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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을 통해 이야기를 전하고 싶어요
2015년 11월 10일 (화) 18:25:28 김은현 기자 tptps23@naver.com

  하나의 영화 작품이 단지 관람하는 시간 동안, 상영하는 장소 안에서만 가치를 갖는 것은 아니다. 조정래 감독(이하 조 감독)은 영화 <귀향>을 통해 국민들에게 위안부 피해 소녀들의 이야기를 알리고 함께 문제를 논의하고자 한다. <종기>, <두레소리>를 지나 <귀향>까지, 그가 스크린 속에 자신과 세상의 이야기를 어떻게 담았는지 그를 만나 들어봤다.


 

   

  학창시절부터
  연출가의 꿈을 키우다
  조 감독은 십대의 학창시절을 연극과 함께 했다. “중학교, 고등학교 때는 극단에서 활동했어요. 당시에는 배우가 꿈이었는데 연출 쪽으로 진로를 바꿔보지 않겠냐는 제의를 받았죠. 그때부터 영화감독의 목표가 생겼던 것 같아요.” 대학교에 진학하고 나서는 영화인으로서의 꿈을 착실히 다져나갔다. “영화 공부가 하고 싶어서 연극영화과에 진학했어요. 저는 무엇보다 학교생활 자체에 충실했던 것 같아요. 학교에서 권장하는 커리큘럼을 열심히 따라갔죠. 또 학생회에도 가입했는데 거기서 학생회장도 했어요.” 그는 대학을 졸업한 뒤 줄곧 영화계에 몸을 담아왔다. 그리고 2000년 단편영화 <종기>를 스크린에 올리며 감독으로서 첫 발걸음을 내딛었다.

  조 감독의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종기> 이외에도 <두레소리>, <파울볼> 등이 있다. 그는 국악합창반 학생들의 합창대회 도전기를 그린 영화 <두레소리>로 여러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은 바 있다. 그러나 사실 이 같은 영화들이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끈 것은 아니다. 이에 기자는 상업적인 영화를 만들고 싶진 않느냐고 물었다. 조 감독은 “상업적이지 않은 영화를 만들고 있다고 생각한 적은 없습니다”고 답했다. “저도 상업적인 영화를 좋아하죠(웃음). 다만 관심 있는 분야를 주제로 영화를 만드는 것있는 분야를 주제로 영화를 만드는 것뿐이에요. 국악을 좋아하기 때문에 두레소리를 만들었고 사회인 야구를 했기 때문에 야구 다큐 제작 제의를 흔쾌히 승낙한 거죠.”

  태워지는 처녀들,
  잊혀지는 아픔과 마주하다
  그런 조 감독이 무려 13년 전부터 지금까지 열의를 쏟고 있는 작품이 있다. 바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 소녀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귀향>이다. <귀향>은 최근 위안부 문제에 국민들의 경각심이 늘면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조 감독은 창작판소리 그룹에서 북을 치는 고수로 활동하기도 했는데 위안부 할머니들의 후원 시설인 ‘나눔의 집’에 위문공연을 가게 된 것이 영화 <귀향>을 제작하게 된 계기가 됐다고 한다. “2002년도에 ‘나눔의 집’에 봉사활동을 간 적이 있어요. 당시에는 국악을 할머니들께 들려드리고 싶은 마음에 방문을 하게 됐는데 그곳에서 강일출 할머니의 ‘태워지는 처녀들’이라는 그림을 보게 됐죠.” 강일출 할머니는 열다섯이라는 어린 나이에 위안소로 끌려갔다. ‘태워지는 처녀들’은 강일출 할머니가 당시 일본군들이 질병에 걸린 소녀들을 산 채로 불태웠다고 증언하며 남긴 그림이다. 조 감독은 이 이야기를 듣고 큰 충격을 받아 그들의 이야기를 영화화하기로 마음먹었다.

   
조 감독은 강일출 할머니가 그린 ‘태워지는 처녀들’을 본 후 위안부 문제를 영화화하기로 마음먹었다. 출처 / 제이오엔터테이먼트


  “만약 기회가 된다면 ‘나눔의 집’에 꼭 한번 들러보시길 권합니다. 그곳에 가면 자신의 삶을 내려놓은 채 봉사에만 전념하는 분들도 많아요. 그만큼 할머니들의 이야기가 강한 울림을 갖는 거겠죠.” 영화 <귀향>의 귀는 돌아올 귀(歸)가 아닌 귀신 귀(鬼)자를 쓴다. 타지에서 돌아가신 수만 명의 위안부 피해소녀들의 영령이 고향으로 돌아오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고 한다. “위안부 할머니라고 하니까 어떤 아이들은 정말 할머니가 끌려간 줄 알더라고요. 저는 그래서 할머니가 아니라 ‘위안부 피해자 소녀’라고 얘기해요. 실제로 만나보면 알겠지만 정말 다들 소녀 같으세요.연세는 많으시지만 사실 그분들의 영혼은 끌려갔을 당시의 나이로 멈춰있어요. 아직도 그때에 묶여서 벗어나질 못하는 거죠.”

