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24시간 한복 체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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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혜원 기자
  • 승인 2015.10.06 15: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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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도시에서 전통을 입다

유행을 좇아 옷을 입다보니 우리의 아름다운 전통의상 한복은 일상생활에서 점차 잊히고 있다. 생활한복과 같이 현대인들의 생활에 맞춰진 한복이 있긴 하지만 한복에 대한 관심을 예전처럼 되돌리기란 쉽지 않다. 이에 기자는 하루 동안 직접 한복을 입고 생활하면서 한복이 갖는 장단점과 한복만이 가진 매력에 대해 알아봤다.


  한복 체험 당일, 기자는 전날 대여한 한복을 꺼내 입었다. 태어나서 처음 입어보는 한복에 마음이 두근거렸다. 그런데 얼마 못 가서 난관에 부딪혔다. 치마와 저고리 매듭짓는 법을 계속 잊어버려 인터넷에 검색해 동영상을 보며 따라해야 했다. 우여곡절 끝에 한복을 입었지만 생각보다 저고리의 감촉이 거칠어 약간 불편했다.

사진/오슬 기자

  한복을 다 입은 기자는 경복궁에 가기 위해 집 밖을 나섰다. 한복을 입으면 우아하게 거리를 걷겠노라 다짐했던 기자였지만 막상 거리에 나오니 민망함에 걸음이 빨라졌다. 주변을 의식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동네 주민들이 기자를 쳐다보는 게 느껴졌다. 창피한 마음에 얼굴이 빨개졌는데 한 할머니가 “요새 한복 입는 처자는 보기 힘든데 아주 곱네”라고 말씀하셨다. 그 말에 용기를 얻은 기자는 당당하게 버스정류장까지 걸어갔다. 그렇게 지하철역까지 와서 계단을 내려가는데 자꾸만 치맛단이 밟혀 여러 차례나 넘어질 뻔했다. 한 아주머니께서 그 모습을 보셨는지 계단을 다 내려갈 때까지 밑단을 잡아주셨다. 이에 기자에게 점점 자신감이 생겼고 지하철 안에서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져도 주눅 들지 않게 됐다.

사진/오슬 기자

  경복궁에 들어서자 많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러다 한 중국인 여성과 눈이 마주쳤는데 갑자기 그녀가 기자에게 다가오더니 함께 기념사진을 찍자고 요청했다. 얼떨떨하면서도 신기해 그녀의 요청에 흔쾌히 응했다. 기념사진을 찍고 나니 그걸 지켜본 또 다른 외국인 관광객들도 같이 사진을 찍자고 다가왔다. 기자는 순간 한복 홍보대사가 된 것만 같아 열심히 촬영에 임했다. 경복궁에는 기자 외에도 한복을 입은 사람들이 꽤 있었다. 사극에서만 보던 장면을 실제로 보는 것 같아 신비로웠고 한복과 고궁의 아름다운 조화에 넋을 놓고 구경했다.

  기자는 경복궁을 돌아다니다 허기가 져 근처 식당으로 향했다. 식당에 오자마자 식당 주인은 기자에게 오늘 무슨 특별한 날이냐고 물어보면서 한복이 예쁘다고 칭찬했다. 뿌듯함에 식당 밥이 더 맛있게 느껴져 밥그릇을 깨끗이 비웠다. 온종일 한복을 입고 돌아다녀 보니 치맛단이 길고 치마의 품이 커 동적인 활동을 하는 데에는 제약이 있었다. 그러나 그 덕분에 오히려 몸가짐을 우아하게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또 계속해서 사람들의 시선을 받아보니 그 시선이 결코 부정적 의미가 아니라 호기심과 흥미의 시선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기자를 보며 누군가도 한복을 입고 싶다는 생각을 했으면 좋겠고 그런 생각이 전파돼 한복 문화를 널리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앞으로 한복이 과거의 위상을 되찾아 한복 그 자체로 더 빛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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