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전통시장, 살아있는 한국의 정
살아있는 전통시장, 살아있는 한국의 정
  • 공가은 기자, 최한나 기자
  • 승인 2015.11.10 15: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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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관광지로 자리잡혀가는 전통시장들

과거 서민들의 삶의 터전이었던 전통시장이 하나 둘씩 사라져가고 있다. 깔끔하고 편리한 대형마트나 온라인 쇼핑몰이 등장하면서 붐비고 떠들썩한 전통시장은 잊혀진지 오래다. 그래도 아직까지 사람들의 발길이 끊기지 않는 전통시장들이 있다. 기자들은 현대인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져가는 전통시장 속에서도 성행하고 있는 광장시장, 통인시장, 동진시장 세 곳을 찾아갔다.


 

   만인의 광장, 광장시장
  사람들의 발길이 끊기고 있는 서울의 전통시장. 그러나 기자들이 찾은 광장시장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발을 들이는, 북적북적한 곳이었다. 서울 종로에 위치하고 있는 광장시장은 우리나라 최초로 개설된 상설시장으로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간직하고 있었다. 과거 전통시장 침체기에 함께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최근 먹자골목의 먹을거리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해 과거의 활기를 되찾았다.



  그래서인지 광장시장은 ‘전통시장’이라는 옛스러운 단어가 무색할 정도로 곳곳에서 젊은이들이나 외국인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대복상회 주인집 아주머니는 “다른 전통시장에 비해서는 사람이 많이 오는 편이다”며 “경기가 안 좋아지긴 했지만 그래도 중국인 관광객들이나 젊은 사람들이 많이 방문해서 매출도 올라가고 시장도 활성화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봉천분식의 주인 할머니는 “옛날보단 방문객이 줄어들었지만 직접 음식을 만들어서 팔고 요즘에는 배달도 하기 때문에 장사는 잘 되는 편이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광장시장은 맛있는 음식이 많아 ‘먹방’을 좋아하는 젊은이들 사이에서 ‘먹방 성지’로 불리고 있다. 광장시장에서 손꼽히는 대표음식으로는 육회, 마약김밥, 빈대떡, 손칼국수 등이 있다. 시장에서 만난 오경수(20. 여) 씨와 김수빈(20. 여)씨는 “광장시장은 배고플 때 찾아오기도 하고 엄마랑 자주 들리는 장소이다”며 “방문할 때마다 시장에서 파는 다양한 음식들을 나만의 절차대로 먹고 간다”고 말했다.

  광장시장은 종합상설시장이므로 먹거리 외에도 한복과 직물, 공예품 등 다양한 품목을 취급하고 있다. 도봉구 우이동에 사신다는 한 할머니는 “옷을 직접 지어 입기 때문에 옷감이나 천을 뜨러 이따금씩 광장시장을 찾는다”며 “종합시장이다 보니 물건이 많고 가격도 저렴하다”고 말했다. 

  이렇듯 다양한 사람들이 광장시장만의 각기 다른 매력에 빠져 광장시장을 찾는다. 휴일을 맞아 딸아이와 함께 왔다는 안정태(50. 남) 씨는 “아이에게 전통시장 구경도 시켜주고 음식도 먹어보려고 방문했다”며 “어릴 적에 내가 자주오던 곳이어서 요즘에도 가끔 오게 된다”고 말했다.

  이렇듯 광장시장은 이따금씩 찾아와 어릴 적 향수를 느끼고 싶은 곳이며 아이에게도 구경시켜주고픈 장소이다. “시장에서 장사를 해 자식들의 공부를 시켰다”고 말하는 봉천분식의 할머니에게 광장시장은 ‘소중한 일터이자 삶의 터전’이다. 한국의 정서를 느끼기 위해 외국인들이 가장 먼저 찾는 명소이기도 하며 젊은이들이 ‘먹방’을 즐기는 장소도 된다. 광장시장은 어느 누구나 모여 각자만의 의미를 담는 만인의 ‘광장’이었다.

  엽전으로 사먹는 도시락, 통인시장
  통인시장은 경복궁역에서 10분 거리에 위치해있는 전통시장이다. 6·25전쟁 이후 피난민과 지방 이주민이 이곳에 정착하면서 일대 상권의 중심지로 자리 잡았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쇠락의 길을 걸었으나 현재 시장상인들이 함께 ‘도시락 카페’를 운영하면서 다시금 부흥하고 있다.
 
 
기자들은 통인시장 입구에서 현금을 ‘엽전’으로 교환하고 도시락 통을 받았다. 5천 원을 내면 엽전 10개로 바꿔주는데 이걸로 한 끼 식사를 위한 반찬들을 구매할 수 있었다. 도시락 통을 들고 시장 곳곳을 돌아다니며 원하는 음식을 엽전과 교환하고 도시락 통을 채우면 된다. 시장에는 계란말이부터 닭강정, 떡볶이, 제육볶음 등 정말 다양한 음식들이 펼쳐져 있었고 보통 반찬은 2냥에서 3냥 정도 했다.


