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돋보기] TV 프로그램의 그림자
[이슈 돋보기] TV 프로그램의 그림자
  • 오슬 기자
  • 승인 2015.09.15 00: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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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 2년 전부터 예능 프로그램에 새로운 바람이 불었다. 육아와 요리를 소재로 한 새로운 예능 프로그램들이 대세로 떠올랐고 현재까지도 인기를 누리고 있다.

  지난 2013년 11월부터 방영된 KBS 예능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그동안 쉽게 볼 수 없었던 연예인 아빠들의 육아현장을 보여준다. 연예인 아빠들이 육아에 힘쓰는 훈훈한 모습과 출연하는 아이들의 귀여운 모습은 시청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기에 충분했다. 출연자들은 아이들과 국내외 여러 곳을 방문하고 맛집에서 먹방(먹는 방송)을 찍는 등 계속해서 시청자들에게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 했다. 프로그램에서 출연자들이 방문하는 장소는 명소가 됐고 연예인 2세들은 시청자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하지만 회가 거듭될수록 시청자들은 해당 프로그램을 마냥 즐겁게만 볼 수 없게 됐다. 지난해 7월 28일, 서울연구원에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 기준 10가구 중 4가구는 맞벌이 부부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이 맞벌이를 하는 이유로는 경제적인 요인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경제적인 이유로 맞벌이를 선택한 부부들은 자연스럽게 육아에 들일 수 있는 시간도 줄었다. 맞벌이를 하지 않는 가정이라 하더라도 경제 활동은 대부분 남성의 몫이기 때문에 아이와 아빠가 함께하는 시간은 더욱 부족하다.

  이러한 현실과는 반대로 TV 속 연예인 가족들의 단란한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이질감을 준다. 시청자들은 매 회 아이들과 함께 이곳저곳을 놀러 다니고 아이들에게 부족함 없이 많은 것을 누리게 해주는 연예인 아빠들과 자신들의 처지를 비교하면서 우울함과 괴리감을 느끼게 된다.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면서 협찬제품들 역시 눈에 띄게 많아졌는데 협찬을 받은 물건들로 가득 찬 집과 출연진 자녀의 몸에 걸쳐 있는 여러 협찬용품들은 시청자들에게 더욱 이질감을 준다. 부족함 없는 아빠와 이른바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아이들을 보면서 시청자들은 마냥 즐거운 마음으로 방송을 시청할 수 없게 됐다.

  한편 tvN 예능 ‘냉장고를 부탁해’를 비롯해 요리사들이 나오는 여러 프로그램에서도 현실과는 동 떨어진 모습들을 볼 수 있다. 지난해부터 쿡방의 여파를 타고 많은 요리프로그램이 제작되고 있으며 이와 더불어 스타셰프들이 TV 속에 대거 등장 중이다. 실력과 입담을 보유한 이른바 스타셰프들이 대중들에게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요리사에 대한 관심과 환상도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요리사들이 모두 방송에서처럼 화려한 면만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 이면에는 ‘스타’가 아닌 요리사들의 어두운 생활도 있다. 대다수 요리사는 주방에서 10시간 이상을 서서 요리한다. 직업 특성상 요리사들은 불이나 칼에 의한 부상에 쉽게 노출돼 있지만 4대보험 혜택을 받고 있는 요리사는 적다. 셰프라는 이름이 주는 환상 때문에 연봉이 높을 것이라는 착각도 하지만 실제 급여는 200만 원대를 넘기가 힘들다. 이처럼 몇몇 스타셰프들 이외의 다수 요리사들은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는 실정이다.

  방송에서는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기 위해 화려하고 이상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누군가는 여전히 방송에서 보여주는 이미지를 통해 대리만족을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점점 진해지는 화려함과 그들만의 행복감이 빛을 발할수록 그 이면에 있는 그림자 또한 커진다. 대중들이 편하게 보고 즐기는 예능 프로그램이 점점 화려해지면 시청자들은 오히려 괴리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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