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남이 된 男과 女
남남이 된 男과 女
  • 오슬 기자
  • 승인 2015.10.06 15: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메갈리아의 등장과 수면 위로 드러난 여성 혐오

  한국 여성을 ‘김치녀’라 부르며 여성이라면 무차별 폭격을 가하는 여성 혐오 현상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메갈리아’라는 온라인 커뮤니티가 등장해 남성들의 여성 혐오에 대대적으로 대항하고 있다. 그러나 대항 방식이 이전과는 달라 이들의 움직임에 주목하는 이들이 많다. 여성을 혐오하는 세상에 메갈리아는 어떻게 대항하고 있는지 알아봤다.


 

페이스북에서 운영 중인 '김치녀' 페이지다. 해당 페이지에는 소수 여성의 '무개념' 언행을 일반화시켜 여성 혐오성 글을 게시한다. 현재 페이지 좋아요 수는 16만 건을 넘는다.  출처 / 페이스북 김치녀 페이지 캡처

  우리사회에 만연한 여성 혐오
  ‘된장녀’, ‘김치녀’, ‘김여사’, ‘맘충’과 같이 현 사회에서는 이처럼 여성을 비하하는 단어가 아무렇지 않게 쓰이고 있다. 심지어 이를 유머로 즐기는 사람도 적지 않다.  남자의 재력에 기대려고만 하는 여성을 비하하는 단어 ‘김치녀’는 어느새 한국 여성 전체를 일반적으로 표현하는 말이 됐다. 김치녀뿐만이 아니다. 운전이 서툰 여성을 ‘김여사’라고 부르거나 아이를 데리고 외출하는 엄마들을 통틀어 ‘맘충’이라 부르는 일이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무개념’ 행동을 하는 여성들은 극히 일부다. 현실에서는 보기 드문 소수의 문제가 모든 여성의 특징으로 일반화 됐고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여성을 비하와 혐오의 대상으로 받아들이게 됐다. 실제로 페이스북의 여성 혐오 페이지‘김치녀’는 많은 팔로워를 누린 채 버젓이 운영 중이다. 이는 여성 혐오에 동조하는 이들이 생각보다 많음을 보여준다.  

 
메갈리아는 어디서 왔나
  지난 6월 메르스 의심 환자였던 우리나라 여성 두 명이 홍콩에서의 격리를 거부하고 탈출했다고 알려져 큰 비난을 받았다. 그러나 비난은 논점에서 벗어나 강한 여성 혐오로 변질됐다. 많은 남성 네티즌들은 “한국 망신은 역시 김치녀가 다 시킨다”며 우리나라 여성들을 비난 대상으로 삼았다. 심지어 두 여성은 신상정보까지 인터넷에 공개돼 조롱거리가 됐다. 

  그러나 이후 이 사건은 의사소통상의 오해가 있던 것일 뿐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많은 여성들이 그동안 두 여성에게 가해진 비난에 크게 격분했다. 당시는 개그맨 장동민의 여성 비하 발언이 한 차례 논란이 된 시점이었기 때문에 ‘홍콩 여성 격리 거부 사태’에 대한 여성들의 분노는 더욱 거셌다. 또한 메르스 감염환자 중 유독 여성에게만 무차별적 비난이 가해진 것 역시 문제였다. 이에 많은 여성들이 여성 혐오 발언이 많았던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의 메르스갤로 향했으며 그곳에서 여성인권신장운동을 시작했다.  이들은 현재 ‘메갈리아’라는 사이트를 개설해 꾸준히 활동을 이어나가는 중이다. 

  여성 혐오를 혐오한다
 메갈리아란 ‘메르스갤’과 노르웨이 소설 ‘이갈리아의 딸들’의 합성어다. 이 소설은 남성과 여성의 사회적 위치가 뒤바뀐 사회를 설정하고 있다. 메갈리아 사이트 유저들은 스스로를 ‘메갈리안’이라고 칭하며 이 소설의 설정처럼 성차별의 주체를 바꿨다.

  메갈리안들은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이라는 방식을 취하며 혐오에는 혐오로 맞서기 위해 미러링(mirroring)을 시작했다. 그동안 여성들에게 가해졌던 남성들의 혐오 발언을 거울처럼 복사해 남성들에게 되돌려주는 것이다. 이들은 남성을 대상으로 성적인 비하 발언을 하는가 하면 일베에서 쓰이는 은어와 비속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여성의 신체를 비하하는 글을 퍼와 ‘여성의 가슴’을 ‘남성의 성기’로 바꿔 게시하거나 남성들이 여성을 조롱하기 위해 사용하는 ‘김치녀’ ‘아몰랑’이라는 말을 ‘김치남’ ‘아 어’로 바꿔 표현한다. 페이스북 페이지 ‘메갈리아4’의 운영자는 “미러링의 의도는 우리사회 구성원들이 여성 혐오 문제를 인식하고 직면하게 만드는 것이다”고 말했다.