  하나의 마음으로
  그들이 모이기까지
  <귀향>은 전체 제작비가 전부 크라우드 펀딩을 통한 후원금만으로 이뤄져 더욱 이목을 끌었다. 처음에는 투자자를 찾지 못했기 때문에 <귀향>의 시나리오는 13년을 떠돌아야 했다. 긴 기다림 끝에 관심과 후원금이 조금씩 모여 이제 드디어 빛을 보게 됐다. 조 감독은 국민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영화 제작 자체가 불가능했을 것이라 말한다. “대부분의 제작비를 국민 여러분들이 지원해주셨어요. 4만 5천 명이나 되는 분들이. 그러니까 <귀향> 영화의 주인은 여러분인 셈이죠.” 조 감독은 인터넷, SNS, TV 프로그램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후원자를 모으고 있다. 이렇게해서 모인 후원금만 현재까지 총 15억 2천만 원 상당이다. “이번 뉴스펀딩 통해 2차로 모금된 게 2억 3천만 원 정도에요. 촬영을 돕는 배우와 스텝들도 대부분 다 재능기부고요.”

  13년간의 집념 끝에
  마침내 일궈낸 결실
  <귀향>은 긴 제작 기간 끝에 현재는 마무리 단계에 돌입했다. 영화가 이만큼 완성되기까지 말 못할 어려움도 많았다. “아무래도 투자자를 찾는 일이 가장 힘들었어요. 처음에 이 영화를 만들겠다고 했을 때 주위 사람들로부터 시나리오 좋다는 얘기도 들었지만 그보단 쓴 소리를 많이 들었던 것 같아요. 누가 이 영화를 보겠냐고 하더라고요. 영화는 어쨌든 대중성, 상업성이 있어야 투자 가치가 있는 거잖아요. 사실 위안부 피해자 소녀들을 소재로 한 영화가 아예 없지는 않아요. 얼마 전에도 몇 개 작품이 개봉한 걸로 아는데 며칠 상영하다가 얼마 안 가 내려갔어요. 너도 그렇게 될 게 뻔하다. 포기해라. 이런 얘기들을 많이 하더라고요.”

그렇지만 조 감독은 끝까지 영화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 그만 두고 싶던 적은 없었냐는 기자의 물음에 조 감독은 그 어느 때보다 단호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13년이란 시간 동안 <귀향>과 함께했지만 단 한 번도 그 기간을 길다고 느낀 적은 없어요. 명확한 가해자인 일본은 계속 증거가 없다고 발뺌만하고 위안부 문제는 아직 어느 것 하나 해결된 게 없잖아요. 그런데 제가 어떻게 포기하겠어요. 이 영화를 만드는 것은 저와 할머니들의 약속인데요.”

적어도 올해 안에는 <귀향>을 완성해 개봉하는 게 조 감독의 현재 목표다. “영화가 언론에 노출이 되면서 고맙게도 여러 배급사에서 연락이 왔지만 저는 되도록 많은 사람이 이 영화를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소원이에요. 조금 더 많이 고민해보고 결정하고 싶어요.”

  자신의 꿈을 잊지 마세요
  “다음 작품에서는 아리랑에 대한 이야기를 풀고 싶어요. 한국 사람으로서 우리 민족의 전통 예술을 될 수 있는 한 많이 담아내고 싶은 욕심이 있습니다. 우리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 아닐까 생각해요.” 조 감독은 아리랑 외에도 앞으로 많은 전통예술을 영화화하고 싶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기자는 대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한마디를 부탁했다. “스스로에게 자신을 가지고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했으면 좋겠어요.” 조 감독은 대학생활이야 말로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시절이라고 했다. “꿈을 향해 가는 삶이 사실 돈과는 관계없는 삶일 수도 있어요. 그렇지만 아무리 가난하고 힘들어도 그것이 꿈을 향해 달려가는 과정이라면 정말 일말의 후회도 남지 않거든요. 한 번 밖에 없는 인생인데 그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울 순간을 단지 독서실에서만 앉아 보내는 건 아깝잖아요. 많은 것을 경험하세요. 책만으로는배울 수 없는 것들이 세상에는 많습니다. 여러분이 꿈꾸는 것이 무엇이든 그것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대학생 여러분이야말로 우리 사회의 미래라는 것을 기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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