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도 중독이 되나요
사랑도 중독이 되나요
  • 김미리혜 교수
  • 승인 2004.04.12 20: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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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은 ‘그렇다’. 상담사례를 두 개 들겠다.

‘덕’양은 자신의 남자친구를 믿지 못한다. 그래서 ‘날 사랑하지? 사랑하는 사이엔 비밀이 없어야 되는 거 아냐?’한 뒤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받아내 수시로 체크한다. ‘뭐가 그렇게 두렵니?’라는 물음에 ‘뻔하죠. 딴 여자 사귈까봐요...혼자 남을까봐 겁나요. 저 혼자는 못살아요. 그런 체크같은 짓 하지 않고 착하게 굴면 제 곁에 계속 있을까요?’하고 울먹였다.

‘성’양이 첫눈에 ‘싸늘’군에게 ‘빠지기’ 전까지만 해도 전액장학생에 선교관련 동아리의 부짱이었다. ‘싸늘’군은 ‘성’양과 만난 지 한달도 안되어 결별을 선언했고 ‘성’양은 애가 달았다. 그전에는 아무리 상대방을 ‘차고’ 또 ‘차여도’ 두 어달이면 깨끗이 정리했건만, 그토록 쿨~했건만 ‘싸늘’군은 그냥 놓을 수가 없었다. ‘싸늘’군에게 들키면서도 여러 번 ‘싸늘’군의 뒤를 밟기까지 했으니 가히 스토킹 수준이랄 수 있다. ‘나도 어쩔 수가 없어요. 하루종일 그 오빠 생각만 나고 너무너무 보고 싶고...내 모든 걸 바쳐도, 아니 죽어도 좋아요.’라고 말하는 ‘성’양은 이미 수업도 여러 번 빠지고 중간시험은 하나도 치르지 않은 상태였다.

이 두 사례에서 볼 수 있듯 두 종류의 사랑중독이 있다. 첫 번째는 상대가 아무라도 상관없고(상대가 누구라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누군가와 사귀고 있다는 사실(사실, 진정으로 ‘사귄다’고 하기 힘들어도)에 연연해 한다(중독되어 있다). 상대를 잃으면 그 다음 상대를 찾아 미친 듯 헤매인다. 항상 누군가와 사귀고 있어야만 한다. 두 번째는 특정인이 중독대상이다. ‘잘 먹고 잘 살다’가 특정인을 만나면서 목을 맨다. 두 경우 모두 관계가 끊어질까봐, 버림받을까봐 전전긍긍하고 무슨 수를 써서든 붙잡으려 난리다. 뭔가 달라지는 게 있으면 관계가 깨질 것 같아서 자신이나 상대방이 자기계발하는 것을 못봐준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꾹 참고 보여 주지 않는다. 버림받지 않기 위해 자기자신을 버린다. 상대가 곧 나 자신이고 나 자신은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상대방이 무슨 멋진 일을 하면 자신이 박수를 받아야한다고 생각한다. ‘오빠는 내 모든 것’이고, ‘오빠 없이는 난 무용지물’이다. ‘날 사랑한다면 이래야하지 않겠어’하며 상대방을 은근히 조종하려 든다. 우울할 때, 화날 때 등등 감정적으로 힘들 때, 전적으로 상대방에게 기대고 상대방을 이용한다. 성적 매력을 사랑으로 혼동하기도 한다(주로 첫눈에 반한다).

그렇다. 이것은 진정한 사랑이라고 볼 수 없다. 따라서 맨 앞에서 말한 답과는 달리 ‘사랑은 중독이 되지 않는다’는 답도 정답이다. 진정한 사랑은 크면 클수록 좋으니까. 많이 받으면 많이 받을 수록 좋으니까. 많아도 결코 해가 되지 않으니까. 따라서 진정한 사랑은 중독되지 않는다. 내가 나 자신과 가까워지면 남들도 내게 가까워 진다.

내가 왜 사랑에 잘 중독되나? 과거에 주위사람들이(부모 포함) 나를 제대로 돌봐주지 않아서 그렇다고들 한다. 사람들이 내가 바라는 바를 채워주질 않으니 나는, ‘사람들이 내가 뭘 원하는지는 신경써주지 않네’ ‘주위사람들에게 다가가 봤자 나만 상처받는구나’라고 믿게 된거다. 상대방에게 진정으로 다가가지 않으면서, 내가 원하는 바를 죽이면서, 또 나를 죽이면서 사랑에 탐닉하는 것이란다. 사랑중독이라기 보다 중독적 사랑이다. 이 중독적 사랑 때문에 스토킹은 기본이요, 강도, 자살에 살인이 일어나기도 하니 위험천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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