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성장한다는 것
[사설] 성장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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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3.15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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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학생들과의 첫 만남에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또는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지’를 물을 때가 많다. 아니 정확히는 내 수업을 들을 때 단순히 전공지식 또는 기술만 가져가지 말라고 부탁할 때가 많은 것 같다. 내가 살면서 못해왔던 것들에 대한 안타까움과 뉴스의 여러 소식들 때문일 것이다. 얼마 전 복도에서 과제 전시회를 해 놓은 작품을 찍고 있는 학생을 보고 왜 작품 하나하나를 사진으로 찍느냐고 물은 적이 있다. 그 학생은 내 지적에 기분이 나빴는지 내가 누구인지 먼저 밝히고 물었어야 했다고 따지기 시작했다. 나도 질세라 열심히 대꾸하며 언성을 높였던 것 같다. 최근 우리는 조금이라도 불이익을 당했거나 지적질을 당하고 나면 종종 그것에 대한 불만을 앞뒤 정황 없이 극대로 표현하곤 한다. 한 달밖에 사귀지 않은 남자친구가 여자친구를 폭행한 사건, 20대 초반에 낳은 아이가 귀찮다는 이유로 먹을 것도 주지 않고 감금한 사건 등 여러 폭력사건이 뉴스에서 단골손님처럼 보인다. 심지어 보복성 운전을 막기 위해 암행순찰자까지 등장하고 있다. 그만큼 자기의 감정 제어가 되지 않은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최근 급성장하는 사회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한 채 성장하고 있는 듯하다. 성장한다는 것은 육체적, 정신적 모두를 일컫는데 우리는 몸만 성장하고 늙어갈 뿐이지 이에 맞는 행동들을 못 하고 있다. 12시간 넘게 일을 해야 하는 스트레스와 상사에게서 받는 스트레스는 생활 속에서 견디기 힘든 버거움이 됐다. 이는 욕구 불만으로 쌓여 폭발 직전의 상태까지 놓이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어떤 일에 부딪히면 즉시 폭발하는 것이 당연하다. 이런 스트레스는 중간단계 없이 난폭함과 상냥함의 극과 극의 행동을 하는 심리적 불안 증세로 나타나며 결국 집요하게 상대를 괴롭히는 극단적 행동으로 표출된다.

  우리의 성장 속에는 사람이라면 갖추어야 하는 도덕관념, 자기성찰, 인간관계 속에서 있어야 하는 관용과 조화가 같이 성장해야 한다고 본다. 최근 복도에서 겪었던 상황은 학생도 나도 서로를 관용하지 않는 행동이었다. 그 학생의 “정보 수집을 하는데 왜 안 되냐”는 질문에 간단히 “저작권 문제가 있어”라는 대답을 했을 뿐 ‘내가 누구인지’, ‘왜 안 된다는 것인지’ 설명하지 않았다. “페이스북이나 블로그에 600×400해상도 이상으로 타인의 창의적 작품이 찍힌 사진이 올라가면 문제가 된다”고 자세히 설명했더라면 어땠을까. 언짢아하는 학생의 태도에 바로 ‘너 잘 만났다. 화풀이 대상이 없었는데 딱 걸렸군!’이라고 생각하면서 더 극으로 치달은 것은 아닌지 돌이켜본다. 대체적으로 불평을 받는 곳이 만만한 곳이면 그 불평사항들이 끊임없이 제기된다. 그러나 한 번의 잘못된 분풀이가 자신을 평가하는 중요한 자료가 되고 누군가를 아프게 할 수 있다. 작은 화풀이가 큰 화풀이가 돼 이제는 법적 제재로까지 이어졌다. 암행순찰차가 등장한 것도 여성폭행 피해특별반이 생긴 것도 비슷한 상황과 이유일 것이다.

  성장을 한다는 것, 나이가 든다는 것은 상당히 많은 것들을 책임지게 한다. 성장함과 동시에 우리의 마음속에는 마음의 관용과 조화가 같이 성장해야 한다. 관용과 조화를 통해 바로 내가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이 느껴지고 이해될 때 우리는 피터팬의 나라에서 드디어 떠나올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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