  통인시장에서 ‘소문난 김구이 집’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엽전으로 반찬을 구매하는 ‘도시락 카페’가 운영되기 시작하면서 방문객이 정말 많아졌다”며 “시장이 다시 살아나는 것 같아서 기쁘다”고 미소를 지었다. 천안에서 서울로 데이트를 하러 왔다는 고등학생 커플 윤현수(남. 19) 씨와 김다은(여. 18) 씨는 “종로에서 점심 먹을 곳을 찾았는데 통인시장이 도시락 카페로 떠오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찾아오게 됐다”며 “반찬도 다양하고 엽전으로 반찬을 사는 방식이 재밌다”고 소감을 전했다. 아이들을 데리고 온 젊은 부부들도 눈에 띄었다. 딸아이 둘을 데리고 온 강태원 씨는 “아이들과 대림미술관에 갔다가 점심을 먹으러 방문하게 됐다”며 “시장도 구경하고 재미삼아 도시락을 먹어보기에 괜찮은 것 같다”고 말했다.

  오늘날 통인시장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시장이 됐다. 그러나 활기찬 통인시장의 이면에는 상인들의 고충이 가리워져 있었다. 기자가 한 상인에게 “도시락 카페가 운영되니 어떠냐”고 묻자, 그는 “시장은 활성화 됐지만 그러면서 가게 세도 오르고 인력도 많이 필요해졌다”며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것만큼의 소득은 없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상인들은 도시락 카페 운영을 위해 20%의 수수료를 뗀다고 한다. 그 상인은 “시장이 살기 위해서는 안 할 수 없으니까 하는 거다”라며 “모든 것이 좋은 점이 있으면 안 좋은 점도 있다”고 씁쓸한 미소를 보였다.

  이렇듯 전통시장은 더 이상 본래의 전통시장 모습만으로는 손님을 끌기 어려운 현실이 됐다. 시장을 찾는 대중들의 입맛을 맞춰야 할 수밖에 없는 씁쓸한 모습이지만 그래도 지금 통인시장은 과거의 활기를 되찾고 있다.

  사라진 전통시장에 찾아온 봄, 동진시장
  통인시장처럼 전통시장의 모습에 특색을 주며 변화한 시장도 있지만 아예 본래의 전통시장에서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한 곳도 있다. 바로 연남동에 위치한 동진시장이다. 사람들로 북적북적했던 위의 두 시장과는 달리 이곳은 다소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기자들은 동진시장 입구에서 ‘망설이다가 들어오세요, 들어오면 반합니다’라는 문구를 발견했다. 그 안으로 들어가 보니 멋스러운 조형물들과 예술가가 직접 만들어 파는 수공예품들, 기부자를 알수 있는 재활용 옷가게 등 본래 전통시장과는 다른 풍경들을 볼 수 있었다. 이전에 갔던 시장과는 다른 모습에 두 기자는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신기함을 감추지 못했다.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동진시장에서는 이런 모습들을 볼 수 없었다. 과거 전통시장이었던 동진시장은 시장의 기능을 잃은 채로 방치돼 있다가 ‘모자란 협동조합’ 사람들을 만나 지금의 모습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동진시장 관계자 이정미(29. 여) 씨는 “사회적 기업들이 모여서 만든 ‘모자란 협동조합’에서 버려진 공간을 되살려보자는 취지로 이곳을 예술시장으로 재탄생시켰다”며 “본래의 동진시장의 모습을 최대한 유지한 채로 변화를 줬다”고 말했다.


  이렇듯 동진시장은 현재 전통시장의 분위기와 예술시장의 아기자기한 모습이 한 대 어우러져있다. 이 때문에 동진시장은 플리마켓과는 다른 분위기를 형성한다. 동진시장에서 직접 그린 엽서를 팔고 있는 이지욱(30. 여) 씨는 “플리마켓은 물건을 팔기 위한 상업적인 느낌이 강한데 이곳은 시장이라서 분위기가 다르고 옛날 전통시장의 모습이나 정이 남아 있다”며 “이 때문에 장사하는 사람끼리나 방문객들하고도 소통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SNS를 통해 동진시장이 많이 소개되면서 더욱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대학생 남예은(20. 여) 씨는 “SNS에서 이런 시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아기자기하면서 빈티지스러운 모습에 반해 구경을 오게 됐다”며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시장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동진시장은 사라져가는 전통 시장이 따뜻한 아이디어를 만나 어떻게 새롭게 변해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모습이 어떻든 세 곳 모두 과거 전통시장의 따뜻한 정이 가득 남아 있었고, 더 이상 단순히 장을 보는 시장이 아닌 하나의 문화 관광지로 자리잡혀가고 있었다. 각박한 도시 속 따뜻한 정을 느껴보고 싶다면 위의 시장들을 방문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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