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혼자 밥 먹니?
너도 혼자 밥 먹니?
  • 공가은 기자
  • 승인 2015.09.14 18: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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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밥족 인식, 어떻게 바뀌고 있나

  한때 페이스북에는 “아주머니 단무지는 빼고 주세요. 씹으면 소리 나거든요”라는 글과 함께 화장실에서 몰래 김밥을 먹고 있는 사진이 올라와 화제가 됐다. 남들의 시선이 두려워 화장실로 숨은 학생이 안타깝다는 의견과 함께 요즘에는 혼자 밥을 먹어도 이상하게 보는 사람이 없다며 자신 있게 밥을 먹으라는 의견도 있었다. 혼밥에 대한 대학생들의 다양한 인식을 알아봤다.


 

 

  혼자 밥 먹는 혼밥족의 증가
  1인 식당, 혼밥 앱도 인기
  혼자 먹는 밥의 준말인 ‘혼밥’. 대학생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혼밥을 경험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우리대학에서도 편의점이나 학생식당에서 혼자 식사를 하는 학우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아르바이트 전문 포털 알바몬이 대학생 674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학생 10명 중 7명이 혼밥을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하루에 몇 회 혼밥을 하는지’를 묻는 질문엔 혼밥을 하는 대학생의 55.2%가 ‘하루 한 번은 혼자 밥을 먹는다’고 답했다.

  혼자 밥을 먹는 혼밥족이 늘어남에 따라 대학가 주변에서는 혼밥족을 위한 1인 식당도 늘어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혼밥족은 학교 커뮤니티로 치킨을 같이 시킬 사람을 모집한 뒤에 반반씩 나눠서 따로 치킨을 먹기도 한다. 최근에는 <나 혼자 먹는다>와 같은 혼밥족을 위한 앱도 생겼다. 이 앱을 통해서 혼밥족들은 혼자 가기 좋은 1인 식당이나 음식 메뉴를 공유한다. 이렇듯 혼밥은 현재 하나의 대학문화로 자리 잡혀가고 있다.

SK텔레콤 대학생리포터팀이 대학생 250명과 직장인 250명을 대상으로 혼밥 실태 및 인식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다.  출처/SK텔레콤 캠퍼스리포터팀

 

  각양각색의 혼밥족
  그들이 혼밥을 하는 이유
대학생들이 혼밥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많은 대학생들은 대학교에 입학한 후 친한 친구를 사귀지 못해서 혼자 밥을 먹게 된다고 한다. 우리대학 이수빈(정보통계 1) 학우는 “대학에 들어오고 동아리와 같은 친목활동을 하지 않다 보니 친한 선후배가 별로 없다”며 “동기들과 시간이 맞지 않을 경우엔 주로 혼밥을 한다”고 말했다.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여대의 경우 남녀공학인 대학보다 혼밥을 하는 학생들이 더 많다.

  특히 요즘 대학생들은 아르바이트나 스펙 쌓기 등으로 밥 먹는 시간마저 부족한 삶을 살고 있다. 이러한 생활 속에서 ‘자발적 혼밥족’들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들은 바쁜 일상 속에서 남들과 시간을 맞추며 밥을 먹기보다는 혼자 밥을 먹으며 시간을 아끼고 싶어 한다. 하혜민(여. 21) 학생은 “밥을 같이 먹을 사람을 찾는데 굳이 에너지를 쓰고 싶지 않다”며 “차라리 그 시간을 아껴 수업 준비나 스펙 관리 같은 생산적인 활동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이들은 오로지 자신만을 위해서 혼자 밥을 먹기 때문에 혼밥을 자연스럽게 여긴다. 바쁘고 정신없는 하루 속에서 빠르고 간단히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혼밥’은 이들에게 현명한 해결책으로 여겨지고 있다.

  ‘혼밥’을 바라보는
  여러 인식들
  혼자 밥을 먹는 학생들의 증가는 개인주의화된 요즘 대학생들의 현실을 보여준다. 과거 대학생들은 선후배 혹은 친구끼리 아웅다웅 식사를 하곤 했다. 때로는 같이 밥을 먹으며 정치를 논하고 사회 문제를 논쟁했다. 그러나 요즘 많은 대학생들은 취업, 스펙, 학점을 위해 혼자 밥 먹기를 택한다. 이를 두고 대학이 본연의 모습을 잃고 있다고 보는 시선도 있다.

