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위안부’ 합의 두 달 후, 다시 돌아보다
한일 ‘위안부’ 합의 두 달 후, 다시 돌아보다
  • 박소영 기자, 최한나 기자
  • 승인 2016.03.03 18: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피해자 목소리도, 가해자 반성도 없는 한일 ‘위안부’ 합의
 '위안부', 이땅에 발붙이지 못한 소녀들
2015년 12월 28일, ‘위안부’ 문제에 대해 한일 양국이 합의했다. 그러나 수십 년간 고통받아온 피해 당사자 할머니들은 이 합의 과정에서 배제됐고 결국 그들의 상처는 계속해서 깊어져만 간다. 할머니는 말한다. “일본의 땅 덩어리를 다 준다 한들 내가 열세 살 끌려갔던 그 때로 돌아갈 수 있습니까? 돌아갈 수 없잖아요. 내가 일본 정부에 요구하는 것은 역사의 진실을 올바르게 밝히는 것, 또 그 진실에 근거해서 나에게 공식사죄하고 법적 배상하는 것을 원합니다.” 여전히 이땅에 온전히 발을 붙이지 못하는 할머니들. 더이상 그들에게 절망이 아닌 희망의 꽃을 피울 수 있는 날이 찾아오기를 바라며 함께 이 곳에서 연대해보자.


  한일 양국 정부
  ‘위안부’ 문제 불가역적 해결 약속해
  지난 12월 28일, 한일 정부의 일본군 ‘위안부’문제에 관한 합의가 이뤄졌다. 박근혜 정부와 아베 정부는 2015년 12월 28일, 한일 외교부장관회담을 통해 ‘위안부’ 피해자 문제의 해결방안에 대해 공식 합의했다. 이번에 발표된 공식 기자회견 전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 측은 “‘위안부’ 문제는 당시 군의 관여 하에 다수의 여성에게 깊은 상처를 입힌 문제로서 일본 정부는 책임을 통감하고 사죄와 반성의 마음을 표한다”고 전했다. 또한 “한국 정부가 ‘위안부’ 피해자들의 지원을 목적으로 하는 재단을 설립하면 이에 드는 자금과 비용을 일본 정부 예산으로 지원한다”며 “이때 지급할 예산은 100억 원으로 산정한다”는 말을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일본 정부는 “위의 내용을 착실히 시행한다는 것을 전제로 이 문제가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해결된 것을 확인하겠다”고 말한 뒤 “한일 양국은 더 이상 국제사회에서 ‘위안부’ 문제로 상호 비판하는 것을 자제한다”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 측도 역시 “일본 정부가앞서 말한 사죄와 재단 설립을 착실히 시행한다는 것을 전제로 이 문제가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해결될 것임을 확인하고 국제사회에서 이번 문제에 대해 상호 비판을 자제한다”고 전했다. 또한 한국 정부는 “일본 정부가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에 대해 공관의 안녕과 위엄 유지 측면에서 우려하고 있다”며 “때문에 이를 관련 기관과 협의 하에 적절히 해결되도록 노력한다”고 말했다.

  졸속적인 합의는
  동아시아의 정세에 의한 것
  일본 정부가 처음으로 공식석상에서 사과의 말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합의가 피해 당사자들을 배제한 채 이뤄진 졸속 합의라는 평가가 지배적인 상황이다. 그렇다면 우리정부와 일본 정부는 왜 ‘위안부’ 문제를 졸속적으로 합의지으려 한 것일까.
 
  민족문제연구소 김승은 책임연구원(이하 김 연구원)은 “박근혜 정부의 대일외교 방식이 불러온 파탄이다”는 입장을 보였다. 김 연구원은 “박근혜 정부가 집권 초기 ‘위안부’ 문제 해결 없이 한일 정상회담은 없다는 대일 강경책을 펼쳤으나 제대로 된 전략을 수립하지 못했다”며 “결국 ‘위안부’ 문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아베의 처분만 바라본 형국이 돼버렸다”고 일본의 제안을 받아들인 이유를 설명했다. 이번 협상은 50년 전 한일협정 체결 당시 상황과 거의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이 김 연구원의 분석이다. 한일협정 체결 당시 중국의 핵실험 개시, 베트남전쟁 등 격변하는 국제 정세에 의해 한일 국교 정상화가 시급해지자 정치적 타협을 봤었다. 이번 한일 ‘위안부’ 합의 역시 동아시아의 국제 정세에 의한 졸속 합의로 볼 수 있다. 김 연구원은 “최근 동아시아에서 중국이 부상하며 과거사 문제가 안보와 정치논리로 봉쇄되는 실정이다”며 “이에 따라 박근혜 정부는 초기에 펼치던 대일 강경책에서 대일 유화책으로 노선을 바꾸며 과거사와 경제 문제를 분리하는 입장을 취해 합의가 성급히 이뤄진 것이다”고 설명했다.

  한편 우리정부는 이번 합의가 ‘최선’이었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이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는 측은 “역대 어느 정부도 하지 못한 것을 이뤄낸 점을 인정해야 하며 소녀상 철거는 일어나지 않을 일이다”고 주장한다. 또한 정부는 이번 협상을 통해 이뤄진 ‘위안부’ 합의를 박근혜 정부 3년 성과로 꼽으며 자화자찬하는 모습을 보였다.

