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칼럼] 독서, 낡은 문화 기술?
[교수칼럼] 독서, 낡은 문화 기술?
  • 신지영 독어독문학과 교수
  • 승인 2016.03.15 19: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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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의 가구당 한 해 도서구입비가 1만 7천 원이라는 통계를 접했다. 1년에 1권 정도의 책을 구매했다는 뜻이다. 올해만의 일은 아니다. 작년에도 한국인의 책 소비는 이 정도 수준이었다. 또 대학생들의 책 구매량도 7권 정도로 작년에 비해 4권이 줄었다고 한다. TV나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통계에 귀가 쫑긋해지고 위기감을 느끼는 것은 문학을 가르치는 대학교수라는 필자의 직업 때문이리라. 책이나 독서 관련 통계에서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는 책이 문학이기 때문이다. 최근 중앙일보와 조선일보는 지난 1월 미국의 유명 주간지<The New Yoker>에 실린 기사 하나를 소개했다. “한국이 노벨문학상을 탈 수 있을까”라는 제목의 한국인 독서량에 관한 기사였다. 이 기사는 한국인의 “1인당 독서량은 경제규모 30개 대국 중 꼴찌”라는 2005년 통계를 소개하면서 책에 대한 한국인들의 무관심과 독서를 시간낭비라고 생각하는 몰이해와 스마트폰, TV에로의 쏠림 등을 들어 한국인들의 노벨문학상에 대한 기대가 어이없다고 지적했다. 좋은 작가가 나오기 위해서는 좋은 문학적 토양이 있어야 하고 그 토양이란 바로 많은 독자이기 때문이다. 필자가 맡고 있는 <유럽 문화와 관광>이라는 교양수업에서는 유럽의 교육수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교육수준은 문해율, PISA(국제학업성취도평가) 결과, 도서판매량과 독서량으로 측정된다. 한국은 문해율과 PISA에서는 늘 일본과 함께 상위권에 든다. 그러나 책 구매량과 독서량에서는 PISA에서 우리와 수위를 다투는 핀란드는 물론이고 (핀란드인들의 책사랑은 유럽국가들 사이에서도 유명하다) 다른 선진국들을 따라가지 못한다. 작년에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발표한 국민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독서율(잡지와 만화를 제외한 일반 도서를 연간 1권 이상 읽은 사람의 비율)은 65.3%로 스웨덴, 덴마크, 핀란드 등 85%대인 나라들에 비해 떨어진다. 한 달 평균 독서량도 2014년 통계에 따르면 0.8권으로 미국의 6.6, 일본의 6.2, 프랑스 5.9, 중국의 2.6권 보다도 낮다.

  요즘은 내리는 봄비조차도 그냥 “좋다”고 해서는 마음에 와 닿지 않고 경제가치를 따지는 시대니 독서의 경제가치도 따져보자. 노벨문학상을 받아 한국인의 문화수준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서뿐만 아니라 경제에 있어서도 문학과 독서는 중요하다. 세계 최고의 책 소비국인 핀란드는 휴대폰 노키아의 몰락 이후 게임 사업으로 재기했다. 삼성 등 우리나라 기업들도 한계에 달한 하드웨어 사업을 넘어 이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창조적인 산업으로의 전환을 꾀해야 할 시기라고 한다. 그러니까 창조적 상상력을 키우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문학이나 책 자체가 경제를 이끌어가는 큰 힘일 수 있다. 창조경제의 모범이 되고 있는 영국의 <해리포터> 시리즈를 보라. <해리 포터> 시리즈는 2001년 출간 이후 10년 동안 연간 6조원의 경제효과를 냈는데 이는 삼성전자의 연간 순이익 규모를 능가하는 것이라고 한다. <해리 포터>의 브랜드 가치는 17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올해 7월 연극으로 다시 돌아올 <해리 포터>의 신화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해리 포터>의 작가 조엔K. 롤링은 영국 최고의 부자이며 <해리 포터>는 영국의 가장 성공적인 수출상품이다.

  우리 대학에로 눈을 돌려보면 덕성여대도서관은 재학생 1인당 장서 수에서 전국 대학도서관들 중 (서울대와 서강대에 이어) 3위라고 한다. 그러나 도서관에 들어갈 때마다 1층 열람실의 텅빈 자리들을 보면 안타까움을 금할 수가 없다. 2015년부터는 이전까지 두 학기에 걸쳐 운영되던 <이해와 소통 세미나>의 문학예술과 인문자연이 통합되면서 읽어야하는 책 수가 10권 남짓으로, 절반으로 줄었다. 강제적으로나마 책을 읽던 시간조차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의학을 공부한 개업의였고 문학과는 상관이 없다고도 할 수 있는 직업을 가졌지만 그는 고전을 열심히 읽었다. 그의 이론이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라는 이름을 달지 않았다면 전 세계인의 상상력을 그렇게까지 자극할 수 있었을까. 독서는 기술이 문화를 선도하는 21세기에도 유효한 문화 기술(cultural technique)이다. 올봄에는 책을 읽자. 나의 상상력을 키우고 경험의 지평을 넓히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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