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리혜교수의 심리특강) 착한 것도 남 잘 챙기는 것도 정도껏
(김미리혜교수의 심리특강) 착한 것도 남 잘 챙기는 것도 정도껏
  • 김미리혜 교수
  • 승인 2004.05.10 16: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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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번에는 ‘사랑’도 중독이 되는지 생각해 보았다. 오늘은 일반적인 ‘관계’에도 중독되는지 보자. 물론 답은 ‘그렇다’이다.
 사례 1; 오전 강의가 끝나고 이른 점심을 먹으러 학관으로 향하는데 친구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나, 아직 집이야. 근데 성과 심리 시간에 지정좌석제거든. 오늘 학교에 가기 싫어서 그러는 데 대신 출석 좀 해 줘.”“어? 그, 그래. 몇 시인데?” “4시. 2시간 짜리야.” ‘도서관에서 레포트 써야 하는데… 내일이 마감인데...’ 마지막 말은 속으로만 중얼거리고 겉으로는 “응, 알았어. 내일은 나올거지?”하고 만다.
 사례2; 동아리 짱이 “이번 축제 때는 호프집을 하는 거야. 우리도 활동자금이 필요하쟎냐?”라고 말한다. “호프집 여기저기서 많이 하던데 잘 될까?” 부회장으로서 말해보지만 “우리가 딴 데보다 더 잘하면 돼”라며 짱이 빡빡 우기는 바람에 그냥 하자는 대로 따랐다.
 사례 3; 우리학교 사회과학부에 입학할 때도 부모님들이 점수에 맞춰 정해 준대로 들어왔다. 이제 전공을 선택해야 하는데 부모님, 오빠, 그리고 친구들의 의견이 각자 분분하다. 귀가 얇은 나는, 부모님과 얘기할 때 전공하고픈 분야가 오빠와 얘기할 때는 ‘아니다’. 또 친구와 얘기할 때도 오락가락한다. 누구 말을 들어야 하는 건가?
 관계가 끊어질까봐 전전긍긍하는가? 사귀는 남자친구 뿐 아니라 그냥 친한 친구, 동아리 선배 누구라도 좋다. 그 사람들과 잘 지내는 것이 지상최대의 목표인가? 그래서 그들이 부탁하는 건 내가 힘들어도, 내 자신을 조금 희생하더라도 들어주려는가? 내가 무슨 일을 할 때는, 무슨 결정을 할 때는, 그 사람들이 ‘괜찮다’고 해야지만 안심이 되나? 그 사람들이 ‘빡빡 우겨서’ “네 말이 맞겠지, 뭐”, “알았어”하고 고개를 끄덕이거나 물러서는 적이 많은가? 그렇다면 십중팔구 ‘관계에 중독’된거다. ‘사람들과 관계가 끊어진다면 난 못사는’ 경지에 이른 거다.
 사람들과 잘 지내는 것이 무엇이 문제냐고? 희생정신은 고귀할 뿐이라고? 그렇다. 물론 ‘개성’이고 장점일 수 있다. 인간성이 좋을 뿐이다. 그러나 자신이나 타인에게 해를 끼친다면 개성과 장점을 넘어 ‘인간성 파탄’ 혹은 ‘인격장애’다.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나는 그토록 잘 해주었건만 돌아오는 게 고작 이거냐?” 쌓이고 쌓여 마침내 어느날 애꿎은 남에게 마구 해댈 수 있다. 해대지 못하면 해대지 못하는 대로 속으로 계속 섭섭해 하고 원한을 품고 칼을 갈 수도 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가 그토록 잘해 주었던 타인은 “내가 부탁할 때 못한다고 말을 하지!! 네가 힘들면 못하는 거지. 나만 나쁜 사람으로 만들고 있어.”라고 말할 지도 모른다. 혹은, “진짜 착한 줄 알았더니 속으로 내 욕을 엄청 했겠네. 생글생글 웃던 얼굴은 가면이었니?”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말은 사실인지도 모른다. 난 그동안 진실한 나의 삶을 살지 못한 거다.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나는 어디로 갔단 말인가? 난 무너지고 만다.
 또 내가 그토록 좋아하고 따르는 타인은 이런 친절한 나를 부담스러워하고 거북해할 지도 모른다. 그래서 날 피할 지도 모른다. 결국 내 주위에는 내 희생정신을 이용해 나를 실컷 부려먹고는 뒤통수치고 돌아설 사람만이 남게 될 수도 있다. 또 나는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려는 배려로 “언니, 정말 일을 잘 처리하셨네요.”하고 ‘들으면 좋은 말’을 한 것에 불과할지 모르나 상대방은 진지하게 받아들였다고 치자. 나는 내가 좋아하는 타인의 발전에 도움이 안되는 ‘아첨꾼’노릇만 하고 있는 거다!! 꼽으려면 한이 없다. 결론은 이거다. 항상 좋은 게 좋은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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