  반면 ‘혼자서 밥을 먹는 모습’을 부끄럽게 여기는 인식도 아직 남아있다. 혼자 밥을 먹는 모습을 남이 본다면 ‘친구가 없는 사람’이라는 낙인이 찍힌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들은 외부 식당에서 혼자 밥을 먹는 것에 스트레스 혹은 공포감을 느끼곤 한다. 그래서 아무도 안 보이는 장소에서 홀로 밥을 먹거나 10분도 채 안 되는 시간에 식사를 끝마친다. 우리대학 자연대에 재학 중인 한 학우는 “최대한 빠르게 먹을 수 있는 햄버거와 같은 인스턴트 음식으로 끼니를 때운다”며 “친구랑 같이 먹을 경우 말을 많이 하며 느리게 먹지만 혼자 밥을 먹을 때는 5분 내로 후딱 먹어 버린다”고 말했다. 심할 경우 혼자서 밥을 먹기가 부끄러워 화장실에서 밥을 먹는 일명 ‘변소밥’을 한다. 이렇게 이들은 혼자서 밥을 먹으며 건강에 좋지 않은 식습관을 갖게 되기도 한다. 알바몬에 따르면 ‘하루에 3번 이상 혼자 밥을 먹는다’고 응답한 대학생들의 62.7%가 ‘불규칙하게 식사한다’고 답했다. 또한 SK텔레콤 대학생리포터팀이 ‘혼밥 실태 및 인식’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대학생들 42%는 혼자 먹는 밥으로 ‘패스트푸드’를 선호했다.

tvN 드라마 ‘초인시대’에서 주인공 유병재가 화장실 변기에 생일상을 차리고 밥을 먹는 모습이 연출됐다. 그는 혼잣말로 “나 혼자 맞는 25번째 생일. 취직 못한 4학년 복학생에게 축하받는 생일은 사치다”고 말했다. 캡쳐/TVN

 

  혼밥’ 문화를 즐기는
  여러 방법들
  이에 최근에는 혼밥을 자주 하는 사람들끼리 모여 함께 밥을 먹는 ‘소셜다이닝’이라는 문화가 나타나기도 했다. <두리두밥>이라는 앱은 소셜다이닝의 한 예로써 서울대 혼밥족들은 이 앱을 통해 학교 근처 중 한곳에 모여 함께 식사를 한다. 소셜다이닝을 통해 외롭지 않은 식사를 할 수 있는 것이다.
반면 혼밥을 즐기는 경지에 이른 학생들도 있었다.

  ‘편의점에서 혼자 라면 먹기’부터 ‘술집에서 혼자 술 마시기’까지 9단계로 이뤄진 ‘혼밥 레벨 테스트’를 하며 각 단계를 넘을 때마다 인증 사진을 찍어 ‘혼밥의 고수’로 인정받는 것이 유행하고 있다. 이렇듯 혼밥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사람들의 인식 또한 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혼자서 밥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은 오히려 주체적이고 당당한 힘을 가진 것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인식의 변화는 우리나라만의 현상이 아니다. 가까운 일본만 해도 대부분의 음식점에 1인용 테이블이 갖춰져 있고 혼자서 점심식사를 하는 것이 일상적이다. 일본뿐만 아니라 바쁜 삶으로 누군가와 식사를 할 수 없는 사람들로 인해 대다수의 나라에서 혼밥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상이 됐다.

  캠퍼스의 여유를 즐겨야 할 대학생들이 취업, 스펙 등을 이유로 혼자만의 시간을 원하게 된 점은 안타까운 현실이다. 그러나 ‘혼밥’은 대학가에서 하나의 문화가 돼버렸고 ‘혼밥족’을 바라보는 인식도 점점 변하고 있다. 이제 더 이상 혼자 숨어서 먹을 필요가 없다. ‘혼밥’을 다른 국가처럼 자연스러운 사회현상으로 보는 건 어떨까. 굳이 ‘혼밥’만을 고집할 이유는 없지만 그렇다고 ‘혼밥’을 이상하게 생각할 필요도 없다. 혼자 밥을 먹는 이유를 ‘나 혼자이기 때문’보다 ‘나 혼자를 위해’라고 생각하자. 비록 캠퍼스에서 친구들과 떠드는 여유는 줄었지만 그 속에서 혼자만의 여유를 갖게 됐다고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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