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과거에 대한 향수에서 벗어나야 할 때
[사설] 과거에 대한 향수에서 벗어나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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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3.03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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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렵고 힘든 시기가 지속되면 사람들은 과거의 좋았던 시절을 회상한다. 몇 년 동안 이어진 ‘응답하라’ 시리즈의 성공은 어쩌면 이 시대의 지속적인 어려움을 반증해 주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사람이 사는 세상에 마냥 좋기만 한 시대는 존재하지 않는다. 좋은 일이 있다면 그 이면에는 온갖 부조리와 갈등이 존재하는 것이 세상 이치다. 반면 사람의 기억이란 상당히 작위적이라 일단 좋았던 시절이라 인식하면 좋았던 기억만 생각나기 마련이다. 이렇게 과거에 대한 긍정적 측면만을 부각시켜 회상하는 행동을 우리는 보통 ‘향수에 빠졌다’고 부른다. 

 
‘응답하라’ 시리즈를 보면 90년대의 향수를 불러일으킬 온갖 낭만적인 장면들로 넘친다. 그러나 그 안에서는 80년대부터 시작된 다양한 정치적 압박과 사회적 부조리는 보이지 않으며 심지어 삼풍백화점의 붕괴도 남녀 주인공의 사랑을 확인하는 계기에 불과하다. 거북한 기억들을 되새기며 불편함을 경험하고 싶은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사람들의 기억 속에 과거의 시간은 아름다운 기억으로 자리 잡게 된다.

  과거에 대한 즐겁고 소중한 추억을 간직하는 것뿐이라면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과거에 대한 향수는 대부분 현재에 대한 불만 때문에 시작되고 이는 현재의 고난에 대한 사람들의 대응자세를 심각하게 제한한다. ‘옛날의 좋았던 시절로 돌아가야지’라고 말이다.

  옛날로 돌아가고 싶다는 소박한 소망이 왜 문제일까. 적어도 세 가지 큰 문제가 있다. 우선 이것은 대부분 불가능한 희망이다. 사소한 문제를 되돌리는 것이라면 모를까, 대부분 우리가 겪는 큰 어려움들은 경제·사회적 환경에서 비롯된
다. 따라서 변화한 경제·사회적 환경에서 과거에 당연했던 행동, 생각, 그리고 규칙들을 다시 재현하겠다는 것은 대부분 실패할 수밖에 없다. 과거로의 회귀는 어려워도 그 일부라도 되찾으려는 것은 좋지 않을까. 이것이 두 번째 큰 문제이다. 이러한 회귀적 사고는 과거에 겪은 성과로 인해 그 시기에 실행됐던 행동, 생각, 규칙들마저 올바른 것이라고 믿게 만든다. 그렇게 사람들은 새로운 환경이 만드는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비전과 전략을 실행하기 어렵게 된다. 학자들은 이것을 성공의 덫이라 부른다.

  더 큰 문제는 그러한 관행들 중 무언가는 바로 현재의 어려움을 만들어낸 원인이라는 점이다. 현재의 변화란 그렇게 과거의 부조리가 쌓이면서 발현된 결과이기 때문이다. 급격한 외환위기가 있었던 이유는 남의 돈으로 사업하기 좋은 이 점을 지나치게 이용해서 환율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유동성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고 주택난으로 사람들이 고통 받는 이유는 부동산 투자로 얻는 막대한 이익을 많은 이들이 누렸기 때문이다.

  전통과 관행은 정서적 안정감을 부르는 소중한 유산이다. 그러나 모든 전통과 관행이 아름답다고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해결하는 방법은 과거의 전통과 관행을 존중하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변화를 분석해 새로운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데에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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