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의 중심에 선 인문학도, 어디로 가야 하나요
소외의 중심에 선 인문학도, 어디로 가야 하나요
  • 박소영 기자
  • 승인 2015.09.21 17: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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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정신의 보고, 인문학에 대한 관심 필요해

  며칠 후면 대가족이 모이는 명절 추석이다. 친척들과 함께 삼삼오오 모여앉아 이야기를 나누면 항상 나오는 질문이 있다. “너 무슨 과니?” 이 질문에 인문학을 배운다고 대답하면 다음 질문이 이어진다. “너 나중에 뭐 해먹고 살래?” 2015년 현재 인문학과 인문학도는 실용학문에 치이며 홀대받고 있다. 인류의 역사와 함께해온 기초순수학문 인문학. 인문학의 현주소를 알아봤다.


  홀대받는 인문계
  각광받는 이공계

  인문학은 인간의 본질을 탐구하는 학문이다. 인간의 사상과 문화를 연구하는 학문영역으로 문학, 사학, 철학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과거와 달리 요즘은 공학, 의학 등 산업 발전과 상품 개발에 도움이 되는 실용학문이 중시되고 있다. 해당 분야에서 직접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실용학문이 점차 대세로 떠오르고 그렇지 않은 기초순수학문은 소외당한다.

전국 대학교를 대상으로 한 통계결과에서 인문계열이 가장 높은 정원 감축비율을 보이고 있다. 출처 / news1

 

  대표적 기초순수학문인 인문학은 현재 소외의 중심에 놓였다. ‘인구론’과 ‘문송합니다’라는 신조어는 인문대생에 대한 사회적 홀대를 가장 잘 보여준다. 인구론은 ‘인문계 학생 90%가 논다’는 말을 줄인 것이고 문송합니다는 ‘문과생이라서 죄송합니다’의 줄임말이다. 이러한 자조적 신조어들은 취업이 어려운 인문계 졸업생의 현실을 가리킨다.

  얼마 전 SNS를 뜨겁게 달군 글이 있다. ‘무인도에 공대생, 의대생, 자연대생, 인문대생이 표류했다. 공대생은 불을 피우고 도구를 만들었으며, 의대생은 약초를 따오고 사람들을 치료했고, 자연대생은 먹을 수있는 식물을 채집했고, 인문대생은 고기가 됐다.’ 이 글은 사회에서 잉여인간 취급을 받는 인문대생의 현주소를 낱낱이 보여주고 있다.

'인문대생은 고기가 됐다'는 말이 인문학 홀대 현상의 현주소를 보여주고 있다. 캡쳐 / 트위터

 

  기초순수학문
  소외의 중심에 놓이다
  지난 15일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정진후 의원이 4년제 대학의 2012년도와 2015년도의 학과별 입학정원 현황을 비교 분석한 결과가 발표됐다. 이에 따르면 2013년에 시행된 정부 재정지원 제한대학 평가와 대학 구조개혁 평가의 영향으로 대다수 인문학과가 집중적인 학과 통폐합 대상이 된 것으로 드러났다. 2012년에 비해 2015년 입학정원이 가장 많이 줄어든 것은 인문계열의 언어문학계열로 전국적으로 따져보면 학생 2,778명, 학과 59개가 줄었다. 이에 반해 상경계열은 학과 수가, 공학과 의약계열은 입학정원이 증가했다. 특히 의료계열과 간호계열은 각각 1,440명, 1,050명이 늘었다.

  우리대학 철학과 한우진 교수(이하 한 교수)는 “인문학이 취업률을 비롯한 대학 평가지표에 있어서 대학에 기여하는 바가 크지 않으며 오히려 도움이 안 된다고 판단해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것 같다”고 현대사회에 만연한 인문학 홀대 현상을 설명했다. 또한 “대학과 사회는 인문학을 그저 ‘교양’ 수준으로 보고있다”며 “인문학의 질적인 가치를 끌어내 활용하지 못하는 것 또한 인문학이 실용학문에 밀려 자리를 잃는 이유다”고 설명했다.

