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술 풀리는 학술] 무궁무진한 게임의 세계
[술술 풀리는 학술] 무궁무진한 게임의 세계
  • 김승욱 서강대학교 컴퓨터공학과 교수
  • 승인 2015.11.09 22: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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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영화 <뷰티풀 마인드 (A Beautiful Mind, 2011)>
  영화 <뷰티풀 마인드>는 미국의 수학자 존 내시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존 내시는 게임이론에 대한 새로운 분석으로 ‘게임이론의 아버지’라 불린 인물이지만 사실 그는 50년 동안 정신분열증에 시달렸다. 그러나 그는 아내의 헌신적인 사랑으로 이를 이겨내고 게임이론 발전에 공로를 세워 1994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게 된다. 그는 게임이론을 어떤 방식으로 분석했을까? 그에 앞서 게임이론이란 무엇이고, 게임이론은 이제까지 어떻게 발전돼왔을까?

  일생을 살다보면 우리는 자신의 행동뿐만 아니라 타인의 행동까지 고려해서 결정을 내려야 할 경우를 수없이 보게 된다. 이러한 경우의 공통점은 상호간의 행동이 서로 영향을 주는 관계이며 이러한 상황을 게임이 있는 상황(game situation)이라고 한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게임적인 상황이란 나의 선택이 타인에게 영향을 미치고 그로 인한 타인의 행동 변화가 다시 나의 결과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상황을 말한다. 결국 행동의 결과가 상호의존적인 상황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상대방의 행동에 대한 예측이나 기대를 바탕으로 나의 행동을 결정하는 전략적 행동이 합리적인 행동이 된다. 다양한 예로 확장시켜 볼 때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게임의 상황에 참여하고 있고 인간의 사회적 행태와 경제사회의 현상을 파악하는 데 게임적인 상황을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함을 알 수 있다. 게임이론이란 이러한 게임이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합리적으로 전략적인 행동을 취해야 하는 것인가를 연구하는 합리적 행동에 관한 것이다. 게임이론에서는 이해가 대립되는 상황에서의 합리적 행동을 기준으로 종래 생각해오던 최적화의 원리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접근방식을 제안하고 있다. 게임이론 그 자체가 수학을 기반으로 사회과학적 방식의 답을 찾아가는 형식을 취한다.

  기원전부터 적용된 게임이론
  게임이론의 기원은 기원전 바빌로니아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당시 쓰인 바빌로니안 탈무드에서는 재산분배 문제에 대해 자세히 서술하고 있는데 최근 연구에서 탈무드에 나타난 상속에 관한 계약결혼 문제의 해법이 현대에 제안된 협력게임의 해법과 완전히 일치하다는 것이 증명됐다. 이와 함께 중국의 고문서들과 역사적인 각종 문헌들에서 게임이론의 기본개념을 적용한 많은 사례가 발견되고 있다. 이와 같은 이유는 게임이론이 지능적인 행동으로 직접적인 경쟁을 하는 인간의 활동과 연관돼 자신이 처한 상황을 게임모델로 구성해 적용해봄으로써 각자의 지능적 능력을 개선할 수 있으며 그로 인해 얻게 되는 이익을 평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임이론의 초석을 닦은
  존 내쉬의 내쉬 균형
  현대에 들어서 게임이론의 연구는 1944년에 폰 노이만과 오스카 모르겐슈테른에 의한 ‘게임이론과 경제적 행동-Theory of Games and Economic Behavior’이란 책의 출판을 기점으로 탄생한 것으로 여겨지며 그 기초는 폰 노이만의 1928년 논문에 기반한다. 이 책에서는 게임이 있는 상황에 대한 것과 함께 이전에 폰 노이만의 논문에서 다루었던 최소-최대화이론(Minimax theorem)으로 게임의 전략을 선택하는 방법을 설명하고 고정점 정리(Fixed point theorem)에 기반해 선택하게 되는 전략이 최적임을 증명함과 동시에 n명이 실시하는 정규형 게임과 게임이론에서 말하는 전략에 대한 정의, 제로섬 게임의 분석 등 게임이론의 기초개념과 분석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폰 노이만과 모르겐슈테른의 이론은 1948년 카네기 공학대학(현 카네기 멜론 대학)에서 프린스턴 대학원의 수학과에 입학한 존 내쉬의 박사논문에 의해 새로운 방향으로 전개된다. 폰 노이만과 모르겐슈테른은 제로섬 게임과 비(非)제로섬게임으로 게임을 분류했으나 존 내쉬는 비협조 게임과 협조 게임이라는 새로운 분류방법을 제시한다. 비협조 게임은 참가자가 다른 참가자와 대화나 담합하지 않으면서 서로 독립된 전략을 선택하는 게임인 반면 협조게임은 참가자가 다른 참가자와 실행 가능한 전략을 합의해 전략을 선택하는 게임이다. 내쉬는 비협조 게임의 해법으로 내쉬 균형(Nash Equilibrium)이라는 개념을 정의했다. 내쉬 균형점은 모든 참가자의 전략이 다른 참가자들의 전략에 대해 최적이며 다른 참 가자가 균형전략을 취하고 있는 한 어떤 참가자도 균형점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개념이다. 내쉬는 전략의 수가 유한한 n명의 게임에서는 확률적인 전략의 범위 내에 적어도 하나의 균형점이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했다. 내쉬 균형은 이후에 애로우(Kenneth Joseph Arrow)와 드브뢰(Gerard Debreu)가 완전경쟁 시장에서 일반균형(General equilibrium)의 존재를 증명하는 것에 큰 영향을 주었다.

