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특별한 수요일
조금 특별한 수요일
  • 박소영 기자
  • 승인 2016.03.03 18: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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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의 현장, 수요집회에 가다

  '위안부', 이땅에 발붙이지 못한 소녀들
  2015년 12월 28일, ‘위안부’ 문제에 대해 한일 양국이 합의했다. 그러나 수십 년간 고통받아온 피해 당사자 할머니들은 이 합의 과정에서 배제됐고 결국 그들의 상처는 계속해서 깊어져만 간다. 할머니는 말한다. “일본의 땅 덩어리를 다 준다 한들 내가 열세 살 끌려갔던 그 때로 돌아갈 수 있습니까? 돌아갈 수 없잖아요. 내가 일본 정부에 요구하는 것은 역사의 진실을 올바르게 밝히는 것, 또 그 진실에 근거해서 나에게 공식사죄하고 법적 배상하는 것을 원합니다.” 여전히 이땅에 온전히 발을 붙이지 못하는 할머니들. 더이상 그들에게 절망이 아닌 희망의 꽃을 피울 수 있는 날이 찾아오기를 바라며 함께 이 곳에서 연대해보자.


  생애 첫 수요집회
  기자는 평소 ‘위안부’와 관련된 공부를 깊이 하지는 못 했지만 ‘위안부’ 문제와 관련된 다큐멘터리나 책을 찾아보기도 하고 마리몬드에서 소소한 물품을 사는 것으로 후원을 하기도 하며 ‘위안부’ 문제에 대한 관심을 꾸준히 갖고 있었다. 그러다 12월 28일, 한일 양국 간 이뤄진 ‘위안부’ 협상을 보며 직접 행동으로 나서야 할 때라고 마음먹었다.

  기자는 수요집회에 나가기로 했다. 수요집회는 ‘위안부’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집회이다. 일본대사관 앞에서 매주 수요일 12시에 열리며 1992년 1월에 시작된 이래 세계 최장 기간 집회 기록을 매주 갱신하고 있다. 기자는 2월 3일 열린 제1216차 수요집회에 참석했다. 생애 첫 수요집회였다. 다양한 집회에 참여해본 경험이 있었지만 홀로 참여해본 것은 처음이라 조금은 긴장했다. 그러나 자리를 잡고 앉아 함께 노래를 부르고 참가자들의 발언을 듣다보니 어색함이 점점 사라졌다.

  이날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윤미향 상임대표(이하 윤 대표)가 한 말이었다. 윤 대표는 “우리가 걸어왔던 이 길은 아픔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또 다른 아픔을 갖고 있는 사람들과 손잡는 과정이었다”며 “할머니들과 할머니들을 돕는 사람들이 서로에게 힘을 주고 위로하는 마음이 있었기에 이곳은 평화의 공간이 될 수 있었다”는 말을 전했다. 윤 대표의 이러한 말과 이날 축하공연을 해준 세월호 유족 416합창단, 떡 선물을 가져와 함께 나눠먹은 명지대 강경대열사추모사업회 학생들을 보며 연대의 참의미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지난 24일 열린 제1219차 수요집회에 많은 사람들이 참여했다. 소녀상은 이날 시위에 참여한 한 일본인이 걸어준 종이목걸이를 하고 있다.   사진/박소영 기자

  다시 한 번 연대하다
  이후 기자는 수요집회에 참석해 느낀 연대감을 다시 한 번 느끼기 위해 2월 24일에 열린 제1219차 수요집회에 참석했다. 집회는 얼마 전 돌아가신 ‘위안부’ 피해자 김경순 할머니를 위한 묵념으로 시작됐다. 이날은 일본 평화위원회의 회원들을 비롯한 많은 일본인들도 참여했다. ‘위안부’ 문제 가해국인 일본의 국민들이 수요집회에 참여한 것이 굉장히 의미있는 행동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은 그들의 국가인 일본 정부의 태도와 매우 상반되는 모습을 보여줬다.

  또한 중, 고등학생들도 참여해 동아리 활동으로 모은 돈을 나비기금으로 기부하는 등 멋진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수요집회에 처음 참석했다는 고등학생 김정미(18) 씨는 “많은 학생들이 동아리 활동과 모금 활동을 통해 ‘위안부’ 문제에 도움을 주는 모습이 인상깊었다”며 “개학 후 학교에서 나도 이러한 일들을 통해 ‘위안부’ 문제를 학교와 지역의 학생들에게 알리고 싶은 마음이 든다”고 소감을 전했다.
 
  또 다른 참가자 장용원(45) 씨는 “12월부터 제작하고 있는 독립 다큐멘터리 촬영차 수요집회에 참여했다”며 “지난 12월 28일 합의 이후 평화나비, 희망나비와 같은 대학생 조직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의 거센 반응에 관심을 가지고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현재 ‘위안부’ 영화 ‘귀향’은 전문 투자사가 아닌 수많은 개인들에게 투자받는 크라우드펀딩을 이용해 영화를 제작하고 성공적으로 개봉해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렇게 많은 ‘위안부’ 관련 영화와 다큐멘터리들이 제작되고 있는 만큼 ‘위안부’ 문제에 대한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적극적인 참여가 이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요집회에 참여하는 모든 이들의 바람은 수요집회가 더 이상 열리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모두 돌아가시기 전에 하루라도 빨리 그런 날이 오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기자 역시 그들의 바람이 이뤄지는 날이 오기를 바라며 다시 수요집회에 참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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