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학과 힐링
[사설] 대학과 힐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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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5.05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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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년 5월에는 대학 동창 모임이 있다. 올해 모임은 모처럼 모교 근처 식당에서 가질 예정이다. 친구들은 벌써 모임 날짜를 기다리며 밴드에서 무엇을 할 것인지 열띤 토론 중이다. 가보고 싶은 곳들도, 먹고 싶어 하는 것들도 참 많다. 다들 오랜만에 대학생으로 돌아가 제대로 힐링을 하자고 한다.

  나는 대학 동창들의 즐거운 수다 속에서 친구들의 고단함과 외로움을 느끼기도 한다. 어느덧 가정과 직장에서 무거운 책임을 감당해야 하고 뭔가 공허하고 불안한 느낌도 지울 수 없는 나이가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러한 현실 속에서도 대학은 최후의 보루로서 우리에게 아직도 힐링을 제공하는 장소로 존재하고 있다.

  대학이 기성세대인 우리에게 여전히 힐링을 제공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젊음, 낭만, 사랑, 순수, 우정, 배움, 패기, 도전, 고민, 참여 등이 소중한 기억과 추억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요즘 대학은 학생들에게 힐링을 제공하고 있는가? 안타깝지만 그렇지 못한 듯하다. 졸업 이후 취직을 하기 위해서는 대학생활의 낭만과 추억은 일종의 사치로 간주되고 있다. 요즘 대학생들에게 대학은 소중한 젊음을 투자해서 치열하게 취업을 준비할 시간과 공간을 제공하는 대상일 뿐이다. 어쩌면 지금 대학생들에게 대학은 힐링의 공간이 아닌 취업 준비의 괴로운 시기를 견뎌낸 공간으로 인식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오늘날 국가와 기업은 자신들도 해결하지 못하는 청년실업의 문제를 대학에 돌리고 있다. 힘없는 대학들은 이에 순응하면서 어떻게 해야 취업률을 올릴 수 있는지, 그리고 어느 학과가 취업에 유리한 지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국가와 기업은 비겁하고, 대학은 소신 없고 취약하다. 청년실업의 문제는 결국 국가와 시장이 일자리를 창출하지 못하는 데 일차적인 원인이 있다. 그런데 대학을 공공의 적으로 만들어 그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그리고 기업이 자신들의 요구에 부합하는 인재를 대학이 양성해야 한다고 요구하려면 사실 그에 합당한 비용을 대학에 지불해야 한다. 왜 국가 세금, 개인 학자금, 대학 투자금 등을 모두 동원해 기업에만 좋은 일을 시키는 것인지 솔직히 개인적으로 이해가 잘 안 된다. 취업의 질을 고려하지 않고 그저 취업률만 올리려는 대학들의 모습을 보면 안타까움을 넘어 슬프다. 

  실제로 요즘 대학생들은 역량 면에서 뛰어나다. 전공이 무엇이든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대부분 기업이 요구하는 수준 이상의 역량을 충분히 키우고 있다. 그리고 솔직하게 기업에서 인재를 뽑을 때 아무리 역량이 좋아도 조직에 잘 적응하지 못할 성품을 갖고 있다면 채용하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다. 그러니 대학들도 너무 겁먹지 말았으면 좋겠다. 역량보다 중요한 것이 인성이고 이것을 키우기 위한 대학의 노력이 더욱더 요구되는 요즘이다.

  지난주 우리대학에서 진행됐던 낮잠 자기 대회가 매스컴에 크게 보도됐다. 낮잠 자는 것이 힐링이 되고 뉴스가 되는 세상에서 우리 대학생들은 살고 있는 것이다. 대학이 힐링의 공간으로 남아 있지 못할 때 우리가 부담해야 할 사회적 비용은 너무도 크다. 국가와 기업은 솔직해지고 대학은 당당해질 필요가 있다. 하루라도 빨리 국가, 기업, 대학이 모두 진정한 경쟁력을 갖추고 국민들을 힐링해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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