  여러 학문에 적용되며
  급속한 진전 이뤄
  1950년대는 게임이론 연구의 황금기로 코어(core)의 기본개념과 확장형 게임, 가상게임, 반복 게임, 매칭게임과 샤플리 밸류(Shapley value) 등이 제안됐고 이 시기에 게임이론이 처음으로 철학과 정치학에 적용되기 시작했다. 1954년에 슈빅(Shubik)과 이삭(Isaacs)에 의해 개발된 다양한 게임모델들이 정치학에 적용됐는데 이는 국가간 군비경쟁의 이론적 배경이 됐으며 1955년에는 브라이스와이트(Braithwaite)가 철학에 처음 게임이론을 적용했다.
  1960년대에는 새로운 유형의 봉인입찰경매인 차가경매방식에 대한 이론적 근거가 제시됐고 모든 부분 게임에서 경기자들의 전략이 내쉬 균형을 구성한다는 부분게임완전 균형개념, 그리고 완전 정보와 베이지안 게임의 기본개념 등이 소개됐다. 이후 게임이론의 연구는 급속히 진전돼 메커니즘 디자인, 비선형 가격차별, 최적 경매, 공공경쟁에서 선호를 나타내는 문제, 그리고 협상모형 등에 활용됐고 완전 균형(perfect equilibrium), 축자적 균형(sequential equilibrium) 등 새로운 개념들이 많이 등장하게 됐다. 1970년대에 들어와서 게임이론은 생물학에 적용되기 시작한다. 스미스(Smith)는 진화 게임 모델과 진화안정전략(ESS)의 개념을 제안했고, 스펜서(Spence)는 구인시장에 적용 가능한 신호게임 모델을 제안했는데 이는 차후, 스크린 게임으로 확장됐다. 아우만(Aumann)은 게임모델에서 내쉬 균형보다 더욱 일반적인 해법인 상관 균형(correlated equlibrium)의 개념을 제안했다.

  게임이론의 다양한 적용
  앞으로도 기대돼
  게임이론은 1994년에 내쉬, 젤튼, 하샤니가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하면서 학문적으로 특별한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그 이후로 많은 게임이론가들이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다(1996년, 2001년, 2005년, 2007년, 2012년, 2014년). 1990년대 말, 게임이론은 이동 통신 산업에서 스펙트럼 대역사용을 위한 권한을 할당하는 경매를 디자인하는 데 실제로 적용돼 그 효율성을 입증 받았다. 오늘날에는 인간을 포함한 무인 경기자들(컴퓨터, 동물, 에이전트, 통신기기)을 위한 다양한 게임모델들이 개발돼 사용되고 있다. 이처럼 주로경제, 정치 분야에서 사용됐던 게임이론의 방법론들이 최근 들어 공학 분야의 여러 문제에 활발히 적용되면서 새로운 융합학문 분야를 창출하고 있다. 이제 게임이론은 단순한 이론으로 존재하기보다는 수많은 이론들과 융합돼 다양한 분야에 일반적으로 적용가능한 보편적인 방법론으로 진화했기에 게임 패러다임(game paradigm)이라 불린다. 게임이론은 자체적으로 존재하는 부분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적절한 도구로 이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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