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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성 안에서 스스로 미래를 개척해 나가세요
2016년 03월 15일 (화) 19:56:15 김유빈 기자 sallykim6306@naver.com

  한국 근현대 민족문제에 대한 연구와 한일 과거사 청산을 위해 힘쓰고 친일 문제를 바로 세우는 활동을 하는 연구소가 있다. 바로 ‘민족문제연구소’이다. 이곳 민족문제연구소에서 연구에 필요한 다양한 자료들을 수집하고 기증받은 자료를 관리하는 역할을 하는 민족문제연구소 자료실장 김승은 동문을 만나봤다.


  
   
  덕성여대에 입학해
  근현대사에 관심을 가지기까지
  “사실 처음 덕성여대에 입학하고 재수를 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덕성여대의 두 가지가 저를 붙잡았죠. 입학 후 오리엔테이션에 갔는데 여자들만으로도 완벽하게 자기가 맡은 역할을 해내고 당당하게 자기주장을 말하고 있는 선배들의 모습을 보고 ‘되게 괜찮은데?’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녀는 현재 덕성여대 동문들이 사회 곳곳에서 빛나고 있다며 “학생일 때와 마찬가지로 사회에서도 자기주장과 목소리가 분명한 동문들인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이유는 제 은사님이신 한상권 교수님 덕분이에요. 제가 처음 대학에 입학하고 교수님께서 ‘국사 교과서가 가지고 있는 오류와 실수, 내지는 은폐된 사실에 대해 비판하라’는 과제를 내주셨어요. 당시 저에게는 교과서를 비판하라는 것이 큰 충격이었죠. 교과서는 사실 그대로만 쓰여야 하잖아요. 그래서 교과서가 틀렸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어요. 과제를 받은 후 여러 가지 가치관의 혼란이 왔죠.” 그녀는 그날 이후 그동안 알지 못했던 것에 관해 공부를 해봐야겠다고 결심했다고 한다. “고등학교 때 제가 배웠던 것들에 대한 회의감이 들었어요. 그래서 전에는 배우지 못했던 근현대사에 대해 흥미가 생겼죠. 당시 사회가 처음 근현대사 연구가 왕성하게 나오던 시기이기도 했고요. 그 속에서 지배 권력으로 은폐되고 왜곡된, 때로는 미화된 역사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그것을 더 공부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결과적으로는 대학교를 마치고 고려대학교 대학원에 진학하게 됐죠.”

  학생회 활동을 통해
  목소리를 내다
  덕성여대에 다니던 시절 김승은 실장은 학생회 활동을 열심히 하는 학생이었다. “제가 대학을 다니던 1990년대에는 학내에 여러 가지 문제가 있었어요. 예를 들어 당시 학생회관을 건축하고 있었는데 건축이 너무 늦어진 상황이었어요. 그때 ‘비놀리아’라는 비누가 있었는데 아무리 사용해도 그대로라는 의미로 ‘아직도 그대로네?’ 하고 광고를 했어요. 우리는 그 비누의 이름을 따서 학생회관을 ‘비놀리아관’이라고 부르곤 했죠. 이처럼 등록금이나 재단 적립금의 사용 내역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아서 학우들이 불만을 갖고 있었어요.” 이때문인지 이 당시의 우리대학 학우들은 학생회 활동에 높은 참여율을 보였다고 한다. “수업 거부와 같은 집단적인 움직임부터 시작해서 민주마당에 한번 모이면 전체 5천 명의 학우 중 3천 5백 명 가까이 모일 때도 있었어요.” 그 중에서도 그녀는 자치질서를 바로잡는 것에 굉장한 열의를 갖고 있는 학생이었다. “당시에는 학내의 민주적 질서를 요구하는 여러 가지 운동들이 많이 일어났죠. 어떻게 보면 1987년에 크게 일어났던 민주화 운동이 1990년대에 들어서는 개인 차원에서의 민주적인 질서를 만들기 위한 자기 운동으로 이어진 것 같아요.”

  그녀는 현재 대학사회에서 학생회가 그 역할을 잘 해내지 못하는 것에 안타까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자기목소리를 내는 것은 변하지 않는 의무이자 권리거든요. 그러나 학생들의 목소리를 대신하는 학생회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면 그 무관심이 결과적으로 자신한테 돌아올 거예요. 이번에 진행된 학과 통폐합 같은 일이 생겨도 자신의 의사를 대신 발언해줄 기관이 없으면 그냥 부당하게 지나갈 수밖에 없잖아요.”