지난 해 하반기 대졸 공채에서 우리나라 주요 기업들이 인문학적 소양을 중시하는 모습을 보였다. 출처 / 조선일보

 

  인문학뿐만 아니라 자연과학, 순수미술과 같은 여러 학문의 기초가 되는 과목 역시 홀대받는다. 현재 우리사회의 대학은 배움의 장소보다는 취업학교로서의 역할을 맡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대학과 정부는 대다수 기업이 원하는 실용·융합인재를 키워내기 바쁘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산업연계 교육 활성화 선도대학(PRIME) 사업’도 실용학문 키우기의 일환이다. 이 사업은 산업수요가 많은 학문을 키우는 대학에 국가가 평균 50억 원에서 200억 원을 지원하는 것으로 이번 정책이 인문학 홀대 현상을 가속화시킬 것이라 전망된다.

  인문학적 소양이 중시되는
  아이러니한 취업시장
  최근 채용시장에서 기업들은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인재를 바란다. 작년 대기업 공채에서도 인문학적 소양과 한국사, 역사를 중시하는 흐름이 나타났다. 삼성은 삼성고시로 유명한 ‘SSAT’에 한국사 문제를 추가했으며 현대차 그룹에서는 입사 지원 시 역사 에세이를 제출하도록 했다. 단순히 빠르고 정확한 일처리를 할 수 있는 인재보다는 인문학적 소양을 겸비한 창의적 인재를 뽑겠다는 의도다.

  그러나 인문학적 소양을 중시하는 분위기와 달리 실제 취업 시장에서는 인문학 홀대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인문계열 졸업생의 취업률은 45.9%였던 반면 이공계열 졸업생의 취업률은 66.9%였다. 이는 인문계열 학생의 취업문이 이공계열 학생의 취업문보다 훨씬 좁은 현실을 보여준다. 또한 지난해 삼성그룹 상반기 공채 신입사원의 전공을 살펴봤을 때 80%가 이공계열이었다. 이는 기업에서 인문학적 소양을 중요하게 보기는 하나 인문학이 주요 선발요인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인류정신의 보고인
  인문학을 배워야
  대학과 취업시장에서 인문학 홀대 현상이 이어지고 있으나 여전히 많은 이들은 인문학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인문학을 배워야 한다고 말한다. 한 교수는 “인문학은 읽기, 말하기, 생각하기, 소통하기와 같은 기초 소양이기에 그 자체로 가치 있는 것이다”며 “비판적이고 창의적인 사고력을 기르기 위해선 인문학을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인문학은 인류정신의 보고이므로 인간과 사회, 그리고 문화에 대한 성찰을 가능하게 한다”며 인문학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올드보이>의 박찬욱 감독과 <괴물>의 봉준호 감독은 우리나라의 대표 영화감독이다. 많은 이들은 박찬욱과 봉준호처럼 유명 감독이 되기 위해서는 영화 혹은 콘텐츠와 관련된 실용·융합학과에 진학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들은 각각 철학과 사회학을 전공한 인문학도였다. 그들의 다양한 지적 배경이 작품세계에 큰 영향을 끼친 것이다. 실제로 실용·융합 학문의 추구에 의해 나타난 ‘컨텐츠’학과는 학과 통폐합이 진행되는 와중에도 신설되고 있는 인기학과이다.그러나 기초순수학문인 인문학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박찬욱, 봉준호 감독의 작품이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것을 보면 신설된 실용·융합학과가 아닌 인문학의 힘을 느낄 수 있다.

  현대사회가 추구하는 발전이나 개발의 가치는 인문학과 동떨어져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배아복제기술의 출현과 함께 등장한 생명 경시 풍조 같은 공학 윤리문제는 인문학의 부재에 의해 나타난다. 인류 정신의 보고인 인문학에 관심을 갖고 이를 소중히 여겼을 때 우리사회가 더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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