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칼럼] 갑질민국
[학생칼럼] 갑질민국
  • 조미르(정치외교 4)
  • 승인 2015.09.01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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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갑질민국, 또 하나의 수식어가 생겼다. 겨울이 지나가고 새해가 찾아와도 갑의 횡포는 여전하다. 얼마 전에 일어난 백화점 모녀사건, 땅콩회항 등 현재 대한민국은 갑질 천국이다.

  사실 모든 인간관계를 들여다보면 갑과 을은 존재한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고, 타인과 더불어 사는 만큼 우리 안의 서열화는 필연적이다. 친구 사이에도 갑을관계가 존재하며 가족, 연인 사이에도 갑을관계가 형성돼 있다. 하지만 작은 테두리의 관계 속에서 갑과 을의 위치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갑을관계가 존재하지만 별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범위를 넓혀 사회적 관계로 나아가면 얘기가 달라진다. 직업, 성별, 나이, 재산 등에 따라 갑과 을의 위치는 정해져 있고, 갑이 지위를 노골적으로 드러냄으로써 서열은 획일화된다. 모든 인간은 자유롭고 평등하다. 하지만 근대 시민혁명이 이뤄낸 결과가 무색할 만큼 대한민국에서 현실 적용은 녹록치 않다. 우리는 어딜 가도 평등한 대접을 못 받는 사람들과 그에 반해 특권의식을 누리려는 사람들을 마주하게 된다. 그들에게 올바름을 주장하면 당장 내일이 불안정해진다. 어떤 특수한 사람의 얘기가 아니다. 대한민국 대다수의 일상이다.

  지난해 남양유업 갑의 횡포가 큰 논란을 불러왔다. 남양유업에 대한 질타가 이어졌고, 이는 매출에까지 큰 영향을 미쳤다. 남양유업은 재빠르게 대처했지만 이미 소비자들은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논란은 일시적 화두로 끝났고 어떤 사회적 변화를 이끌어내는데 실패했다. 타인의 얘기인 마냥 동정과 질타만 이어졌을 뿐 곧 다른 갑의 횡포를 막지 못했다. 이에 대한 반성도 성찰도 없었다. 업그레이드 된 갑질이 등장하기 바쁘다. 이젠 대놓고 기업 CEO 일가에서 갑질을 하다가 “내가 무엇을 잘못했냐”까지 나온다. 이만하면 ‘갑질민국’의 타이틀이 결코과장되지 않음을 보여준다.

  갑의 횡포가 더 견고해지는 건 약한 을이 뒷받침해주기 때문이다. 물론 을이 을의 역할을 자처하는 것이 아님을 안다. 옳지 못한 것을 ‘옳지 못하다’고 말하지 못하는 이 사회가 을의 역할을 조장한다. 그러나 을이 갑에 맞서 제 목소리를 내고 항의를 통해 문제를 개선하는 게 맞다.

  혹자는 우리나라의 갑의 횡포를 미개한 국민성이라고 일컬으나 이에 동의할 수 없다. 압축된 고도성장 속에서 윤리의식을 돌볼 여력이 없었다고 해도 특정 계층만 미개할리 만무하다. 똑같은 문제가 계속 발생하는 것은 미개해서가 아니라 수혜를 입는 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갑질을 해도 허용된다는 경험칙과 상식이 더 이상 존재하지 못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갑의 횡포가 지극히 잘못됐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영원한 갑은 없다. 갑이 언제든지 을로 전락할 여지도 있다. 대한민국에서 갑을은 관계가 아닌 년도에서만 쓰이길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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