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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리어프리, 너와 나의 장벽이 무너지다
제도적 장벽부터 마음의 장벽까지 허무는… 배리어프리의 여러 모습
2016년 04월 11일 (월) 20:11:06 최한나 기자 hanna951108@duksung.ac.kr
  다가오는 20일은 ‘장애인의 날’이다. 사람들은 이날을 맞이해 불평등한 사회를 개선하기 위한 여러 활동을 진행한다. 물론 사람들의 노력이 장애인의 날에만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장애인의 날은 1981년 장애인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제정됐지만 3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목적을 완전히 이루지 못했기 때문이다. 장애인들이 차별과 편견의 장벽 속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하는 방법, 배리어프리(barrier free)에 대해알아보자.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가
  넘을 수 있는 턱
  ‘배리어프리(barrier free)’란 장애물을 뜻하는 ‘배리어(barrier)’와 벗어난다는 뜻의 ‘프리(free)’를 합성한 말로 장애인도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물리적, 제도적인 장벽을 허무는 운동이다. 횡단보도 앞 인도의 높이를 낮추고 건물이나 지하철역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는 등 장애인들이 일상생활에서 장벽을 느끼지 않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다. 장애인 편의시설 전문가인 에이블뉴스 박종태 기자(이하 박 기자)는 “어떤 시설에 갔을 때 자신이 장애인이라는 생각을 잠시라도 잊게 해주는 것이 바로 배리어프리이다”고 말했다.

  배리어프리는 1974년 국제연합 장애인생활환경전문가회의 때 발표된 ‘장벽 없는 건축 설계(barrier free design)’에 관한 건축학 분야 보고서에서 처음 사용된 용어이다. 이후 스웨덴, 미국, 일본 등의 선진국에서 주택이나 공공시설 ‘문턱 없애기’나 배리어프리 건물 인증제도 등을 시행하면서 세계 곳곳으로 퍼졌다. 우리나라는 최근 ‘장애인, 노인, 임산부 등의 편의 증진보장에 관한 법률’에 따라 시설물에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을 인증하는 ‘BF 인증제도’를 도입했다. 또한 작년부터는 국가 및 지자체가 신축하는 건축물에 기준에 맞는 장애인 편의시설을 설치하고 의무적으로 ‘BF 인증’을 받도록 하고 있다.

  배리어프리 영화
  문화적 장벽 허물어
  이처럼 본래 건축이나 도로, 교통시설 등에서 ‘물리적 장벽’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배리어프리는 현재 시험이나 자격 등을 제한하는 ‘제도적 장벽’과 서비스 결여에 의한 ‘정보, 문화적 장벽’까지 허물자는 운동으로 의미가 확대되고 있다. 그중 최근 활성화되고 있는 ‘배리어프리 영화’는 문화적 장벽을 허무는 대표적인 분야이다. 배리어프리 영화는 청각장애인을 위해 영화 속의 대사와 효과음, 배경에 삽입되는 소리를 자막으로 보여주고 시각장애인을 위해서는 인물의 행동, 표정, 극 배경 등 화면 속 모든 것을 소리로 들려준다. 청각장애인 웹툰 작가 라일라 씨는 자신의 웹툰 <나는 귀머거리다>을 통해 좋아하는 영화가 배리어프리로 상영돼 제약 없이 영화를 볼 수 있었을 때의 기쁨을 보여줬다. 예전에는 영화관에서 볼 영화의 대본을 미리 외우고 가야 했던 그녀에게 배리어프리 영화는 소중한 제도인 것이다.
   
청각장애인의 일상을 다룬 웹툰 <나는 귀머거리다>의 한 컷이다. 청각장애인들은 일반 영화를 볼 경우 소리가 안 들려 온갖 유추를 하며 영화를 감상해야 한다. 그러나 배리어프리 영화는 소리를 자막으로 일일이 표현해 줘 청각장애인들이 영화를 좀 더 편하게 볼 수 있도록 한다. 캡처/웬툰 <나는 귀머거리다>


  이러한 영화 제작을 위해 배리어프리 영화위원회는 일반 시민들로부터 ‘만 원 기부’를 받고 있다. 영화 표 한 장의 가격이 만 원이기 때문이다. 비장애인들은 이러한 기부를 통해 배리어프리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보고 장애인을 좀 더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배리어프리가 장애인에 대한 비장애인들이 갖는 ‘마음의 장벽까지’ 허물고 있는 것이다.

  점차 일상화돼 가는
  배리어프리
  이처럼 장애인들도 비장애인들과 함께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게 되면서 배리어프리는 우리 삶 속에 하나의 문화가 되고 있다. 이제 장애인들은 영화뿐 아니라 배리어프리 연극이나 뮤지컬 등의 문화를 제약 없이 즐길 수 있다. 여러 배리어프리 연극들이 객석을 고쳐 ‘휠체어 석’을 마련하고 청각장애인을 위한 모니터 설치와 시각장애인을 위한 오디오 가이드 및 점자 대본집을 제작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배리어프리는 방송에서도 점점 더 활발해질 예정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2016년부터 2017년까지 청각장애인을 위한 스마트 수화 시험방송을 진행하고 2018년부터는 본 방송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배리어프리 앱도 생겨나는 추세다. 자막이나 화면 해설 데이터를 다운해 영화의 시청각 자료를 제공받을 수 있는 앱이 대표적인 예이다. 영화뿐 아니라 도서 분야에서도 배리어프리 앱이 개발되고 있다. ‘열린 책장’과 ‘위즈온 협동조합’에서는 ‘디지털 장애인 도서관 배리어프리’ 앱을 개발해 수화 영상도서와 자막 도서, 음성도서를 제공한다.

  서로 소통하고 이해하며
  배리어프리 정착화 필요해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에 배리어프리가 완벽하게 자리 잡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박 기자는 “아직 우리나라는 배리어프리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곳이 많고 선진국들과 비교했을 때에도 현저하게 차이가 난다”라며 “BF 인증제도 역시 아직까지 크게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으며 인증을 받았거나 배리어프리를 설치했다고 해도 실제로는 장애인들이 불편함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이러한 허점은 문화적인 부분에서도 존재한다. 현재 한 해 제작되는 배리어프리 영화 편수는 약 20편 정도로 1년 동안 개봉되는 영화 전체수에 비해 배리어프리 영화 편수는 턱없이 적다. 또한 현실적으로 시청각 장애인이 영화를 보려면 한 달 이상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배리어프리 영화가 과거보다 많이 상영된다고 해도 아직까지 장애인들에게는 접근하기 어려운 문화 활동이다. 또한 아직 배리어프리 영화가 비장애인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아 전체 제작비의 3% 정도만이 시민들의 기부금으로 충당된다고 한다.

  우리나라 장애인들이 편리하게 일상을 보내려면 앞으로 배리어프리가 활성될 필요가 있다. 박기자는 “단지 배리어프리 시설 설치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 장애인들이 이용하기에 편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장애인들의 노력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며 “비장애인들의 인식 자체가 변해야 하고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가 함께 소통하며 맞춰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배리어프리는 ‘제도적인 장벽’뿐 아니라 장애인과 비장애인들 사이에 있는 ‘마음의 장벽까지’ 허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비장애인들에게는 아직 생소하고 낯선 단어일 수 있다. 그러나 장애인들의 앞에 놓인 장벽들을 없앨 수 있는 건 우리 모두가 함께했을 때만이 가능한 일임을 기억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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