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 속에 성별정치학이 숨겨져 있다고?
화폐 속에 성별정치학이 숨겨져 있다고?
  • 여성인물을 화폐에!시
  • 승인 2004.04.18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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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폐, 돈은 매일 매일 우리의 일상 속에 아주 가까이 있다. 너무나 가까워서 한편으로 무심히 사용되는 돈, 그 속에 은밀히 작동되는 성별정치학이 숨어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사용되고 있는 화폐는 7가지 종류로, 4종류의 동전과 3종류의 지폐로 되어 있다. 이들 화폐 속에는 각종의 도안이 들어 있는데, 학, 벼, 다보탑, 그리고 역사적 인물 초상이 그것이다.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지만, 화폐 속에 들어 있는 인물은 이순신 장군, 퇴계 이황, 율곡 이이, 그리고 세종대왕이다. 이들이 행한 역사적 업적에 대해서는 의의가 없지만 그러나 남자인물 일색이어서 한편 여성들을 실망하게 한다. 우리의 긴 역사적 도정에 여성들의 기여가 적지 않았건만 아쉽게도 여성인물의 모습을 우리 화폐 속에서는 볼 수가 없다.
 일반적으로 각 나라의 화폐도안에는 그 나라를 대표하는 역사적 인물이 많이 들어 있다. 인물초상이 화폐의 도안으로 주로 쓰이는 이유는 다른 소재에 비해 자기나라를 대표하는 상징성을 가장 압축적이고 쉽게 대내외적으로 표현할 수 있고, 사용된 인물의 위엄과 업적이 화폐의 품위와 신뢰를 높여주기 때문이라고 한다. 인물을 화폐의 도안으로 사용하는 이유가 이러하다면 반만년 긴 역사의 한 축을 떠맡아 왔던 여성들을 위해 여성인물도 화폐 속에 마땅히 새겨져야 한다.
 외국의 경우는 이미 그 나라를 대표하는 여성인물이 들어간 화폐를 사용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여성해방운동가인 수잔 앤소니 초상을 화폐도안으로 사용하고 있고, 프랑스는 퀴리부인, 노르웨이는 플라크 스타, 이스라엘은 메이어 수상의 인물 도안을 화폐에 사용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도 2004년 화폐 도안 개정 시, 파격적으로 ‘여성’ 소설가 히구치 이치요의 얼굴을 화폐에 넣기로 결정하여 우리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화폐 속에 여성인물을 넣는 것이 여성의 지위향상에 무어 그렇게 중요할까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여성들의 기여와 그들의 사회적 가치를 공정하게 평가해주는 한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고 생각된다. 지금까지 사회·경제·문화 등에서 모든 상징과 권력을 남성들이 독점해왔다. 하지만 여성들이 권력에서의 소외와 배제에 대해 눈뜨게 되고, 그에 대한 의식이 성장하면서 일부에서 미미하나마 권력의 분배가 이루어지고 있다. 미처 잘 인식하지 못했지만, 국가의 상징 중 하나인 화폐에 여성인물을 넣는 것은 상징을 통한 성별권력의 분배라는 측면에서 현재와 미래의 여성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클 것이다.
 단체를 만들고 활동해 온 시간은 길지 않지만 <여성인물을 화폐에! 시민연대>는 그동안 적지 않은 일을 해왔다. 여성단체의 행사마다 거의 대부분 참여하여 서명운동과 홍보를 계속하며 이 운동의 당위성을 외부로 알리고 있다. 앞으로 우리단체는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서명운동과 홍보를 지속적으로 전개하는 한편, 적절한 여성인물 선정을 위해서 사학자들을 초청하여 심포지움과 학술제를 열 계획을 가지고 있다. 최근 들어 고액환 발행과 디노미네이션에 대한 논의가 일면서 여성인물을 화폐에 넣어야 한다는 우리단체의 주장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고 공감을 표시한다. 우리단체가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활발히 활동하고 그를 통해 여성들의, 더 나아가 남성들의 우호적인 반응까지도 집적해나가면 머지않아 여성인물을 화폐 속에서 볼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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