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칼럼] 풍자와 폭언
[학생칼럼] 풍자와 폭언
  • 허지원(사회 3) 학생칼럼위원단
  • 승인 2016.04.11 21: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3일 tvN의 <코미디빅리그> 속 코너 ‘충청도의 힘’에서 장동민 외 몇몇 개그맨들이 한부모 가정을 비하하는 개그를 해 논란이 됐다. 그들은 애늙은이라는 콘셉트의 아이들 역할을 맡았다. 한부모 가정으로 설정된 친구가 고가의 로봇 장난감을 자랑하자 “야, 오늘 며칠이냐? 25일이면 자축인묘… 쟤네 아버지가 양육비 보냈나 보다”, “어허 듣겠다. 쟤 때문에 부모 갈라선 거 동네 사람들이 다 아는데…”, “니는 얼마나 좋냐. 생일 때 선물을 양짝(양쪽)에서 받자녀. 재테크여 재테크여”라고 말하는 등 한부모 가정과 아이들을 조롱하는 대사들을 연기했다. 방송 후 많은 사람이 분노했고 이들은 온라인상에서 크게 비난받았다. 더불어 지난 7일 한부모 가정 권익단체인 ‘차별 없는 가정을 위한 시민연합’이 서울 마포경찰서에 모욕죄로 장동민을 포함 한 세 명의 개그맨을 비롯해 프로듀서와 작가 등 해당 코너의 관계자들, 그리고 방송사를 일제히 고소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러한 대중들의 반응이 너무 과하다며 그들을 옹호하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개그는 개그로 보자”나 “외국에서는 대통령, 종교, 연예인, 인종 등 특정인에 대한 풍자를 다 받아들인다. 왜 이것을 풍자로 보지 못하나” 등 그들은 개그를 했을 뿐이고 특정 상황에 대한 풍자이므로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말라는 의견을 밝혔다. 또 “강자뿐만 아니라 약자도 개그 대상으로 삼을 수 있는 것 아닌가”, “왜 연예인에게는 늘 민감하냐” 등의 주장도 있었다. 하지만 과연 한부모 가정과 같은 소수의 약자를 대상으로 한 개그도 ‘풍자’라고 일컬으며 옹호하고 정당화할 수 있을까? ‘풍자’의 사전적 의미는 ‘남의 결점을 다른 것에 빗대어 비웃으면서 폭로하고 공격함’이다. 즉 풍자의 전제는 대상에 대한 비웃음이나 공격이 담겨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보통 문학작품이나 최근의 신문, TV 프로그램 등 대중매체에서 ‘풍자’라고 일컬어지는 대상은 사회적인 이슈나 정치적인 문제와 같은 논란이 되는 사회적 상황이나 특정 권력을 향한 것이 일반적이다.

  반면 이번에 문제가 된 개그는 사회적 약자를 소재로 삼아 그들의 아픔을 우스꽝스럽게 표현하며 비하했다. 만약 위의 상황에서 대중들이 개그라며 웃어 넘겨버리고 관련 대사들이 초·중고등 학교에서 유행어가 됐다면 누군가는 웃고 즐길 수 있겠지만 분명 웃을 수 없는 비슷한 환경에 놓인 아이들은 사회로부터 또 다른 상처를 입게 될 것이다. 이는 흑인, 여성, 장애우 등 모든 사회적 소수자 혹은 약자에게도 적용된다. 권력을 공격하는 것은 풍자이지만 약자를 공격하는 것은 폭력이다. 더 이상 누군가의 아픔이 개그로 희화돼 상처를 받지 않도록 사회가 그들을 감싸줘야 한다. 이에 대해서 덜 민감하게 반응을 하고 쉽게 용인해버린다면 언젠가 그 조롱의 대상이 ‘내’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도봉구 삼양로144길 33 덕성여자대학교 도서관 402호 덕성여대신문사
  • 대표전화 : 02-901-8551, 8558
  • 청소년보호책임자 : 고유미
  • 법인명 : 덕성여자대학교
  • 제호 : 덕성여대신문
  • 발행인 : 김건희
  • 주간 : 조연성
  • 편집인 : 고유미
  • 메일 : press@duksung.ac.kr
  • 덕성여대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덕성여대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ess@duksung.ac.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