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 쉽지 않기에 더욱 의미 있는 움직임
시위, 쉽지 않기에 더욱 의미 있는 움직임
  • 정혜원 기자
  • 승인 2015.11.24 17: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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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그들은 여전히 그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 3일 정부는 한국사교과서 국정화를 확정 고시했다. 이에 국정화를 반대하는 국민들이 거리에 나와 시위를 벌였고 그 중에는 많은 대학생들도 있었다. 개인주의가 만연해진 요즘에도 여전히 대학생들은 사회 곳곳에서 목소리를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오늘날 대학생들의 시위는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알아봤다.


  사회의 중심이 될 대학생,
  사회 참여는 저조한 현실 
  최근 인기리에 방영 중인 tvN드라마 <응답하다1988>은 우리나라 80년대 후반의 생활상을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극 중 인물들은 넉넉한 형편은 아니지만 무엇이든 서로 나누며 함께 살아가고 있으며 대학생들은 민주화 운동에 적극 동참하는 모습을 보인다. 오늘날의 우리사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현대인들은 바쁜 일상으로 인해 점점 개별화, 고립화됐으며 자연스레 사회 참여는 줄어들고 있다. 우리대학 한상권(사학) 교수(이하 한 교수)는 “1980-1990년대 대학생들은 사회 변혁 세력의 중심에 섰고 사회 문제에 관한 관심 역시 매우 높았다”며 “그러나 1997년 우리나라가 외환위기를 겪은 후 많은 학생들은 당장 자신에게 닥친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급급해졌고 사회의식이나 민중에 대한 의식이 약화됐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대학생들은 소위 말하는 ‘스펙’을 쌓는 데 치중하기 때문에 자연스레 사회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어 시위에도 잘 참여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학생 정채연(여. 20) 씨는 “고등학생 시절 민주당 ‘국정원 개혁’ 촉구 촛불시위에 참여해본 적이 있다”며 “시위를 통해서 같은 뜻을 지닌 소수가 힘 있는 다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 조금이라도 더 나은 사회를 만들고자 시위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이어 “대학생이 된 지금은 개인적인 일이 많아 시위에 잘 참여하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대학을 넘어 사회를 향해
  소리치는 대학생들
  대학생들의 시위 참여가 과거보다 줄었다고 하지만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여전히 대학 내부에서는 학생들이 시위를 통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 3월 건국대의 경우 대학 측이 학생들과의 면담도 거부한 채 일방적인 구조조정에 들어가자 학생들은 행정관 점거시위를 벌였다. 또한 지난 6월 동국대 학생들은 총장의 취임식 날 대학 내 종단 개입 반대와 총장의 논문 표절 등의 이유로 퇴진 시위를 벌였다.

지난 10월 이화여대 학생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대학 방문을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캡쳐 / YTN NEWS

  대학생들은 대학의 울타리 넘어 사회 문제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 3월 부산대, 10월 이화여대에서는 현 정부의 반민주적 행보를 비난하며 대통령의 대학 방문을 거부하는 시위를 펼쳤다. 이밖에도 지난 4일 한국사교과서 국정화 확정 고시 이후 광화문 광장에서는 서울대, 성신여대, 성공회대 등 다양한 대학의 학생들이 모여 국정화 고시를 규탄하기 위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앞서 말한 시위가 다수가 모인 단체시위였다면 홀로 1인 시위를 벌이는 경우도 있다. 지난 7월 성신여대 학생들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릴레이 1인 시위를 펼쳤다. 이어 지난 4일 제주대의 한 학생은 제주 일본영사관 앞에 평화의 소녀상 건립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벌였다. 1인 시위는 2인 이상의 집회에 적용되는 집시법을 피해 언제, 어디서든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최근 많은 대학생들의 선택을 받고 있다.

 
대학생들이 모여
  새로운 시위문화를 창조하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촛불시위와 행진시위 이외에도 대학생들의 기발한 아이디어로 만들어진 다양한 형태의 시위가 존재한다. 2011년 서울대 학생들은 법인화 추진을 반대하는 총장실 점거시위 현장에서 다 함께 공부를 하는 방식으로 시위를 펼쳤다. 서울대 학생들의 ‘공부시위’는 빠르게 SNS로 확산됐고, 네티즌들은 ‘정치의 생활화가 잘 구현된 경우’라며 다소 폭력적일 수 있었던 시위를 평화적으로 바꾼 학생들에게 박수를 보냈다.

  공부시위 외에도 ‘책 읽기 시위’가 있다. 2011년 광화문에서는 반값등록금 실현을 위해 모인 대학생들이 KT 본사 앞 책을 읽는 모습을 보여줬다. 시위는 평화롭고 조용했지만 반값등록금이 실현되길 바라는 그들의 의사는 명백히 밝힌 셈이었다. 여러 방법으로 대학생들은 평화적이면서도 대중의 관심을 받을 수 있는 또 다른 시위문화를 만들어내는 중이다.

  성숙한 민주주의로의
  도약을 위해
  개인화된 삶과 바쁜 일상으로 우리사회의 구성원들이 사회 문제와 멀어지게 된다면 더 나은 사회로의 발전이 억제될 수 있다. 한 교수는 “‘헬조선’이라 불리는 힘겨운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는 만큼 대학생들이 서로 연대정신을 갖고 함께 어려움을 헤쳐 나가야 한다”며 “개별화와 고립화가 심해질수록 사회는 더욱 많은 문제를 야기할 것이다”고 말했다.

  최근 민중총궐기대회의 행진시위 과정에서 발생한 폭력사태에 대해 여론은 ‘과잉 진압이었다’, ‘폭력시위였다’라는 반응을 보이며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폭력의 진위만을 따지는 반응에 대해 일각에서는 ‘민중총궐기대회에 왜 10만 명이나 되는 많은 국민들이 참여했는지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한 교수는 “시위를 논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시위의 불법, 합법 여부를 따지기보다 시위의 본질과 내용에 집중하고 그들이 모인 이유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이다”고 전했다.

  2005년 독일의 대학생들은 그동안 폐지됐었던 대학등록금이 부활하자 학교, 철도, 국회, 거리 등 점거시위에 나섰다. 27만 명의 독일 대학생들이 등록금 폐지를 위해 거리로 나서자 학부모, 교수, 시민들은 대학생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그들을 응원했다. 그 결과 대학생들의 시위 이후 당선된 정치인들이 가장 먼저 등록금 폐지 정책을 시행했다고 한다. 삭발시위까지 감행하며 반값등록금을 외쳤지만 끝끝내 이뤄지지 않은 우리나라와는 상반된 모습이다. 하지만 이러한 사례는 우리나라 역시 대학생들과 시민들이 힘을 모은다면 충분히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시사점을 준다.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선 사회가 대학생들의 목소리를 진지하게 들어줄 필요가 있고, 그에 앞서 사회 문제에 대한 대학생들의 관심이 그 어느때보다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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