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마음의 진정한 벗인 '쾌활한 천재' 소동파 평전
내마음의 진정한 벗인 '쾌활한 천재' 소동파 평전
  • 사학과 남동신교수
  • 승인 2004.04.18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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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때로는 자기 자신도 이해하지 못하는데, 하물며 남을 이해함에 있어서랴. 그런데 여기 나보다 더 나를 이해하는 사람이 있으니, 소동파와 임어당의 관계가 바로 그렇다. 해학을 즐겨 구사한 저자답게 영어로 출간된 원서의 타이틀은 'The Gay Genius(쾌활한 천재)'였다. 아내와 함께 내게 시집온 이 책을 어느날 무심코 펼쳐들었으며, 그날 이후 늘 가까이에 두고 수시로 펼쳐보게 되었다. 읽은 회수로야 삼국지를 따라갈 수 없고 교훈을 얻기로야 사서삼경만 못하지만, 나의 삶에서 진정한 '마음의 벗'이 되었다. 언젠가 원효평전을 집필하면서 이 책을 다시 한번 정독하게 되었는데, 그때 나는 소동파보다 더 소동파를 이해하는 임어당에 감탄을 금할 수가 없었다. 임어당은 소동파의 문장에 대하여, "한 개인의 문체는 바로 그 사람 영혼의 자연스런 분출이다"라고 평하였는데, 이 말은 저자 자신에 대하여도 적용된다. 임어당은 중국 근대를 대표하는 문호로서 '생활의 발견'을 비롯한 그의 수필은 일찍부터 우리나라 식자층의 사랑을 받아왔다. 임어당이 소동파의 매력을 이야기 하면서 그의 천재성을 언급하곤 하는데, 그런 천재성을 우리가 자연스럽게 느끼도록 표현하였다는 데에 임어당과 이 책의 매력이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여기에 덧붙여 번역자가 소동파 시의 원문을 찾아서 제시한다든가, 전거자료를 일일이 주로 제시하는 등의 일은, 좀더 전문적인 내용을 추구하는 독자에 대한 사랑이 없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이 책은 모두 4편 28장으로 나누어 시인이자, 화가이자, 관리이자, 학자이기도 한 소동파의 생애를 시간순으로 기술하고 있으므로, 처음부터 차례대로 읽는 것이 좋다. 그러나 두 번째부터는 내키는 대로 펼쳐지는 대로 읽어도 무방하다. 어디에서나 임어당의 붓끝을 통하여 되살아난 소동파가, 밤이 깊도록 달빛 아래 전원을 산보한다든가, 술잔을 마주들고 친구들과 수다를 떨며 쾌활하게 웃는다든가, 아니면 음식물에 잘못 들어간 파리를 내뱉듯이 즉각 시정을 비판할 것이다. 그 때마다 우리 자신도 덩달아 열정, 통렬함, 풍요로움, 쾌활함, 다정다감 등등에 젖어드는 행복을 느낄 것이다. 물론 이러한 느낌은 매우 주관적이어서, 다른 사람도 그렇게 생각할런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적벽부(赤壁賦)」를 읽고 그 분위기에 젖어본 사람이라면, 아마 이런 기분을 십분 이해할 것이다. 소동파의 말대로, 우주만물은 각각 주인이 있지만, 강 위로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과 동산위로 솟아오르는 밝은 달빛은 누구나 즐길 수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천지만물이 생동하는 이 봄날에 ‘쾌활한 천재’와 더불어 마음의 산책을 즐기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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