  당사자 없이 맺어진
  한일 ‘위안부’ 합의
  그러나 앞서 말했듯 이번 협상에는 논의 과정에서 피해 당사자가 배제된 채 이뤄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피해 당사자는 할머니들이지만 이번 협상에서 그들의 자리는 없었다. 지난 1월 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한일외교장관회담 관련 긴급 토론회에서 윤미향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이하 정대협) 대표는 “피해자들을 배제했다는 비판이 일자 외교통상부는 ‘피해자들을 계속 만나왔다. 2015년만해도 피해자들을 15번 만났다’고 말했다”며 “그러나 외교부가 스스로 자리를 만든 건 추석 때뿐이며 다른 만남은 피해자들과 지원단체들이 피해자들이 바라는 게 무엇인지 전달하기 위해 직접 찾아간 것이다”고 밝혔다.

  이처럼 사전에 피해 당사자들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협상이 이뤄졌기 때문에 피해자들의 요구는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서울평화나비네트워크 박은혜 대표(이하 박 대표)는 “지난 25년간 돌아가신 분들을 포함한 모든 피해자들이 요구해온 7대 요구안 중 이번 한일 ‘위안부’합의에 제대로 들어간 것은 하나도 없다”고 밝혔다. 이어 박 대표는 “특히 피해자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재발 방지’에 대한 사안은 어떤 말로도 명시돼 있지 않다”고 토로했다. 피해자들은‘위안부’ 문제가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역사교과서에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기술하고 사료관을 건립하는 등의 사항을 요구해 왔다. 그러나 이번 합의에는 피해자들과 지원단체들이 수십 년간 요구해온 재발 방지에 대한 노력은 언급돼 있지 않다. 또한 제대로 된 역사적 검증을 통한 범죄자들의 진상조사와 그들의 책임에 관한 내용도 제시돼 있지 않다.

  이에 대해 김 연구원은 “일본 정부는 과거사 해결을 조건부로 외교 문제를 타협해 나가는 방식에 대한 반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과거사 전반에 대한 반성을 촉구하는 한편 한국 정부 스스로도 해결방안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며 “과거사 문제에 대해 한국 정부가 국가책임을 다하는 것을 통해 일본 정부도 해결의 길로 나서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피해자들의 요구안
  이뤄지지 않을까 우려돼
  또한 일본 정부가 “한국도 ‘위안부’ 문제 해결에 상응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며 주한 일본대사관 앞 ‘위안부’ 소녀상 철거를 간접적으로 요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연구원은 “일본이 ‘소녀상 철거’를 전제로 10억 엔을 지급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며 “정부는 이를 대외적으로 공표하지 않고 때로는 부인하면서도 이면에서는 동의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일본으로서는 한국에서 가시적인 ‘해결 완료’의 태도를 보이지 않으면 10억 엔을 지원하지 않을 것이다”고 지적했다. 이에 그동안 피해자들과 시민사회가 요구해온 원칙들이 모두 흔들리는 위기에 처하게 됐다. 또한 정부가 피해자 또는 유가족과 개별적 접촉에 나섰고 개인별 보상금을 지급하겠다는 식으로 설득을 하고 있어 내부 갈등으로 비화될 우려도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이번 한일 ‘위안부’ 합의로 인해 일본의 제대로 된 사과는 더더욱 받기 힘들어진 것이 아닐까 하는 걱정을 보이고 있다. 또한 한일 ‘위안부’ 합의 후에도 불구하고 한일 정부가 서로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어 논란은 더욱 커지는 상황이다.

  기억하기 위해
  거리로 나서는 대학생들
  이렇듯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한 논란과 우려가 계속되는 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이번 합의를 규탄하고 즉각 폐기를 요구하는 시국선언에 나서고 있다. 지난 3월 1일에는 ‘12.28 한국-일본 ‘위안부’ 합의’를 규탄하는 행사가 전국 곳곳에서 진행 됐다. 또한 매주 정기 수요집회가 열리며 많은 사람들이 모여 이번 합의에 대해 입장 표명을 하고 있다. 지난 1월 6일 덕성여대, 고려대, 서강대 등 13개 대학 총학생회는 일본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한일 ‘위안부’ 합의를 규탄하는 시국선언을 발표하기도 했다.

  대학생 단체인 평화나비네트워크 회원들은 지난 12월 28일 한일 ‘위안부’ 합의가 이뤄진 후 이틀 뒤 정부의 협상 결과를 비판하며 ‘위안부’ 소녀상 곁에서 농성을 시작했다. 서울평화나비네트워크 박 대표는 “한일 ‘위안부’ 합의가 됐을 때 이틀 만에 농성을 시작한 것처럼 세상이 바뀔 때 가장 예민하게 대응하자는 것이 저희의 원칙이다”고 밝혔다. 이어 “할머니들이 가장 두려워하시는 것이 본인들이 돌아가시고 나면 사람들에게서 잊혀지는 것이다”라며 “‘위안부’ 문제가 전 세대 사람들에게서 잊혀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대학생 세대가 이러한 문제에 대해 공부하고, 기억하고, 바로잡기 위해 행동해야 한다”고 전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도봉구 삼양로144길 33 덕성여자대학교 도서관 402호 덕성여대신문사
  • 대표전화 : 02-901-8551, 8558
  • 청소년보호책임자 : 고유미
  • 법인명 : 덕성여자대학교
  • 제호 : 덕성여대신문
  • 발행인 : 김건희
  • 주간 : 조연성
  • 편집인 : 고유미
  • 메일 : press@duksung.ac.kr
  • 덕성여대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덕성여대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ess@duksung.ac.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