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서포터즈 활동, 약일까? 독일까?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 약일까? 독일까?
  • 최한나 기자
  • 승인 2015.05.18 20: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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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무경험에서부터 열정페이까지, 서포터즈의 두 얼굴

  취업 문이 점점 좁아지고 있는 요즘, 대학생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스펙 쌓기’다. 대외활동은 어느새 학점, 토익성적 등과 함께 취업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3대 스펙’이 됐다. 이중 대학생들이 가장 많이 하는 대외활동으로는 단연 서포터즈 활동을 꼽을 수 있다. 대학생활에 있어 필수 활동이 된 대학생 서포터즈에 대해 알아봤다.


  필수 대외활동으로
  자리 잡은 대학생 서포터즈
  현재 많은 기업이나 공공기관에서는 단체를 홍보해주거나 행사 진행을 도와주는 서포터즈를 모집하고 있다. 이들은 젊은 시각에서 나오는 아이디어를 얻거나 SNS를 활용한 홍보를 위해 주로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서포터즈를 모집한다. 지난 1일 우리대학 캠퍼스에서 진행됐던 ‘낮잠 자기 대회’ 역시 한 기업의 서포터즈 학생들이 직접 기획하고 진행한 행사였다.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이하 청년위원회)가 지난 2월 대학생 3천 4백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에 따르면 대학생 중 39.5%(1005명)가 1회 이상 대외활동을 해봤으며 1인당 평균 4.9회의 대외활동을 경험했다고 밝혔다. 또한 대외활동의 종류를 묻는 질문에는 서포터즈를 했다고 대답한 대학생들이 17.6%로 국내봉사활동(35.2%)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서포터즈 활동을 통해
  다양한 경험을 쌓아
  그렇다면 많은 대학생들이 이렇게 서포터즈 활동을 찾아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대학생 전문 격주간지 ‘캠퍼스 잡앤조이’에서 전국의 대학생과 취준생 52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53.8%가 ‘관심 분야에 대해 다양한 경험을 해볼 수 있다’를 대외활동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았다. 이어 17.4%의 응답자가 ‘활동비, 해외여행 기회 등 다양한 특전을 누릴 수 있다’고 답했고 ‘자기소개서나 면접에서 유용하게 쓸 수 있는 경력이 된다’는 의견은 13.2%를 차지했다.

  우리대학 홍보 게시판을 살펴보면 여러 서포터즈 모집 광고들이 부착돼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서포터즈를 운영하는 기업이나 단체들은 대학생들을 통해 신선한 아이디어를 얻고 소비자들과 좀 더 가깝게 소통할 수 있다. 사진 /최한나 기자
  현재 ‘여대생페스티벌’ 서포터즈로 활동하고 있는 김슬기(24. 여) 학생은 “‘여대생페스티벌’은 다른 축제들과는 다르게 주최재단 없이 대학생들이 직접 기획하고 총괄하는 축제라는 것에 흥미를 느꼈다”며 “축제를 기획하고 이벤트 진행을 맡는 서포터즈 활동을 통해 또래 대학생들과 소통하고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또한 한 기업의 서포터즈로 활동을 하고 있는 우리대학 허우진(사회 2) 학우는 “서포터즈 활동을 통해 행사 기획부터 진행까지 다양한 실무경험을 할 수 있었다”며 “서포터즈 때문에 바쁜 대학생활을 보내고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즐거워하는 행사를 직접 기획해 볼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이렇듯 많은 대학생들이 학교에서는 배우기 힘든 다양한 활동을 경험하기 위해 서포터즈 활동을 한다. 특히 대학생들이 행사를 직접 기획하고 실행에 옮기는 서포터즈 활동은 대학생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다. 또한 서포터즈 활동을 통해 다양한 인맥을 쌓을 수 있다는 점과 기업들이 입사 지원시 과거 서포터즈로 활동했던 지원자를 우대한다는 점도 대학생들이 서포터즈 활동을 찾는 이유가 된다.

  단순 노동, 근로 대가 미지급 등
  서포터즈를 악용하는 기업도 존재해
  대학생들은 다양한 경험을 쌓거나 활동비와 해외여행 등 실질적 대가를 받기 위해 서포터즈와 같은 대외활동을 선택한다. 그러나 적절한 대가없이 대학생들의 인력만을 이용하려는 일부 기업의 서포터즈 활동은 ‘열정페이’를 떠올리게 한다. 청년위원회에서 대외활동을 경험한 1005명의 대학생들에게 ‘대외활동을 하면서 열정페이를 받았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은 항목에 ‘그렇다’고 대답한 대학생은 36%나 됐다. 또한 대학생들의 60.5%가 대외활동을 하면서 실제 피해를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이들의 피해 유형을 보면 ‘단순 근로’가 36.8%, ‘근로 대가 미지급’과 ‘공고와 다른 활동’이 각각 22.7%를 차지했다.

