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돋보기] 미안하다는 말로는 위로가 되지 않는
[이슈 돋보기] 미안하다는 말로는 위로가 되지 않는
  • 김유빈 기자
  • 승인 2016.05.10 14: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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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많은 소비자들이 옥시레킷벤키저(이하 옥시) 불매운동을 외치고 있으며 대형마트와 소셜커머스 역시 옥시 제품 불매운동에 참여하는 추세다. 위메프 관계자는 “옥시 가습기 살균제 제품과 관련해 사회적 반감이 형성되고 제품에 대해 소비자 불매운동이 일어나 판매기업 입장에서 동참하기로 했다”며 불매운동의 뜻을 비쳤다.


  이처럼 옥시 제품 불매운동에 소비자와 기업이 동참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먼저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2011년 8월 질병관리본부는 가습기 살균제가 폐질환에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그리고 2011년 11월 가습기 살균제 제품에 위해 판결을 내려 강제 수거 조치를 취했다. 이 시기 옥시 측은 가습기 살균제 제품으로 사망 피해자가 생기자 기존 ‘옥시레킷벤키저’ 법인을 청산한 후 새로운 법인인 ‘레킷벤키저 코리아’를 설립했다. 이는 가습기 살균제와 관련해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모습으로 보인다. 또한 옥시 측은 질병관리본부의 조사결과를 반박하기 위해 서울대와 호서대에 가습기 살균제의 원료 PHMG의 독성실험을 의뢰한 후 거액의 연구 용역비와 뒷돈을 주며 실험보고서를 유리한 방향으로 조작했다.

  이러한 옥시의 실태가 드러나자 많은 소비자와 환경단체는 분노했고 불매운동을 벌이기 시작했다. 불매운동이 점차 확산되자 지난 2일 옥시는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옥시 한국법인의 대표인 아타울라시드 사프달(이하 사프달 대표)은 가습기 살균제로 폐손상을 입은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피해 등급에 따라 보상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는 5년 만에 나온 옥시의 공식 사과이다. 그러나 기자회견에 참석한 옥시의 피해자와 가족들은 지난 5년간 수차례의 피해 보상 요구에도 연락조차 닿지 않다가 이제야 무슨 사과냐며 분개했다. 일각에서는 거세지는 소비자 불매운동을 잠재우기 위해 보여주기식 사과를 하는 것이 아니냐고 비난했다. 또기자회견에서 사프달 대표가 옥시의 형사처벌을 좌우하는 핵심 사안인 ‘가습기 살균제의 유해성인지’에 대한 질문에 답변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사과 진정성 여부에 대한 논란은 더욱 가중됐다.
소비자와 환경단체의 불매운동이 확산되자 옥시는 지난 2일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와 동시에 최근 옥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옥시의 조작 혐의 역시 수면 위로 드러났다. 지난 4일 검찰은 옥시 측에 뒷돈을 받고 보고서를 조작한 혐의로 서울대와 호서대 두 교수의 자택과 연구실을 압수수색하고 서울대 교수를 긴급체포해 조사 중이다. 옥시는 두 대학 교수에게 연구용역비 각 2억 5천만 원과 1억 원을 지급하고 이와 별도로 두 대학 교수의 개인계좌로 수천만 원을 송금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처럼 옥시의 태도는 사회에 공존하는 구성원으로서 기업이 가져야 할 기업윤리를 저버린 행동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사람의 생명을 담보로 기업의 이익만을 추구해 결국은 약 1,500명이 넘는 피해자를 낳았기 때문이다. 사회적 목적 달성과 영리활동을 함께 추구하는 기업을 사회적 기업이라 칭한다. 사회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수익을 사회적으로 환원하는 등의 활동을 하는 기업을 기존의 기업과는 다른 ‘사회적 기업’으로 분류하는 것이다. 그러나 윤리적인 문제에서는 사회적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을 나눌 일이 아니다. 모든 기업은 우리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이윤 추구 활동에 윤리적 책임의식을 가져야 하며 사회적 환원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의무를 갖고 있다. 이윤을 따지기 전에 윤리적 문제를 먼저 고려해야 하고 잘못을 저질렀을 경우에는 진정한 사과를 할 줄 아는기업의 책임의식이 필요하다. 기업윤리의식이 결여된 ‘옥시’와 같은 기업들이 사라져 우리사회에서 또 다른 피해자들이 생기지 않길 바란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번 옥시 불매운동의 확산은 기업에 사회적 윤리의식을 고취시키는 의미 있는 움직임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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