  민족문제연구소의 사명
  “제가 박사과정을 수료할 때 즈음 국가가 나서서 한국사회의 과거사 문제를 정리하고, 그런 취지의 법과 제도를 많이 만들었어요. 그래서 스스로 현장에 들어가서 역사청산 문제에 실질적으로 이바지해보고 싶었죠. 제가 민족문제연구소에 오게 된 지도 11년이나 됐네요.” 현재 민족문제연구소는 친일 청산을 못 해서 생기는 파생된 문제 여러 가지를 다루고 있다. “우선 가장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는 문제 중 하나는 우리가 잘못된 인물을 기념하고 있다는 사실이 가장 크죠. 친일 행위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근대문학의 대부’ 혹은 ‘학교의 설립자’라고 칭송을 받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요. 공적인 면만 부각하고 과오를 숨기는 것이죠. 이건 역사를 제대로 전달하지 않고 은폐하고 미화하는 것이에요. 그런 것들을 바로잡기 위해서 국가가 공적 자금으로 친일 행위를 한 인물의 기념 사업을 하는 것에 반대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그녀는 덕성여대가 설립자를 되찾은 것이 자랑스럽다고 했다. “대학에서 스스로 자기의 설립자를 발굴하고 올바른 역사를 정립했다는 것은 어디가서나 자랑할 만한 일인 것 같아요. 신입생들한테 설립자를 되찾은 것과 그 일이 어떤 의미인지 알리는 것은 굉장히 중요해요. 그 사실이 굉장히 큰 자산이기 때문이죠.”

  또한 민족문제연구소는 친일 청산을 하지 못해 직접적인 피해를 본 사람들을 위해 힘쓰고 있다.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대한 제대로 된 보상이나 일본의 사과가 되지 않은 점을 개선하기 위해 힘쓰고 있어요. 그래서 강제동원 피해자 지원운동을 20년 이상 해오고 있고 이러한 사실이 교과서에 쓰이지 않는다는 사실에 대한 반대운동 역시 하고 있고요. 이러한 일 외에도 친일 문제를 조금 더 쉽게 풀어낸 대중서를 편찬, 기획, 출판하고 있어요. 또 백년전쟁이라는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 근현대사의 이면을 제대로 알리기 위한 영상 작업도 진행하고 있죠.”

  민족문제연구소에서는 매년 역사를 주제로 한 전시회를 기획하고 있다. “매년 서울역사박물관 같은 곳에서 역사와 관련한 여러 주제로 전시를 서너 차례 기획하고 있어요.” 덧붙여 그녀는 올해 5-6월 사이에 강북구에서 개관 예정인 근현대사기념관을 소개했다. “강북구에 근현대사기념관을 기획해 현재 3년째 추진 중이에요. 이 박물관은 우리 민족이 독립, 민주주의, 자유를 어떻게 성취할 수 있었는지를 배워보자는 취지로 만들어졌어요.”  그녀는 새로 개관할 근현대사기념관에 대해 자세한 계획을 말했다. “근현대사기념관에서 출발해 독립군 양성을 위한 수련장이었던 봉황각까지의 둘레길을 만들어 활성화하고 싶어요. 특히 봉황각은 3.1 독립운동이 일어나게 된 배경이라고 볼 수 있어서 그 의미가 더 크죠. 그렇기 때문에 역사를 배우는 학생들이 그 일대를 둘러보고 많은 것을 배울 수 있게 만들고 싶어요. 덕성여대가 이런 활동들에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고 학술조사나 답사 등의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인생의 중요한 결정을 내리세요
  마지막으로 덕성여대 학우들에게 한마디 조언을 부탁했다. “기성세대가 흔히 20대에게 ‘마음만 먹으면 뭐든 할 수 있는 세대’라 하잖아요. 그렇지만 저만 해도 20대가 가장 힘들었던 시기였어요. 고민이 많았고, 갈팡질팡했고, 세상의 짐을 다 가진 것 같았죠. 인생의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시기니까요. 그러나 우리 덕성인들은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을 잘 개척하는 기질이 있는 것 같아요. 제가 한 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건 사회가 규정하는 잣대에 휘둘리지 말고 꿈과 의지를 맘껏 펼쳐나가 보라는 거예요. 우리는 자랑스러운 덕성인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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