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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명주소 전면 시행 2년, 어떻게 생각하세요?
세계화를 위한 필수 요건? 대규모 세금을 투자한 무용지물 사업?
2016년 05월 10일 (화) 14:22:17 김유빈 기자 sallykim6306@naver.com
  2014년 1월 1일부터 전면 시행된 도로명주소는 국민의 혈세 4천억 원이 쓰인 정부 주도 사업이다. 정부는 생활의 편리성과 국가 경쟁력을 이유로 들며 100여 년간 사용한 지번주소를 버리고 도로명주소를 시행했다. 도로명주소를 전면 시행한 지 2년이 지난 지금, 과연 도로명주소는 정부의 바람처럼 우리 삶의 일부가 됐을까?
  일관된 규칙을 갖고 있는 도로명주소
  도로명주소란 부여된 도로명, 기초번호, 건물번호, 상세주소에 의해 건물의 주소를 표기하는 방식이다. 도로마다 도로명을 부여하고 건물에는 도로에 따라 규칙적으로 건물번호를 부여해 도로명과 건물주소, 상세주소로 표기한다. 예를 들어 우리대학의 도로명주소는 ‘서울특별시 도봉구 삼양로 144길 33’이다.

  도로는 폭에 따라 ‘대로’, ‘로’, ‘길’로 나뉜다. 8차로 이상은 ‘대로’, 2차로에서 7차로 까지는 ‘로’, 그리고 ‘로’보다 좁은 도로는 ‘길’이다. 도로는 서쪽에서 동쪽으로, 남쪽에서 북쪽 기준으로 진행된다. 도로를 기점으로 구간을 나눠 왼쪽은 홀수, 오른쪽은 짝수의 ‘기초 번호’를 부여한다.

  큰 도로에서 갈라져 나오는 작은 도로는 큰 도로 이름 뒤에 숫자를 쓴다. 이 숫자는 기준이 되는 지점에서 ‘길’이 갈라지는 순서에 따라 번호를 부여하는 ‘일련번호 부여방식’과 ‘길’이 분리되는 지점의 ‘기초번호’를 이용해 번호를 부여하는 ‘기초번호 부여방식’이 있다. ‘길’에서 추가로 분기되는 ‘길’에는 가, 나, 다 순으로 추가한다. 한 구간에 건물이
여러 개가 있을 경우 가지번호(-)를 덧붙인다. 이처럼 도로명주소는 특정한 규칙성을 띄고 있다.

  도로명주소 시행 이유는?
  행정자치부는 도로명주소 시행 이유를 크게 생활의 편리성 증대와 국가 경쟁력 향상이라 말하고있다. 체계적인 도로명주소 사용으로 길 찾기가 수월해지고 화재나 범죄 등 긴급 상황에서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세계적으로 보편화된 도로명주소를 사용함으로써 국가 경쟁력이 높아진다고 보며 시간과 물류비 절감 등 사회 경제적 비용이 줄어들 것을 전망하고 있다. 정부는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일본을 제외한 모든 국가가 도로명주소를 쓴다”며 세계화를 위해서는 우리나라 역시 도로명주소를 사용하는 것이 옳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각기 다른 시민들의 반응
  일각에서는 우리나라의 지번주소가 1910년대 일제 강점기시기에 조세 수탈을 목적으로 시행된 것이므로 이를 없애고 새로운 제도인 도로명주소를 적극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기존에 사용하던 지번주소는 경제가 발전하고 인구가 급증하면서 지번을 지속적으로 추가해야 했다. 이 때문에 번지수가 순서대로 나오지 않아 위치정보 제공에 취약하다는 문제점을 갖고 있다.

  반면 지난해 서울시가 시민 2,678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온라인 여론조사에 따르면 도로명주소 사용에 불만족한다는 응답자는 56.5%로 집계됐다. 그 이유로는(복수응답 가능) ‘기억하기가 어렵다’가 68.5%, ‘위치 찾기가 더 어려워졌다’가  60.4%를 차지했다. 쌍문동의 한 배달원 박상만(남. 50) 씨는 “배달을 하며 도로명주소를 사용할 때 주소가 너무 길어서 매번 애를 먹는다”며 “국민의 편리를 위해 만들어진 제도이나 실제로는 전혀 편리하지 않다”고 불편함을 드러냈다. 또한 현재 강원도에 거주 중인 이연주(여. 21) 씨는 “우리나라는 전반적으로 작은 골목들이 많고 대도시가 아닌 지역에는 길이 일직선이 아닌 곳이 다수다”며“또한 집들이 블록처럼 정렬된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도로명주소 사용이 적절하지 못한 것 같다”고 도로명주소에 대한 불편함을 드러냈다. 한 출판사에 근무 중인 최 모 씨는 “도로명주소가 바뀔 당시 기한 내에 도로명주소를 바꾸지 않으면 벌금을 내야 해 출판사에 저장된 주소를 전부 도로명주소로 바꿔야 했다”며 “발송봉투에 찍힌 주소도 바꿔야 해서 업무에 차질이 생기기도 했다”고 불편함을 토로했다.

  우리나라와는 다른 외국의 도로명주소
  작년 4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미국과 우리나라 창원시 지도를 비교한 게시글이 올라와 많은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미국의 지도는 가로줄은 ‘W 43rd St’부터 ‘W 57th St’까지, 세로줄은 ‘3rd Ave’부터 ‘7th Ave’까지 도로명주소가 숫자의 순서에 맞게 정렬이 돼있다. 그러나 한국 창원 도심의 도로명주소는 눈에 띄는 양식 없이 중구난방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이처럼 외국과 같은 경우에는 우리나라와 달리 도로가 기본적으로 넓고 집과 집 사이 간격이 크다. 또한 집이 블록 모양으로 돼 있기 때문에 도로명주소 사용에 적합하다.

  현재 미국에 거주 중인 주재성(남. 28) 씨는 “미국은 직선도로가 많기 때문에 도로명이 여러 개 필요하지 않다”며 “특히 미국은 땅이 넓어 건물과 건물 사이가 넓고 한국처럼 골목이 많지 않기 때문에 도로명주소를 사용하는 것에 걸림돌이 없는것 같다”고 의견을 냈다.
   
정렬된 미국의 도로명주소와 중구난방인 한국의 도로명주소를 비교한 사진이 인터넷상에서 논란이 됐다.

  도로명주소, 나아질 방법을 알려주소
  1996년부터 준비된 도로명주소, 이를 활성화하기 위해 쓰인 세금은 약 4천억 원 가량이다. 그러나 도로명주소는 많은 금액을 투자한 것에 비해 국민의 편의보다는 번거로운 존재로 자리매김했다. 시행 후 2년이 지난 지금, 아직까지도 도로명주소는 우리에게 생소한 제도이다. 지난 총선에서조차 투표를 하기 위해 지번주소를 알아야 했던 것을 보면 지번주소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2015년 8월 1일부터 정부는 기존 6자리였던 우편번호를 5자리의 새 우편번호로 바꿔 국민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정부 주도의 국민 편의를 위한 사업들이 계속해서 시도되고 있지만 국민의 의견 반영은 이뤄지지 않고있다. 정부는 올해 국민 생활과 밀접한 택배, 홈쇼핑, 내비게이션 업계에 도로명주소를 기본 주소로 이용하도록 하고 연립주택 등에 상세주소를 부여하는 방안 등 세부적인 제도 개선을 추진 중이다. 세부적인 제도 개선이 이뤄지면 도로명주소가 우리의 삶에 조금 더 가까워질 수 있을지 혹은 더 큰 불편을 야기할지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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