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거나 좋으니 나 대신 골라주세요
아무거나 좋으니 나 대신 골라주세요
  • 이원영 기자
  • 승인 2015.06.01 18: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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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의 홍수, 헬리콥터맘 속에서 결정 못 하는 현대인들

  ‘인생은 B와 D사이의 C다’라는 말이 있다. 태어날 때(Birth)부터 죽을 때(Death)까지 인생은 선택(Choice)의 연속이라는 의미이다. 이 말처럼 우리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무엇을 먹을까’, ‘어떤 옷을 입을까’, ‘어떤 직업을 가질까’, ‘누구와 결혼을 해야 할까’ 등 크고 작은 수많은 결정들을 내려야만 한다. 하지만 최근 이러한 선택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이들이 눈에 띄고 있다. 이들은 왜 결정하는 것을 어려워하게 됐을까?


 

 

  너도 나도 겪고 있다는
  결정장애는 무엇인가?

  어느 식당 메뉴판에는 ‘아무거나’라는 메뉴가 존재한다. 메뉴판을 눈앞에 두고 선택을 고민하는 손님들을 대신해 주인이 아예 메뉴를 결정해준다는 것이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은 메뉴를 골라야하는 상황에서 ‘난 아무거나 상관없는데’라고 말한다. 아무거나 상관없다는 말은 같이 식사를 하는 상대방의 선택을 배려한 말일 수도 있지만 어쩌면 수많은 선택지 앞에서 결정을 내리지 못해 결국 ‘아무거나 괜찮다’며 상대에게 결정권을 은근슬쩍 넘기는 말일 수도 있다.

  선택에 대한 고민은 일상에서 뿐만 아니라 인터넷을 통해서도 만나볼 수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오늘 소개팅인데 옷 좀 골라주세요’, ‘아들 이름 골라주세요’, ‘차 살건데 좀 골라주세요’ 같은 ‘골라주세요’ 유의 글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몇 개의 제품 사진을 올리고 이들의 장단점을 쓰면서 이 중 나은 걸 골라달라며 얼굴도 모르는 이들에게 선택을 의뢰한다. 이러한 글에는 많은 이들이 댓글로 조언해주고 의뢰자는 그 조언을 고려해 판단을 내리게 된다.

  요즘은 결정에 오랜 시간을 들이는 것을 신중함이라고 보기보다는 ‘결정장애’라고 보는 이들이 많다. 이들은 쉽게 결정내리지 못하는 자신을 두고 결정장애가 있다고 말하며 선택하는 것에 스트레스를 받는다.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는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로 고뇌하는 햄릿처럼 하나의 선택을 망설이는 현대의 소비자들을 ‘햄릿증후군’이라 일컬으며 이를 올해의 소비트렌드로 꼽기도 했다.

  정보의 홍수 시대에
  결정 못하는 사람들

  인터넷은 정보화 시대를 열었고 스마트폰과 SNS의 탄생은 수많은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게 만들었다. 이제 현대인들은 주어진 정보를 제대로 소화하기도 전에 계속 정보가 밀려들어오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다. 이러한 정보 과잉이 현대인들의 결정을 과거에 비해 더욱 어렵게 만든다는 분석이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펴낸 <미디어 과잉과 사회의 불확실성의 증가> 보고서에 따르면 사람들은 지나친 정보에 노출되면 정보 분석 능력이 낮아지고 의사 결정을 미루게 되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이러한 모습은 인터넷쇼핑에서 수많은 옵션들과 상품평을 확인할 수 있음에도 이것저것을 재다 결국 시간만 소비하고 아무것도 건지지 못하는 이들의 모습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수많은 정보가 선택에 도움이 되기보다는 방해가 되는 결과이다.

  선택이 어려워지면서 선택에 대한 스트레스도 늘어났다. 아무리 선택지가 많더라도 결국 하나만을 선택해야 하는데 하나를 선택할 때 포기하게 되는 다른 많은 가능성들에 대해 큰 아쉬움을 느끼는 것이다. 사람들은 보통 이득보다는 손실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선택이 이뤄진 후 선택으로 인한 이득보다는 손실이 눈에 밟혀 선택의 기쁨을 누리지 못한다. 그렇다보니 손실에 대한 보상심리로 자신의 최종 선택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최종 선택이 만족스럽지 못할 때 그만큼 실망도 커진다. 선택할 것도, 정보도 많아진 현대 사회에서 최상의 선택을 하려다보니 선택은 늘 스트레스 받는 힘든 일이 될 수밖에 없다.

  대신 결정 해주는 부모가 있어
  선택할 줄을 몰라

  결정장애를 호소하는 이들의 대부분은 젊은 세대들이다. 젊은 세대들이 결정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원인은 무엇일까? 그 원인 중 하나로 부모의 과잉보호를 들 수 있다. 자녀가 성인이 된 후에도 자녀의 주위를 맴돌며 자녀의 일을 참견하는 ‘헬리콥터맘’ 들의 영향으로 젊은 세대들 중에는 스스로 결정하는 방법을 익히지 못한 이들이 종종 있다. 헬리콥터맘의 품속에서 살아온 자녀들은 스스로 무언가를 결정한 적이 없으니 사소한 결정도 쉽게 하지 못한다.

  부모는 자녀가 실패할 것을 걱정해 자녀의 결정에 관여한다. 그러나 이러한 행동이 오히려 자녀의 결정을 실패로 만들어 버릴 수도 있다. 쉽게 결정내리지 못하는 자녀를 대신해 자신이 자녀의 직업과 배우자를 정해버리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는데 부모의 선택이 자녀에게 좋은 선택이 될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헬리콥터맘의 끝없는 관여는 자녀의 자율성을 무시해버리고 자녀에게 선택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주지 못한다.

많은 이들이 결정장애를 호소하며 인터넷에 ‘골라주세요’라는 글을 올리고 있다.사진 캡쳐/네이버 지식IN
  많은 현대인들이 정보의 홍수와 헬리콥터맘 속에서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결정장애를 앓고 있다. 이러한 결정장애를 겪는 이들을 위해 온라인 쇼핑시장에는 ‘큐레이션 커머스’라는 새로운 거래유형도 등장했다. 미술관의 큐레이터가 예술작품을 엄선해주듯 결정을 못하는 소비자를 위해 전문가가 개인의 취향이나 구매력 등을 감안해 적절한 상품을 추천해주는 쇼핑몰이다. 이렇게 우리는 타인의 도움을 받아 결정을 할 수도 있지만 결국 선택을 하는 사람은 자신이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선택을 하고, 실패를 통해 배우고, 또 다른 선택을 해가는 것이 인생이다. 선택에 대한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스스로 결정하는 현명한 방법을 각자가 찾아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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