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불평등의 출발점에 선 어린이들
(사설) 불평등의 출발점에 선 어린이들
  • 덕성여대 기자
  • 승인 2004.05.10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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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람에서 불평등은 출발한다. 오늘도 100만 명이 넘는 아이들이 가난에 시달리고 있다. 세계 12위의 경제 대국이 됐음에도 빈곤가정의 아이들은 교육의 사각지대에서 불평등한 출발점에 서있다. 부모의 경제적 능력에 따라 차별적인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는 현상을 이대로 방치할 것인가? 어린이는 미래라는 구호가 무색해지지 않도록 출생에서부터 누구나 질적으로 좋은 교육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대책이 나와야 한다.
 빈곤아동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아동의 생존, 보호, 발달, 참여권을 인권 문제로 받아들이고, 아동의 양육과 교육을 사회적 책임으로 인식하는 발상의 전환이 있어야 한다. 물론 이것만으로 출발점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는 국민소득, 정부의 재정상태, 고용수준 등의 재원 부담능력에 비해 아동의 교육과 복지에 대한 공적 투자가 소홀하다. 따라서 정부는 빈곤아동에 대한 공적 책임을 법규에 명시하고 그 중요성에 걸맞게 투자하는 책임을 적극적으로 수행해야 할 것이다.
 21세기 지식정보화 사회에서는 각 국이 만 5세나 6세부터 교육에 개입했던 과거와 달리 출생에서부터 개인이 지닌 잠재적인 가능성을 조기에 발견하고 길러주는데 주력하게 될 것이다. 아동의 발달은 적절한 때를 놓치면 결핍이 누적되어 돌이킬 수 없다는 발달의 기초성, 적기성, 누적성, 불가역성이라는 요소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생의 출발점에서 좋은 육아 환경을 갖지 못하게 되면 나중에 교정하기가 더 어렵고 국가 예산도 보다 많이 들며 그 효과도 매우 낮다. 예를 들어, 국가 사회가 육아에 투입한 비용 1달러는 장기적으로 볼 때 7.16 달러의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양질의 보육시설이나 유치원에 다녔던 저소득층 유아는 그렇지 않은 유아보다 인지적인 성장이 빠르고, 사회성이 높고 안정된 정서 상태를 유지하며 초등학교 입학 후에도 문제 행동이 적게 나타났다.
 교육복지 선진 국가들은 유아 때부터 교육의 기회를 놓쳤을 경우 그로 인한 부담을 후일 국가가 고스란히 떠안게 됨을 인식하여 유아 교육복지 예산을 확대하고 이에 적극 투자하는 지혜를 보이고 있다. 출산율 저하,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 증가와 생의 첫 3년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영아에 대한 교육 서비스 요구도 증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대한 실천적 증거로서 OECD의 많은 국가들은 유아교육의 시작 연령을 하향화하고 있으며, 유아교육과 보육을 통합하고, 빈곤가정에 대한 양육비 지원, 교육의 질 향상, 가족을 지원하는 서비스를 통한 사회안전망 구축 등을 시도하고 있다. 이제 우리 사회에서도 출발점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는 다양한 교육복지 정책과 프로그램을 마련하여 빈곤아동의 인권을 보장하고 일상생활과 삶의 질을 높여 나갈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아동의 교육·보호·건강과 가족의 교육·참여·지원을 포괄하는 종합적 서비스 체계 구축에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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