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속 여성이야기 '얼굴이 못생겨서 미안해'
영화속 여성이야기 '얼굴이 못생겨서 미안해'
  • 김민정 기자
  • 승인 2004.04.18 00: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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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은 못 생기면 마치 죄라도 지은 듯 부끄러워하며 반성해야 하는 세상이다. 여자는 정말 얼굴을 뜯어먹고 사는 것인지 예쁜 외모가 좋은 성격이나 똑똑한 머리 따위는 가뿐히 이겨 버리니 말이다. 때문에 여성들은 조금 더 높은 코와 잘룩한 허리가 자신의 삶을 행복하게 해 줄거라 믿어 의심치 않고 하루하루 외모 가꾸기에 온갖 정성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토드 솔론즈 감독의 영화 <인형의 집으로 오세요, 1995>는 이러한 우리의 현실을 냉정하고도 객관적으로 보여 주는 영화이다. 작고 뚱뚱한 몸집에다가 도수 높은 안경까지 ‘왕따’의 조건을 두루 갖춘 중학교 1학년생 돈은 학교에서나 가정에서나 언제나 미운오리새끼 취급을 받는 외톨이이다. 학교에 가서는 마음놓고 앉아 점심을 먹을 자리도 없을뿐더러 레즈비언이라는 놀림을 받고 선생님에게도 이미 미운 털이 박힌 지 오래다. 집에서는 귀여운 외모에 분홍색 발레복을 입고 하루종일 춤추며 돌아다니는 여동생에게 가족의 사랑을 빼앗겨 버린 그녀는 그 누구에게도 관심을 받지 못하는 존재인 것이다. 감독 역시 그녀에게 관대하지 않다. 때문에 토드 솔론즈 감독은 사춘기 소녀의 방황과 성숙을 그린 이 영화의 마지막을 미운 오리 새끼에서 백조로 탈바꿈하는 돈의 모습이나 친구와 가족간의 화해로 애써 행복하게 그리지 않는다. 조금도 달라지지 않은 돈은 여전히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고 집에서 동생과 오빠에게 치인 채 하루 하루를 살아야 하는 것이다.
 상황이 이쯤 된다면 추녀들은 정말 열 받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내가 예뻐질 수 없다면 차라리 예쁜 것들을 모두 없앤 후 평등한 세상을 만드는 것이 더 현명하지 않을까? 하는 위험한 생각까지 하게 된다. 미구엘 바르뎀 감독의 <어글리 우먼>은 이렇게 못생긴 외모 때문에 사람들로부터 철저히 고통 받은 한 여성이 무차별적으로 미인들을 살해하여 세상에 복수한다는 내용의 영화이다. 단순히 겉모습이 아름답지 못한 이유 때문에 친구와 남자 사회로부터 받은 외면이 결국 그녀의 마음을 병들게 한 것이다. 전신 성형 수술을 한 뒤 그녀는 모델로 활동하는 등 완벽한 겉모습으로 태어나게 되지만 이미 병들어 버린 그녀의 마음은 증오와 미움만이 남아 진정한 어글리 우먼이 되고 말았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가장 이상적인 답안 역시 영화에서 찾아야 한다면 단연 <뮤리엘의 웨딩>이 아닐까 싶다. 역시 못생기고 뚱뚱한 외모로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했던 뮤리엘은 자신이 사람들로부터 인정받고 사랑 받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을 결혼이라 정의를 내린다. 때문에 뮤리엘은 무기력하고 타인으로부터 인정받지 못하는 자신을 버리고 마리엘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태어난다. 그리고 그녀의 국적만을 필요로 하는 스포츠 스타와 사랑도 없는 결혼을 하게 된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과 가장 닮아있는 어머니의 자살 소식을 접한 뒤 곧 자신이 아닌 타인으로 살아가는 인생이 절대 행복할 수 없음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결국 마리엘에서 뮤리엘로 자신을 되찾게 된다.
 초라하고 보잘 것 없는 나, 내 자신이 너무 싫어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철저하게 다른 외모로 변신하고 이름까지 바꿔가며 새로운 인생을 살아간다고 쳐보자. 과연 행복할 수 있을까? 행복하다고 해도 그것을 느끼는 주체가 나인지 아니면 껍데기인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무리 마음에 들지 않는 내 모습이라도 나를 인정하는 것이야 말로 외모로 평가하는 세상에 당당히 맞설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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