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미러]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백미러]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 최한나 기자
  • 승인 2016.05.10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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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은 페미니스트입니까?”라는 질문에 쉽게 대답할 수 있는가? 적어도 지금까지의 나는 그러지 못했다. 페미니즘의 뜻이 여성우월주의가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고 성차별에 반대하며 성 평등을 외치는 학문이라는 것도 알지만 선뜻 “나는 페미니스트예요”라고 말하는 건 왠지 모르게 어려운 일이었다. 두려움, 그래 모두 두려움 때문이다.

  페미니스트라고 하면 자칫 ‘남성의 권리를 짓밟고 여성만 우월하게 여기는 사람’이라고 오해받는 사회에서 나는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보는지가 중요한 평범한 대학생일 뿐이고, 그래서 내가 페미니스트라고 말했을 때 사람들이 나를 이상하게 볼까 봐 두려웠다. 또한 나를 잘 모르는 사람이 나를 욕하고 싫어할까 봐 두려웠고, 누군가가 날 붙잡고 따질까 봐 두려웠으며, 페미니즘을 싫어하는 상대방과의 논쟁에서 질까 봐 두려웠다. 아직 나는 페미니즘에 대해 잘 모른다고 느꼈고 이를 다른 사람에게 들킬까 두려웠다. 또 성차별적인 발언을 듣고도 그것이 잘못됐다고 인지하지 못할까 봐, 나에게서 편견이 담긴 모습이 보일까 봐 두려웠다.

 
이번 호 취재를 위해 얼마 전 여성주의 소모임 노라의 회원 두 명을 만났다. 대화를 나누던 도중 그들은 “페미니즘에 대해 공부를 하고 나니까 세상 모든 것이 불편해졌다”고 말했다. 공감이 됐다. 페미니즘에 관심을 가지면서 나는 꽤 많은 것에 불편함을 느꼈고 하다못해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 가사가 불편하게 느껴져 ‘내가 너무 예민한가’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노라 사람들은 “그만큼 우리사회는 아주 근본적인 것부터 변화해야 할 것이 많다는 뜻”이라며 자신이 페미니스트라고 말하는 것이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가장 보편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인터뷰가 끝나고 나는 그 말에 동참하고 싶었다.

  <나쁜 페미니스트>라는 책의 저자 록산 게이는 스스로를 나쁜 페미니스트라고 칭하며 “페미니스트가 아예 아닌 것 같다는 나쁜 페미니스트가 되는 편이 훨씬 낫다”고 말한다. 그가 말하는 나쁜페미니스트는 완벽하지 않은 페미니스트를 뜻한다. 페미니즘에 대해 완벽하게 공부하지 않았더라도, 매사 모든 일을 완벽히 페미니즘 사고로 바라보지 못해도 괜찮다는 것이다. 성 평등을 지지하고 사회가 바뀌길 원한다면.

  그래서 나는 완벽하지 못하지만 페미니스트이다. 그리고 조금씩 페미니즘에 대해 공부하며 생각하고 실천해 나갈것이다. 또 이제는 나를 잘 모르고 페미니즘도 잘 모르는 사람이 나를 비하할까 봐 두려움을 느끼지 않을 것이다. 나는 마치 커밍아웃하듯 용기를 낸 말이지만 미래에는 “나는 페미니스트다”라고 말하는 일이 용기가 필요하지 않은 일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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