 있다. 연구자들의 건강을 위해 평소 가능하면 많이 걸어 다니라는 주문이다. 가끔씩 건강한 생활태도를 유지하는 일에 대해 잊어버릴 때가 있는데 다시 한 번 건강에 대한 관심을 상기시켜주는 캠페인이어서 좋았다. 행사 주최 측에서는 학회장 주변과 시내로 나갈 때 걸어 다니기 좋은 곳을 표시한 지도를 제공하기도 했다.


  텐버 학회의 특징 중 또 하나 덧붙일 것은 ‘중국 바람’이다. 미국화학회에도 ‘중국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었다. 전 세계적으로 정치, 경제, 과학, 문화 등 여러 분야에서 중국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말이다. 주최 측에서 걷기 운동을 위해 나눠준 만보기가 바로 ‘Made in China’였다는 사실이 중국 바람을 상징했다고나 할까. 이번 학회에서도 중국인 연구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발표회장이나 전시회장 어디를 가나 중국 사람들로 붐볐다. 지금 전 세계의 어디를 가도 중국 관광객들이 많다고 한다. 여기에는 현재 중국의 국가 위상과 국력이 반영됐고 여행을 좋아하는 중국인들의 특성이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비해 한국에서 참가한 연구자들은 많이 만나지 못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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