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금수저니, 흙수저니?
너 금수저니, 흙수저니?
  • 박소영 기자
  • 승인 2016.03.15 19: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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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등한 사회 속에서 비명지르는 사람들
  금수저, 은수저, 그리고 흙수저까지. 작년부터 청년들을 중심으로 부모의 재력을 수저 색깔에 비유하는 ‘수저계급론’이 유행처럼 번져나가고 있다. 소득과 재산이 삶의 질을 결정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어떤 수저를 물고 태어나느냐는 한 사람의 인생을 결정짓는 요소가 돼버렸고 이러한 불평등한 사회구조는 수저계급론이라는 풍자를 탄생시켰다. 그렇다면 과연 수저계급론이 나타난 배경은 무엇이며 현재 우리사회에서 수저계급론은 어떤 역할을 하고 있을까.


  수저 색깔로 정해지는
  나의 사회 계층
  우리는 집안 사정이 좋지 않아 학자금 대출을 받거나 용돈을 받지 못해 매일 아르바이트를 하는 사람들을 ‘흙수저’라고 부른다. 반면 변변한 집안에서 태어나 등록금, 용돈, 여행비 등을 비롯한 모
든 금전적 지원을 받거나 부모가 사회적으로 높은 위치에 있어 그 혜택을 함께 누리는 사람들을 ‘금수저’라고 부른다.

  금수저와 흙수저 같이 숟가락으로 계급을 나누는 것은 영어 관용 표현인 “Born with a silver spoon in one's mouth(입에 은수저를 물고 태어나다)”에서부터 비롯됐다. 이 표현은 “부잣집에서 태어나다” 혹은 “많은 유리한 점을 갖고 태어나다”와 같은 뜻을 지닌 것으로 여기서 등장하는 ‘은수저’가 수저계급론의 어원이다. ‘spoon’의 어원은 ‘spon’으로 이는 길고 평평한 나무 조각이라는 뜻이다. 과거 사람들에게 숟가락의 재질은 나무이거나 값싼 금속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일부 상위 계층은 그들의 부와 명예를 뽐내기 위해 은으로 된 수저를 사용했고 이에 따라 은수저라는 관용 표현이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역시 금수저와 흙수저는 이미 과거부터 사람들 사이에서 종종 사용되던 관용 표현이었으나 지난 2015년 말, 본격적으로 사회를 풍자하는 말로 사용되며 수저계급론을 모르는 사람들이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과거 서양에서 부자를 은수저라고 칭한 것과는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다이아몬드수저, 금수저, 은수저, 동수저, 그리고 흙수저까지 계층을 여러 개로 나눈 것이 큰 특징이다.

  개천에서 용 ‘못’ 나오는
  불평등한 사회구조
  그렇다면 수저계급론은 왜 사회적으로 큰 관심을 얻고 모두가 사용하는 말이 됐을까. 성기백(남. 23)는 “수저계급론은 불평등한 사회구조가 만들어낸 하나의 문화라고 생각한다”며 “이는 청년들이 불평등한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내지르는 ‘비명’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한다”고 밝혔다.

  OECD는 전 세계 잠재성장률 전망은 현재 3.4%이지만 2040년경에는 2.4%가 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으며 한국의 경우 현재 3.4%에서 무려 1.0%로 하락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과거와는 다르게 높은 경제성장을 달성하기 어려워진 상황에서 개개인의 근로소득은 부를 축적하는 데 큰 도움을 주지 못하는 상황이다. 결국 개인의 노력보다는 부모의 재산이나 소득, 그리고 사회적 위치가 개개인의 계층을 결정짓는 사회가 된 것이다. 수저계급론은 이러한 불평등하고 개천에서 용이 못 나오는 사회구조가 만들어낸 하나의 사회 풍자이다.

  수저 색깔로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
  그러나 이러한 사회를 풍자하기 위해 사용되던 수저계급론이 어느새 우리 사회에 실제 계층구조로 자리 잡아 버렸다는 것이 문제이다. 소위 말하는 금수저들은 직접 자신의 ‘스펙’, 엄밀히 말하자면 자신의 부모의 스펙을 공개하며 본인이 금수저인지 아닌지 묻는다.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며 흙수저라는 사회 풍자 표현을 사용하던 사람들은 이젠 타인으로부터 흙수저라고 불리게 됐다. 즉 수저계급론을 통해 자신의 계층을 파악함으로써 일부는 우월의식을 느끼며 한쪽에서는 상대적박탈감을 느낀다.

  또한 포털사이트에서 큰 관심을 가진 ‘흙수저 빙고게임’ 역시 수저계급론이 등장한 배경을 무색하게 한다. 흙수저 빙고게임에는 ‘화장실에 물 받는 대야가 있다’, ‘연립주택에 산다’, ‘고기 요리할때 물에 넣고 끓이는 요리를 자주 해 먹는다’와 같은 상대적 박탈감을 증가시키는 내용이 있을 뿐만 아니라 ‘부모님이 이혼했다’, ‘부모님이 음식을 남기지 말라고 잔소리한다’, ‘가계 부채가 있다’와 같은 왜곡된 내용도 있다. 결국 풍자로 등장한 말이 지금은 사람들의 계층을 결정하고 있으며 역으로 풍자를 하던 사람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있는 상황이다.

  작년 12월 서울대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의 자살사건 역시 이와 같은 맥락에 있다. 그는 자살 직전 “정신적 귀족이 되고 싶었지만 생존을 결정하는 것은 전두엽 색깔이 아닌 수저 색깔이었다”는 내용의 유서 남겼다. 실제로 이 학생은 과학고를 조기 졸업하고 서울대에 입학한 수재였을 뿐만 아니라 안정적인 직장을 가진 부모님의 밑에서 자라났음에도 불구하고 비관 자살을 택했다. 결국 수저계급론은 상대적인 것이며 소위 말하는 ‘흙수저’만이 수저계급론이 지배하는 사회를 비관하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알바천국이 만 19세 이상 30세 미만 청년 98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청년들이 꼽은 2015년 한 해 가장 공감되는 신조어는 ‘금수저,흙수저’(44%)였다고 한다. 이어 ‘헬조선’, ‘열정페이’, ‘N포세대’, 그리고 ‘노오력’이 그 뒤를 이었다.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알 수 있듯이 청년들은 취직과 계층 상승이 어려운 사회를 비관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수저계급론’, ‘헬조선’, ‘노오력’ 모두 변화하지 않는 사회를 풍자하기 위해 만든 말이지만 더 이상 이 단어들은 풍자가 아니라 현실이 돼버렸다. 여전히 노력해도 가진 자를 넘어설 수 없는 사회구조 속에서 사람들은 오늘도 비명을 내지르고 있다.

불평등한 사회구조를 풍자하기 위해 사용됐던 수저계급론은 어느새 실제 계층구조로 자리잡았다. 가구 수입과 자산, 부모님의 직업, 그리고 본인의 직업 등을 기준으로 계급을 나눈다. /출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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