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추모집회는 왜 불법집회가 됐을까
세월호 추모집회는 왜 불법집회가 됐을까
  • 이원영 기자
  • 승인 2015.05.05 14: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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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서 유지와 과잉 진압의 모호함

  세월호 사고 1주기를 맞아 지난달 18일 광화문광장에서는 추모집회가 열렸다. 그러나 경찰은 이번 추모집회를 불법집회로 보고 차벽, 물대포, 최루액을 동원해 이를 막아섰다. 왜 이번 추모집회는 불법집회로 규정됐을까. 집회 및 시위의 적법성, 경찰의 과잉 진압 여부를 놓고 경찰과 시민단체의 입장은 수년째 엇갈리고 있다. 이번 사건을 통해 집회와 시위에 대한 서로 다른 인식을 알아봤다.


  장소의 제한이
  집회의 자유 제한할 수 있어

  이번 추모집회 참가자들이 집회 신고를 한 서울 광장에서 집회 신고를 하지 않은 광화문광장으로 자리를 옮기자 경찰은 이번 추모집회를 불법집회로 규정했다. 현재 광화문광장은 서울특별시의 조례에 의해 대규모 집회를 할 수 없는 곳으로 지정돼 있다. 따라서 집회 주최 측은 광화문광장에서는 처음부터 집회 신고를 할 수가 없었다. 이번 추모집회가 불법집회로 규정되면서 경찰은 집회를 강하게 통제할 수 있는 명분을 얻게 됐다.

  집회에서 장소는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다수의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여 입장을 주장할 때 국가권력에 의해 주목받지 못하는 곳에서 의견 표명을 하게 된다면 집회와 시위의 의미는 감소하게 된다. 어떤 장소에서 집회할 지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어야만 집회의 자유가 비로소 보장된다는 의견이 많다.
세월호 추모 집회에서 경찰은 질서 유지를 위해 차벽을 세웠다. 그러나 이러한 차벽은 집회를 위축시킬 수 있다.    출처/ 연합뉴스

  질서 유지와 과잉 진압
  그 애매한 기준

  이날 집회에서는 폭력시위냐, 경찰의 과잉 진압이냐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 경찰에 의하면 일부 참가자들은 광화문에 배치된 경찰 버스와 경찰 장비를 파손하고 경찰들에게 위협을 가했다고 했다. 또한 한 참가자가 태극기를 불태웠다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이번 집회는 반정부 시위로 읽히기도 했다.

  경찰은 집회의 질서가 흐트러졌다는 판단에 물대포와 최루액을 분사하며 강한 진압을 했다. 살수차 사용 시 시위대와의 거리와 수압 등은 최소한도로 해야 한다. 그러나 집회 현장에서 경찰은 물대포나 최루액을 참가자의 얼굴에 직접 겨누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고 한다.

  경찰직무집행법에 따르면 이러한 대응은 경찰 또는 시민의 생명에 위협이 있거나 공공시설 파손의 위험이 있는 부득이한 경우에만 할 수 있다. 현장 책임자는 생명, 신체 또는 타인에 대해서 손해가 가해지는 것이 명백하다고 판단될 때 이러한 판단을 내릴 수 있다.

  집회 참가자와 경찰은 서로가 먼저 잘못을 하고 자극을 줬다고 주장한다. 집회 참가자들은 “경찰이 먼저 과잉 진압을 했다”고 주장하고 경찰은 “참가자들이 경찰을 위협하고 질서를 흐트렸다”고 토로했다. 집회 및 시위의 적법성, 경찰의 과잉 진압 여부를 놓고 경찰과 집회 참가자들의 입장이 어긋나면서 집회의 폭력성은 더욱 커져만 갔다.

  또한 이번 집회에서는 ‘차벽’이 문제가 됐다. 경찰은 집회로 인한 위험을 예방하고 질서 유지선을 세우겠다며 경찰 버스를 광화문에 줄 세웠다. 그러나 과거 헌법재판소에서 이러한 차벽은 “집회 참가자와 시민을 의도적으로 분리하는 것으로 집회 참가자를 위축시켜 집회의 자유를 실질적으로 제한한다”고 위헌 판정을 받은 적이 있다.

경찰의 집회 진입과정에서 캡사이신 성분의 최루액이 집회 참가자들에게 뿌려져 논란을 겪었다.   출처/연합뉴스

  도심 시위에
  불편 느끼는 시민들

  이번 대규모 집회로 서울 도심 곳곳에는 교통 혼잡이 빚어졌다. 어찌 보면 대규모 집회로 일반 시민들의 불편이 발생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일부 시민들은 이런 불편에 실증을 드러냈다. 교통 혼잡뿐만 아니라 큰 집회 소음으로 인한 학교, 주거지 등에서의 피해도 문제가 되고 있다. 실제로 그런 지역에서는 소음으로부터 학습권 침해, 업무 및 수면 방해 등의 피해로 경찰에 신고하는 경우도 종종 있어왔다.

  또한 경찰이 질서를 유지한다는 이유로 세운 차벽이 오히려 불편을 초래하기도 했다. 이번에 차벽이 세워지면서 유가족과 집회 참가자들은 물론 일상적인 통행을 위해 지나던 시민들의 보행도 막혔다. 일부 참가자들은 “차벽이 일반 시민들의 보행을 불편하게 할 수밖에 없다”며 “이러한 대응이 시민들로 하여금 집회를 적대적으로 느끼게 한다”고 말했다.

  바람직한
  시위, 집회 문화 만들어야

  시위나 집회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시민들이 자신의 의견을 직접적으로 국가에 표출할 수 있는 수단이다. 따라서 시위와 집회의 허용 수준은 그 사회의 민주주의가 어느 정도 이뤄지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척도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는 시위나 집회에 대한 규정이 너무 엄격하고 시위를 왜곡되게 바라보는 시선이 아직 존재하고 있다. 시위라고 하면 무조건 폭력적인 것으로 쉽게 낙인을 찍어버리기도 한다. 간혹 일부 시위 참가자들은 폭력적인 성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그 정도가 심하지 않음에도 국가가 시위를 무력으로 통제하려 한다면 국민들의 시위의 자유가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

  집회 참가자는 정해진 질서를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국가는 이들에 대한 통제를 최소화하며, 시민들은 타인의 집회 자유를 존중해야 한다. 타인의 집회·결사의 자유를 보장하지 않으면 결국에는 자신의 집회·결사의 자유를 제한하는 결과로 이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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