  이렇듯 일부 기업들은 “스펙을 제공하는데 뭘 더 줘야 하느냐”는 태도로 대학생들에게 활동량만큼의 대가를 제공하지 않는다. 일각에서는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서포터즈라는 값싼 인력을 구하는 것이 아니냐”며 비판하기도 한다. 기업은 실무 경험을 쌓게 해준다는 이유로 취업에 절박한 학생들을 무급 아르바이트생처럼 부리며 최소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누린다. 한 행사의 서포터즈로 참여했던 학생은 “행사를 기획하고 진행하는 활동도 할 줄 알았는데 홍보 포스터를 붙이러 다니는 일이 다였고 행사 당일에는 보조아르바이트에 불과한 업무만을 했다”며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해서 시킬 일을 돈을 주지 않아도 되는 서포터즈에게 시킨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또한 많은 서포터즈 활동들이 실제적으로는 단순 노동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서포터즈 본래의 목적인 대학생의 경험과 능력을 길러주기보다는 단순히 기업의 홍보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한 기업의 서포터즈를 했던 한 대학생은 “직접 뭔가를 기획해보기도 하고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며 친목도 다질 수 있는 서포터즈 활동을 기대했지만 실제 활동은 블로그나 페이스북에 홍보 포스팅을 주기적으로 올리는 것이 전부였다”고 밝혔다. 이어 “시간은 시간대로 뺏겼는데 진정한 경험을 쌓을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며 “서포터즈를 한 후 얻은 거라곤 이력서에 입력할 내용이 한 줄 늘어난 것이 전부였다”고 말했다.

지난 15일 우리대학 소영근터에서 '낮잠 자기 대회'가 열렸다. 이 행사는 한 기업에서 서포터즈로 활동하고 있는 대학생들이 직접 기획하고 진했다. 대학생 서포터즈들은 이러한 이벤트를 기획하면서 기업으로부터 조력과 지원을 받는다.                                                                    출처/이데일리
  서포터즈 모집공고에 쓰여 있는 혜택이 실제와 다른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인천시는 작년 제7회 인천아시안게임을 개최하면서 대학생 응원단인 청년서포터즈 5천 명을 모집하고 그 중 우수 활동자 2백 명에게는 해외탐방을 지원한다고 공고했다. 그러나 활동기간이 모두 끝난 후 재정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해외탐방 혜택이 취소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자신에게 필요한 활동인지
  판단할 수 있어야
  이렇듯 서포터즈 활동에는 문제 시 되는 사례들이 많이 발생하지만 이러한 문제가 해결되기는 쉽지 않다. 각박한 취업난 속에서 대학생들이 더 많은 스펙을 쌓기 위해 무차별적으로 다양한 대외활동에 지원하기 때문이다. 청년위원회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학생 3천 4백명 중 46.6%는 ‘대외활동을 하지 않으면 취업에 불리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48.1%는 ‘자신의 전공이나 개인적 관심사와 관련이 없더라도 스펙을 쌓기 위해 대외활동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대학생 서포터즈와 같은 대외활동은 실제 취업에 있어서 과연 얼마나 도움이 될까? 청년위원회가 조사한 결과 기업 인사담당자 100명 중 57%가 ‘실무와 관련 없는 대외활동 경험은 지원자 평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렇기 때문에 학생들은 서포터즈를 찾기에 앞서 뚜렷한 목표를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서포터즈 열풍이 불면서 많은 기업이나 기관에서 이를 악용하는 만큼 학생들은 본인이 원하는 직무와 관련된 대외활동을 현명하게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서포터즈를 운영하는 기업과 기관들이 대학생들에게 현장과 실무 등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서포터즈 본래의 목적을 잃지 않는 것이다.

  기업들의 서포터즈 모집 공고를 보면 ‘열정이 가득한 대학생은 누구나 지원이 가능하다’는 문구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열정이 가득한’이란 말 속에는 ‘열정이 가득하나 스펙 이외의 혜택은 필요 없는’이란 말이 숨어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취업에 대한 대학생들의 절박한 마음을 악용하는 일이 더 이상은 생기지 않아야 한다. 열정에 대한 대가는 이력서의 한 줄로 충분하지 않다. 대학생들의 열정을 훔쳐 쓰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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