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변화하는 지도 위에서
[사설] 변화하는 지도 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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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10.06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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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화를 좋아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특히나 급격한 변화를 부담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변화에 대한 이러한 두려움은 단지 소심해서가 아니다. 자신의 행동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 것인지가 분명해 현재의 상황을 바꾸지 않으려는 성향은 스스로의 이익을 추구하는 가장 합리적인 사고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현재의 상황을 고수하는 것으로 변화를 요구하는 현실의 흐름을 극복할 수 있을까? 장기적으로 본다면 이러한 노력은 대부분 실패한다는 것이 진화경제학 분야의 결론이다. 불명확한 새로운 기준보다 명확한 기존의 기준을 맞추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단기적인 성과에는 기여하지만 그러한 노력이 오히려 다른 이들을 변화하게 만드는 이유가 된다. 가령 인구가 감소하는 원인은 육아에 들어가는 비용과 노력이 높기 때문이고 이는 현대사회에 사람들이 잘 적응한 결과이다. 반면 감소된 인력에 효율적으로 적응하기 위해 기업은 자동화와 유연화를 통해 고용을 감소시키려 한다. 이는 결과적으로 육아에 대한 상대적인 부담을 증가시켜서 인구의 감소를 가속화시킨다. 결국 주어진 환경의 제약을 감내하고 현상을 유지하려는 노력 때문에 그 변화는 더 가속화된다.

  반대로 기존의 기준을 탈피하여 남보다 빠르게 새로운 기준으로 도약을 시도하는 것이 좋을까? 혁신적인 변화는 언제나 높은 ‘변화비용(change cost)’을 요구하는데 백여 년 이상의 산업자료로 수백 편의 논문을 발표한 조직생태학 분야의 연구결과는 이러한 변화비용의 위험성을 경고한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대부분의 기업은 십 년을 넘기지 못하고 망하는데, 그중 일부는 환경의 제약 속에서 과거의 사업 패턴을 고집하기 위해 효율성만을 추구하다가 천천히 망하고, 나머지는 변화하는 환경에 대응한다며 성급하게 혁신을 시도하다가 하루아침에 망해버린다.결국 변화에 대응하는 방법에 정답은 없다. 단지 성공을 추구하는 올바른 비전과 적절한 계획을 통해 그 성공가능성을 높이는 것만이 최선이다. 따라서 변화하는 방향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비난하고 외면하는 것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빠른 시일 내에 혁신을 달성해야 한다고 조급해 하는 것 역시 그다지 쓸모가 없다. 새로운 환경을 위한 혁신은 불확실한 미래를 추구하는 것이다. 성공이 보장된 혁신을 추구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며 혁신을 시도한다는 것만으로 잘하고 있다고 오해해서도 안 된다. 

  우리가 가진 지도는 계속 변하고 있다. 지금까지 있던 길은 사라지고 새로운 길이 만들어지는 중이다. 가만히 앉아만 있다면 길과 함께 사라질 수 있지만 무작정 새로운 길로 달리다가는 낭떠러지로 추락할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는 방법은 하나뿐이다. 꾸준히 효율적인 길 찾기를 계속하는 것. 그러나 성급하게 차를 몰지 않는 것. 두 가지의 미묘한 균형을 유지하는 것만이 변화하는 지도 위에서 올바른 길을 찾는 방법일 것이다. 하물며 자신의 주장만을 고집하고 자신과 다른 의견은 고려하지 않으려는 자세는 어떤 경우에도 성공적인 결과를 이끌어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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