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팍 VS 에미넴 세기의 랩 배틀
투팍 VS 에미넴 세기의 랩 배틀
  • 아하프레스 웹 에디터
  • 승인 2004.04.18 00: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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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볼링 포 컬럼바인’에서 마클 무어 감독은 미국의 2억 8천만 인구가 정부와 언론, 기업이 조장하는 공포의 세계에 길들여져 정복의 역사를 시작으로 끊임없이 적을 만들고 죽이고 있다는 사실을 폭로 한다. 미국인들의 적은 외부에만 존재하지 않는다. 그들의 적은 그들 자신에게 향하기도 하는데, 그것은 바로 미국의 건장한 흑인 남성들이다.
 흑인에 대한 무차별 적인 공격을 감행했던, 백인우월주의 단체 KKK의 공포를 이어받은 언론은 연일 흑인들의 범죄를 보도한다. 실제로 백인들의 범죄율이 더 높은데도 말이다. 미국 사회에서 건장한 흑인 남성으로 살아간다는 것. 그것은 범죄 용의자로서의 삶을 의미한다. 언제 어디서 범죄를 당할지 모르는 위험을 안고 살아가는 한국 사회 여성으로서 미국 흑인 남성들이 느끼는 무형적이고 일상적인 설움은 충분히 공감이 된다.
 백인 지역에 출입을 금지 당한 이 범죄 용의자들은 할렘이라는 고립 지역에 서 블루스, R&B, 힙합이라는 자신들만의 문화를 만들어 간다. 그중에서도 백인들에 대한 분노, 자신들의 처지에 대한 자각을 담은 힙합은 다른 종류의 음악과는 달리 공격적인 성향을 갖는다. 특히 미국 서부 지역의 랩은 범죄에 대한 찬양과 성폭력을 찬양하는 내용의 랩을 거침없이 풀어냈다.
 이른바 갱스터 랩이라 불리우는 미국 서부의 랩퍼 중 가장 주목할 만한 사람은 투팍(Tupac Shaker)이다. 투팍은 흑인과격 단체인 블랙 팬더의 일원이었던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저항의 이미지로 부각된다. 그는 갱스터 랩퍼답게 총기사고로 죽음을 맞이했다. 그의 랩은 갱스터 랩의 주된 특징인 폭력적인 가사를 기반으로 한다. 그러나 그가 실제로 폭력과 위법을 찬양했는지는 의문이 든다. 왜냐하면 그의 사후에 출판된「콘크리트에서 핀 장미」는 부드럽고 따뜻한 그의 서정성을 보여주며 갱스터 랩퍼로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 책의 왼쪽에는 원문을 오른쪽에는 번역문을 실려 있어 투팍이 정성스레 써내려간 시들의 라임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이 책을 읽다보면 속사포처럼 쏟아지던 생전의 그의 랩은 사라지고 차분하고 명료하게 고양된 그의 정신세계가 반영된 랩이 들려온다. 그는 랩을 통해 거만하고 무분별하게 자신의 삶을 내뱉었지만 그것은 그의 전부가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투팍을 존경하고 그의 적자가 되고 싶어 하는 에미넴의 이야기가 들어있는 「Eminem : Angry blonde」는 「콘크리트에서 핀 장미」와는 완연하게 다르다. 이 책은 에미넴의 랩을 번역하고 에미넴이 곡의 창작과정을 설명한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에미넴의 거친 랩, 특히 여성에 대한 비하가 눈에 거슬릴 정도로 여과되지 않은 채 보인다.
 책을 읽다보면 에미넴을 분노하게 만들었던 치사량의 가난이 이해도 가지만 남들보다 더 잘 살게된 지금 그는 왜 다른 랩퍼들을 공격하는 디쓰(diss : 타인에 대한 비난으로 랩핑하는 것 )만을 줄기차게 해 나가고 있는가 하는 의문이 든다. 물론 그의 히트곡은 사담 후세인을 비난하고 일부 정치인들을 조롱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가 인종 차별 혹은 자신이 경험한 인종적 역차별과 가난에 대해 어떤 실천을 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물론 그의 이러한 음악 작업이 갱스터 랩이 가진 구조적 문제적 문제라는 것은 이해할 만 하다. 그러나 모든 것이 변하듯 그의 랩도 이전과는 달라져야 하는 것 아닌가?
 번역문만 있는 책의 편집도 아쉬움이 남는다. 물론 원문이 책 뒤편에 실려 있긴 하지만 그것을 일일이 비교하는 것은 수고스럽다. 랩은 라임이 중요하다. 따라서 라임을 직접적으로 느낄수 있도록 책의 편집이 이루어 져야 했을 것이다. 방대한 리퍼런스와 에미넴과 관련된 소소한 이야기들은 재미를 주기도 하지만 여러 가지로 아쉬움이 많이 남는 책이다.
 투팍과 에미넴의 랩 배틀에서는 투팍의 완승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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