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칼럼] 풍자와 자학의 목소리
[학생칼럼] 풍자와 자학의 목소리
  • 이지원(사학 3) 학생칼럼 위원단
  • 승인 2015.11.10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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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종 커뮤니티에 떠도는 ‘헬조선 지옥불반도 지도’를 본 적이 있는가? 대한민국의 상황을 풍자한 이 지도를 보면 사회에 대한 청년들의 감정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옛 전통사회의 관료들은 민심을 파악하기 위해 백성들 사이에서 불리는 민요를 수집했다지만, 다양하고 복잡한 현대사회에서는 각종 신조어를 통해 사회를 바라보는 청년들의 생각과 정서를 어느 정도 읽을 수 있다. 요즘 인터넷을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이러한 신조어를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는데 특히 헬조선이라는 단어는 더욱 눈에 띈다. 헬조선은 지옥이라는 뜻의 헬(Hell)과 조선의 합성어로 한국이 지옥에 가깝고 전혀 희망이 없는 사회라는 뜻이다. 청년실업 문제, 우리 사회의 지나친 경쟁구도, 경제적 불평등, 정부에 대한 불신 등을 풍자하며 새롭게 등장했다. 이 외에도 ‘인구론’ (‘인문계 졸업자는 구십 퍼센트가 논다’의 준말), ‘수저 계급론’ 등 한국 사회를 풍자하는 단어들이 연이어 생겨나면서 사회에 대한 비판과 자조의 목소리는 커져만 가는 실정이다.

  사회에 대한 자조의 목소리는 이민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포털 사이트에서 헬조선에 대해 검색을 하면 이민이 연관검색어로 꼬리표처럼 붙고, 헬조선 현상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88%가 이민을 생각했다고 답을 했을 정도다. 이러한 현상은 대부분 우리 사회에 대한 비판에서 시작된다. 한국 사회는 개인에게 ‘경쟁심’, ‘노력’ 등을 끊임없이 요구하지만 이에 대한 대가가 과연 정당한지에 대한 의구심을 갖게 하기 때문이다. 여전히 경제적 불평등이 사라지지 않는 현실에서 ‘한국에서 열심히 노력해봤자 뭐가 되겠느냐’는 무기력함이 청년들을 지배하고 있다. 그래서 청년들은 좀 더 부의 재분배 시스템이 잘 돌아가고 경쟁이 덜한 곳으로 가서 삶의 터전을 잡는 꿈을 꾸곤 한다. 이에 대해 단순히 청년들의 나약함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지적하는 건 무리가 있다고 본다.
 
  요즘 세상이 돌아가는 것을 보면 ‘바람 잘 날 없다’는 말이 떠오른다. 바람 잘날 없는 한국 사회에서 사회구성원은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와 같다. 그러나 미래에 대한 불안감 속에 청년세대는 누구보다 더 흔들리고 있을지 모른다. 이것이 헬조선과 같은 신조어를 단순히 인터넷 상에서 떠도는 유행어로 치부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이러한 풍자와 자학의 신조어들은 사회에 대한 청년세대의 비판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이야말로 현재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사회의 진실된 노력이 필요한 때다. 사회는 개인의 집합체로 돼 있다. 한 개인이 사회를 바꾸는 것은 힘들지 몰라도 개인이 모여 힘을 합하면 좀 더 좋은 사회를 만드는 것은 가능하다는 말이다. 우리 사회를 연대해서 바꾸지않는 이상 헬조선의 또 다른 피해자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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