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은 절대 어려운 단어가 아니에요”
“페미니즘은 절대 어려운 단어가 아니에요”
  • 최한나 기자
  • 승인 2016.05.10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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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주의 소모임 ‘노라’를 만나다

  학교 캠퍼스를 지나다니다가 한 번쯤 “왜 처음=처녀인가요?”라든지 “비정상 ‘회담’과 미녀들의 ‘수다’” 등이 적힌 벽보를 발견한 적이 있을 것이다. 그 문구들을 보면서 당신은 어떤 생각을 했는가. 맞는 말이라고 동감했는가, 아니면 불편함을 느끼고 현실을 한 번 돌아보게 됐는가, 혹시 페미니즘이 무엇인지 관심을 갖게 되지는 않았는가. 페미니즘을 공부하면서 가끔은 이러한 캠페인도 펼치고 있는 우리대학 소모임 ‘노라’의 회장 전지원(미술사학 2) 학우와 운영위원 최희준(의상디자인 2) 학우를 만나봤다.


 

  ‘노라’는 어떤 소모임인가요?
  지원 : 노라는 우리대학의 여성주의 소모임입니다. 우리대학을 설립하신 차미리사 선생님의 뜻을 이어받아 여성주의를 공부하고 그것을 실천해 나가며 성 평등을 이루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희준 : 작년 10월 5일에 첫 세미나를 시작하면서 정식으로 ‘노라’ 활동이 시작됐어요. 현재는 매주 월요일마다 모여서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고 가끔은 회원들과 여성주의와 관련된 영화나 강연도 같이 보러 가요. 세미나 활동 외에도 작년에 진행했던 벽보 프로젝트처럼 캠페인을 준비하기도 해요.

최희준 (의상디자인 2)
전지원 (미술사학 2)

  ‘노라’라는 모임 이름의 의미가 궁금한 사람도 많을 텐데요. ‘노라’의 뜻은 무엇인가요?
  지원 : 노라는 소설 <인형의 집>에 나오는 주인공 이름에서 따온 거예요. 과거 유럽의 남성 중심 사회에서 여성은 인형의 집이라는 제목처럼 남성들의 인형으로 여겨졌어요. 노라 역시 아버지의 인형이었고, 또 남편의 인형이었죠. 그러다가 이것이 잘못된 일이라는 걸 깨닫고 자신의 주체적인 삶을 찾아가는 인물이에요. 또 ‘놀아’라는 말을 발음 나는 대로 읽으면 ‘노라’가 되잖아요. 보통 페미니즘을 공부한다고 하면 진지하고 어려운 것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우리는 ‘할 수 있는 말을 다하면서 재미있게 하자’고 했죠. 그래서 ‘놀자’라는 의미도 포함하고 있어요.

  작년에 노라에서 이 사회의 불편한 모순점을 담은 글귀를 적어 벽에 붙이는 벽보 프로젝트를 진행했잖아요. 그 캠페인을 진행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지원 : 우리대학은 여대이기 때문에 오히려 여성주의에 무뎌질 수 있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해요. 여성들끼리만 있으면 딱히 가부장제를 느낄 만한 일이 별로 없기 때문이죠. 그렇지만 우리는 여대 밖에서도 평등한 존재여야 하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불평등한 사회의 문제점들을 같이 알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우리는 이런 문구나 단어가 남성 중심적이라고 혹은 여성 혐오적이라고 생각하는데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하는 전환점을 드리고 싶었어요.
작년에 노라에서 진행한 벽보 프로젝트이다. “왜 처음=처녀인가요?”라든지 “비정상 ‘회담’과 미녀들의 ‘수다’” 등의 글귀들을 통해 사람들에게 시사점을 던져준다.

