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들이 만든 창작의 공간, 예술촌
예술가들이 만든 창작의 공간, 예술촌
  • 정혜원 기자
  • 승인 2016.03.15 19: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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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생력 지닌 예술촌 위한 정부의 ‘지원’은 YES, ‘개입’은 NO
  ‘N포 세대’라 불리는 현대의 청춘들. 그만큼 취업을 위해 포기해야 할 것들이 많아지고 있다. 젊은 예술가들도 마찬가지다. 기존 미술 시장에 진입해 예술가로서의 활동하기란 쉽지 않다. 이러한 이유로 예술가들은 자신의 창작활동을 이어가기 위한 곳을 모색한다. 이처럼 같은 뜻을 가진 예술가들이 모여 형성된 곳이 바로 ‘예술촌’이다. 예술가들이 자신의 예술성을 맘껏 표현할 수 있는 곳, 예술촌에 대해 알아봤다.


  예술을 위해 모인 사람들
  예술촌을 만들다
  예술촌은 예술가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예술촌과 정부가 지역 문화예술의 발전과 도시재생사업 등을 목표로 만든 예술촌으로 나뉜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예술촌으로는 문래동 예술창작촌, 창동 예술촌, 원예 예술촌, 해오름 예술촌, 헤이리 예술 마을 등이 있다.

  이 중 경상남도 남해에 있는 ‘해오름 예술촌’은 마을 촌장이 폐허를 예술촌으로 꾸린 곳이다. 촌장은 이곳에 작가들이 작업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으며 예술작품을 전시·공연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가족 단위의 사람들이 나들이를 할 수 있도록 꾸며 문화예술의 창작이 가능할 뿐 아니라 사람의 정과 행복이 있는 공간이 됐다. 덕분에 해오름 예술촌은 오늘날 남해에서 인기 있는 관광코스로 꼽힌다. 지난해 ‘해오름 예술촌’을 방문한 적 있는 대학생 황호연(남. 21) 씨(이하 황 씨)는 “해오름 예술촌은 폐교를 예술촌으로 만든 거라고 알고 있다”며 “버려진 곳에 예술을 접목해서 새로운 공간으로 창조한 게 신선하다”고 말했다.

  해오름 예술촌와 가까이 위치한 원예 예술촌 역시 20여 명의 원예인들이 직접 집과 정원을 꾸려 마을을 이뤘다. 원예 예술촌은 마을이 곧 원예인들의 작품이다. 원예인들은 이곳을 정원 조성에 대한 정보 교환과 소통, 교류의 장으로 삼아 예술가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자신의 예술 창작 공간이 예술계의 발전을 도모하는 장소가 되는 것이다. 이처럼 예술촌은 예술인들에게 표현방식을 보장받으며 자유롭게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는 장소가 됐다.

  예술가가 모여
  도심을 일으킨다
  이 외에도 정부의 도시재생사업 아래 예술촌이 조성되기도 한다. 마산에 있는 창동 예술촌의 경우 입주 예술인들에겐 창작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무료로 주어질 뿐 아니라 대외활동, 전시비 등도 지원되기 때문에 예술가들 사이에서 만족도가 매우 높다. 이처럼 예술가의 창작능력과 예술성이 침해되지 않고 예술가들의 권리를 보호하는 선에서 정부의 지원이 이뤄진다면 예술가의 창작활동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지역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다.

  해외의 예술촌 역시 아름다운 관광지로 주목받고 있다. 독일의 우파파브리크는 베를린이 분단되며 지역 산업이 완전히 정지돼 약 30여 년 동안 방치됐었다. 그러나 1978년부터 청년 예술가들이 모여 공장 문화 페스티벌을 개최했고 이때 얻은 수입으로 건물을 개조해 점차 예술촌으로 자리 잡아 갔다. 그 결과 우파파브리크는 예술활동과 지역 운영 모두 활성화되면서 연 20만 명이 방문하는 명소가 됐다. 또한 중국 베이징 인근의 다산쯔798 예술구는 원래 군수공장 지대였으나 공장들이 문을 닫으면서 그 자리를 예술가들이 채우기 시작했다. 특히 다산쯔798에서는 작품을 만들고 전시를 하는 과정에서 정부의 규제 없이 표현의 자유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이 큰 특징이다. 이런 점 덕분에 다산쯔798에 모인 예술가들은 실험적이고 특색 있는 작품을 창작할 수 있었고 외국인들로부터 호응을 받을 수 있었다. 그 후 비약적인 발전을 한 다산쯔798은 ‘베이징의 소호’로 불리며 세계 유명 갤러리들도 들어오게 됐다.

  이렇듯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의 예술촌은 현재 많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관광지로 각광받고 있다. 황 씨는 “여행다닐 곳을 찾아보다가 요즘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예술촌을 알게 됐고 호기심 차 방문하게 됐다”며 “이처럼 예술촌에 오는 관광객들이 많아지면 그 지역의 관광이나 경제를 활성화하는 데에 기여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가 유동인구 유입을 목적으로 창동 예술촌을 조성해 지역 발전을 도모하려는 활동을 추진 중이다. 출처/YTN NEWS

  오롯이 예술가들을 위한
  예술촌 조성을 위해서는
  그러나 예술촌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오히려 독이 되기도 한다. 예술촌은 관광지가 아닌 예술가들의 작업소이다. 그래서 세간의 이목이 집중될수록 예술가들의 창작행위에 방해가 될 수도 있고 임대료가 비싸지면서 예술가들이 그곳을 떠나야 할 상황에 놓일 수 있다. 문래 예술창작촌에서 식당 ‘쉼표말랑’을 운영하는 말랑 씨는 “이곳에 계신 분들, 특히 철공소에서 근무하시는 분들은 생업으로 기계를 다루는 위험한 작업을 하고 계시는데 사람들이 양해 한마디 없이 사진을 찍으면 찍히는 입장에서는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내 경우에도 카메라를 바짝 들이대는 행위는 불쾌하게 느껴지기까지 한다”고 말했다.

  또한 예술가들의 힘으로 만들어낸 예술촌에 정부가 과도하게 개입하게 되면 예술가들의 정체성과 예술성이 가려질 수도 있다. 문래 예술창작촌 같은 경우 처음에는 예술가들이 만든 자생적 예술촌이었으나 정부가 예술촌에 개입한 이후 예술가들과 갈등을 빚기도 했다. 문래 예술창작촌의 한 예술가는 “우리 예술가들의 활동이 정부가 개입해 만들어진 예술창작촌 안에 묶여져 있는 듯한 느낌이 들 때가 있다”며 “다소 앞뒤가 바뀐 상황에 모순점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홍대는 초장기 젊은 예술가들이 자신의 예술성을 뽐내던 곳이었지만 현재 많은 예술가들이 홍대의 비싼 임대료를 견디지 못해 다른 곳으로 떠나가고 있다. 돈에 쫓겨 꿈을 좇지 못하는 상황에 놓여있는 예술가들, 그들을 위해 정부는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다만 지원을 가장한 ‘개입’은 예술가들의 자생력을 잃게 만들 수 있다. 정부가 예술가들의 창작과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고 지원을 해준다면 예술촌과 지역 발전 모두 꾀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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