  한국 남자와 벌레의 합성어인 ‘한남충’과 ‘한국남자가 또’의 준말인 ‘한남또’는 메갈리아에서 흔하게 쓰이는 단어다. 이는 주로 남성 범죄 뉴스와 함께 ‘한남충이 또! 조건만남 여중생 살해’ 등의 글로 게시된다. 메갈리안은 “일부 남성의 사례를 일반화시키지 말라”는 남성들의 항의를 받거나 남성 혐오 집단이냐는 소리를 듣기도 한다. 이에 메갈리아 운영자는 “김치녀라는 단어가 현재 한국 여성 전체를 나타내는 말이 됐듯이 일부만 욕하는 것이 실은 집단 전체에 대한 혐오라는 것을 그들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여성 혐오를 남자들만 하는 게 아닌 것처럼 여혐혐(여성 혐오에 대한 혐오)도 여자들만 하는 것이 아니다”며 “남성들 역시 여성 혐오에 의해 피해를 받았다면 여혐혐에 참여할 계기가 충분하다”고 남성 혐오 활동과 다름을 밝혔다.

  코르셋을 벗어던진 여성들
  ‘여자답다’라는 말을 들었을 때 우리사회가 떠올리는 단어는 연약, 단정, 조신 등이 있다. 메갈리안들은 이러한 관념들도 부정한다. 이들은 지금껏 많은 여성들이 코르셋을 조이듯이 사회와 남성에 의해 정해진 기준에 스스로를 맞춰왔다고 말한다. 이제 이들은 ‘여성다움’이 아닌 ‘나다움’을 실현하고자 한다.

  현재 메갈리안들은 여성인권신장을 위한 실질적인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지난달 여자 샤워실 몰카 사건이 터진 후 몰카 근절 캠페인과 서명운동을 벌였다. 또한 성인잡지 맥심이 여성 납치를 연상시키는 화보를 싣자 이에 대항했고 결국 맥심이 해당 잡지를 전량 폐기하는 결과를 이끌어냈다. 이와 더불어 ‘행동하는 메갈리안 기부팔찌’로 수익금을 모아 500만 원을 미혼모센터 ‘애란원’에 기부했으며 여성이란 이유로 겪은 불편과 혐오를 당당히 드러내는 ‘천하제일 프로불편러 대회’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페이스북의 ‘김치녀’ 페이지는 과격한 여성 혐오성 글이 게시되지만 여전히 인기리에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메갈리아 페이지는 벌써 세 번의 삭제를 당하고 네 번째 페이지가 개설된 상태다. 메갈리아 운영자는 “이런 사건들은 오히려 사람들이 더욱 분노하고 응집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며 “설령 페이지가 없어지더라도 이미 불편함에 눈 뜬 여성들은 다시 눈 감지 않을 것이고 결국 변화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메갈리아의 활발한 활동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많이 생겨나기도 했지만 이들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같은 여성들마저 이들의 미러링이 과한 폭력성을 띠고 있다고 말한다. 혐오에 혐오로 대응하는 것은 또 다른 폭력을 낳을 뿐이며 이성간의 갈등만 심화시킨다는 우려다.

  메갈리아를 향해 누구는 통쾌하다며 박수를 보내고 누구는 진흙탕 싸움이라며 거부감을 보인다. 많은 사람들이 이 낯선 상황에 당혹스러워 하며 이것이 여혐과 여혐혐의 싸움인지, 여혐과 남혐의 싸움인지 헷갈려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대대적이고 공공연한 여성인권운동이 일어났다는 점에서 많은 이들의 주목을 끌고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도봉구 삼양로144길 33 덕성여자대학교 도서관 402호 덕성여대신문사
  • 대표전화 : 02-901-8551, 8558
  • 청소년보호책임자 : 고유미
  • 법인명 : 덕성여자대학교
  • 제호 : 덕성여대신문
  • 발행인 : 김건희
  • 주간 : 조연성
  • 편집인 : 고유미
  • 메일 : press@duksung.ac.kr
  • 덕성여대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덕성여대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ess@duksung.ac.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