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 간의 공존을 꿈꿔요
세대 간의 공존을 꿈꿔요
  • 박소영 기자
  • 승인 2016.05.10 13: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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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뚝딱뚝딱”, “위이잉위이잉”, “삐리리리-” 인천 남구 관교동의 한 주택 2층에서는 장난감이 움직이는 소리와 장난감을 고치는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고장 난 장난감을 무료로 ‘치료’해 주는 이곳은 ‘키니스 장난감 병원’이다. 왕년에는 대학 교수, 고등학교 교장, 전자업체 직원이었던 6명의 할아버지들이 은퇴 후 아이들의 동심을 지켜주기 위해 한 곳에 모여 봉사하고 있다. 장난감을 매개로 세대간의 공존을 이루고 싶다는 키니스 장난감 병원의 ‘의사’ 선생님들을 만나봤다.


 

 

  장난감을 매개로 한 세대 간 소통
  키니스(KiniS)는 ‘어린이(Kid)’와 ‘노인(Silver)’의 합성어로 키니스 장난감 병원은 장난감을 매개체로 노인과 어린이가 함께 어울리는 것을 꿈꾸는 비영리 단체이다. 키니스 장난감 병원의 의사 선생님은 총 여섯 분으로 자신의 분야에서 은퇴한 뒤 사회를 위해 봉사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함께 모였다.

  동료들에게 가장 먼저 키니스 장난감 병원의 의사가 되자고 제안한 것은 김종일 이사장이다. 은퇴 이후 사회에 봉사할 거리를 찾고 있던 그는 2011년 자신과 뜻이 맞는 동료 교수, 고등학교 동창, 그리고 대학교 동기 등과 함께 키니스 장난감병원을 설립했다. “과거 일본 유학 시절에 경험한 장난감 수리소가 굉장히 인상 깊었었죠. 장난감이 고장 나면 매번 새 장난감을 사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기술을 가진 노인들이 모여서 장난감을 무료로 고쳐주는 병원을 열게 됐어요.”

  하영선 씨는 장난감의 허술한 애프터서비스(이하 A/S)도 키니스 장난감 병원이 생긴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장난감은 보통 A/S가 없어요. 비싼 장난감 같은 경우엔 1년 정도 A/S를 해주기도 하지만 영세한 장난감 업체에서 장난감을 사거나 요새 젊은 친구들이 좋아하는 ‘직구(직접 구매)’로 장난감을 사면 A/S는 당연히 안 되죠. 우리가 그 역할을 대신 해주는 거예요.”

  고쳐지지 않는 장난감엔 미안함 가득해
  키니스 장난감 병원을 운영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무엇인지 묻자 김영봉 씨가 이 질문에는 자신이 대답하겠다며 즐거운 웃음과 함께 이야기를 시작했다. “일반적으로 장난감 수리를 하고 배터리를 끼워주면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장난감을 가져가요. 근데 한 엄마는 배터리가 끼워져 있는 걸 보더니 배터리를 빼달라고 하더라고요. 자신은 배터리를 사서 낄 수 있는 능력이 있으니까 이 배터리는 꼭 필요한 사람한테 끼워줬으면 좋겠다고 하면서요. 정말 멋있지 않나요?”

  일하면서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모두 입을 모아 “장난감이 고쳐지지 않을 때”라고 대답했다. 김기성 씨는 늘 모든 장난감을 고칠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병원에 장난감 환자가 들어오게 되면 보통 80-85% 정도는 치료가 돼요. 근데 부품이 없는 경우나 심하게 파손된 경우는 고치기 힘들죠. 장난감이 고쳐지길 기대했을 아이와 아이의 부모에게 늘 미안한 마음이 있어요.”

  장난감 병원은 새로운 삶의 길
  김경래 씨는 과거 자신이 받은 대접과 사회적 혜택을 사회에 다시 베풀고자 하는 마음에서 키니스 장난감 병원에 함께 하게 됐다고 말했다. “저는 한 공업고등학교의 교장이었어요. 그동안 제가 받은것들을 은퇴한 이후에는 다른 누군가에게 베풀어야겠다고 생각해서 고등학교 동창인 김종일 이사장과 함께 하게 된 거죠.” 또한 김경래 씨는 키니스 장난감 병원에서 일한 이후로 자신 스스로에게도 새로운 삶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은퇴 이후 매일 장난감 병원에 출퇴근을 하는 것 자체가 제게 새로운 삶으로 자리 잡았어요. 여기 와서 열심히 활동하는 것에 대해 스스로 보람을 느끼고 ‘내가 어떤 노인이 돼야겠다’는 목표의식이 생겼어요. 장난감을 고치며 저에게도 새로운 변화가 찾아왔고 이건 참 신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김영봉 씨가 장난감을 고쳐주자 장난감 주인인 아이가 감사인사를 전하고 있다.  사진/박소영 기자

 



  모든 아이들이 행복해지길
  키니스 장난감 병원에서는 단지 장난감을 고치는 일만 하는 것이 아니다. 고장 난 장난감을 기부받아 고친 후 어려운 아이들에게 나눠주는 활동도 함께 하고 있다. 김종일 이사장은 인천에서만 이런 활동을 하는 게 너무나도 아쉽다고 말했다. “전국에서 고장 난 장난감 기부를 받고 있는데 인천에만 기부를 하고 있는 상황이에요. 그렇지만 인천에만 어려운 아이들이 살고 있는 것은 아니잖아요. 저는 앞으로 우리나라의 모든 아이들이 돈이 없어서 장난감을 못 가져봤다는 소리를 안 듣게 하고 싶어요.” 이 바람을 이루기 위해 현재 김종일 이사장은 전국에 키니스 장난감 병원 지부를 만들고자 하는 목표를 갖고 있다. “제가 직접 전국을 다 책임질 수는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전국에 지부를 만들어서 그분들께 장난감을 고치는 방법이나 운영방법에 대해 가르쳐 드리고 싶습니다.”

 

 

인천 남구 관교동에 위치한 키니스 장난감 병원에서 하영선 씨가 장난감을 수리하고 있다.  사진/박소영 기자

 



  젊은이들도 공존에 함께하길
  김종일 이사장은 앞으로 우리사회의 세대 간 격차를 좁히기 위해 매개를 통해 소통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말을 전했다. “지금 우리는 장난감을 통해 아이들 혹은 아이들의 부모와 소통하고 있잖아요. 이때 장난감은 우리에게 중요한 매개이자 보물이고 자산이죠. 젊은 세대들도 이러한 매개를 통해 함께 소통했으면 좋겠습니다.” 김경래씨 역시 사회구성원 모두가 세대 간 공존에 함께 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아직 우리사회에는 젊은이들과 노인, 혹은 아이들과 젊은이들이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이 많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키니스 장난감 병원이 공존의 공간으로서 역할을 하는 것처럼 젊은이들을 필두로 해 청소년, 기업체 간부, 정치인, 학자 등이 사회 안에서 새로운 이해관계를 창조했으면 해요.”

  마지막으로 김종일 이사장은 덕성여대 구성원들이 봉사를 통해 사회에 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학생들뿐만 아니라 교수, 직원과 같은 학교의 구성원들 모두 봉사를 통해 사회의 소통을 이끌어냈으면 합니다. 우리는 은퇴를 했기 때문에 시간이 아주 많지만 여러분들은 바쁘다는걸 잘 알고 있어요. 그렇지만 정말 없는 시간을 쪼개서 할수록 더 큰 봉사가 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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