  이런 벽보 프로젝트에 대한 학우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희준 : 예상은 어느 정도 했지만 생각보다 논란이 많이 된 것 같아요. 물론 이를 지지해주시는 분들도 많아서 기뻤어요. 애초에 이런 문제들이 수면으로 올라온 것은 얼마 되지 않은 일이잖아요. 공감대가 형성된다는 것이 좋았죠. 그렇지만 그만큼 비난하시는 분들도 많았던 것 같아요. 페이스북이나 자유게시판에 항의 글이 꽤 많이 달렸죠. “너무 과격하다”든가 “남성 혐오스럽다”라든가 아니면 “이건 너무 예민하게 보는 것 같다”라든가. 확실히 여성주의에 대한 시각이 아직 부족하다는 걸 느꼈고 또 좀 더 열심히 공부해야겠다는 걸 느꼈어요(웃음).
  지원 : 물론 이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할 수 있고 받아들일 수 있어요. 그런데 저흰 “이건 이래!”라고 말한 것이 아니고 “이건 이렇게 바라볼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걸 말씀드리고 싶었는데 돌아
온 것은 “아니야, 너네는 무조건 틀렸어”라는 강경한 대답이었죠. 그럴 때 안타까움을 느꼈어요. 글에
자신의 모순점이 적혀있는데 그 모순점을 발견하지 못하고 무조건 우리에게 틀렸다고 말하는 것이 답답했어요.

  벽보 프로젝트 외에도 현재 기획하고 있는 캠페인이 있나요?
  지원 : 지금은 축제 때 포스터 붙이는 캠페인을 준비 중이에요. ‘no means no’라는 성폭력 예방 캠페인으로 ‘싫다는 싫다를 의미한다’라는 뜻이죠. 이 문구를 사람들에게 많이 알리려는 목적이에요. 이 캠페인의 일환으로 학교 축제 때 주점에 붙일 포스터를 생각하다가 주점에서 지켜야 할 사항과 캡스, 인근 파출소, 총학생회의 연락처를 담은 포스터를 붙이기로 했어요. 사건이일어났을 경우 보다 신속한 대처를 가능하게 하고 이 포스터를 보는 분들이 행동을 좀 더 조심히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만든 거죠.
 

  이러한 노라의 활동들이 갖는 의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희준 : 현재 페미니즘이라는 단어는 되게 어렵게 느껴지잖아요. 페미니스트라는 말이 나쁜 뜻도 아니고 어려운 단어도 아닌데 많은 분들이 어디 가서 자신이 페미니스트라고 말하는 것을 어려워하죠. 노라는 사람들에게 페미니즘이라는 단어를 좀 더 친숙하게 퍼트리는 역할을 하는 것 같아요. ‘노라’하면 ‘아, 페미니즘을 공부하는 소모임’이 바로 나오니까요. 사람들에게 사회 전반에 깔린 가부장적인 것들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게 하면서 페미니즘에 대한 편견이나 선입견도 없애주고 이런 단어가 결코 어려운 말이 아니라는 걸 인식시켜줄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렇다면 아직 여성의 권리가 낮은 우리사회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노력으로는 무엇이 있을까요?
  지원 : “나는 페미니스트다”라고 말하는 것이 가장 보편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 단어를 당연하게 여기는 사회를 만들어야 하죠. 현재는 인식 변화가 가장 필요하니까요. 또 모든 것에 의문점을 갖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저씨들이 여자 다리를 보는 것을 두고 “네가 짧은 치마를 입어서 보는 것이 아니냐”는 반응이 많았잖아요. 이에 대해 “내가 짧은 치마를 입는 것과 저 사람이 내 다리를 보는 것이 무슨 상관이 있는데?”라는 의문점을 갖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과거보다 여성 혐오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늘어난 것 같아요.
  지원 : 여성 혐오의 강도가 너무 심해지니까 사람들이 점점 참기가 힘들어진 것 같아요. 그렇지만 문제의식을 느끼는 사람들이 늘어난 만큼 그들을 예민하다고 폄하하는 시각도 많아졌어요. 여성 혐오를 싫어하는 사람한테 “왜 남성 혐오를 하냐”고 비난하는 것처럼 오히려 남성들의 방어 기제가 높아진 것 같아요. 또 페미니즘이 무슨 뜻인지 정확히 알려고 하기보다는 무조건 이를 비판하는 경우도 많아요. 우리는 보통 자신이 잘 모르는 학문에 대해서는 소극적이기 마련인데 유독 페미니즘 분야에서만 이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으면서 마치 자신이 다 공부한 양 말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덕성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지원 : 우리대학 온라인 커뮤니티에 ‘오늘 예쁜 학우를 봤다’든가 ‘예쁜 학우들이 정말 많은 것 같다’라는 글이 자주 올라오잖아요. 저는 그런 게시글은 지양했으면 좋겠어요. 물론 예쁘다는 말은 칭찬이 맞죠. 그렇지만 듣기 좋은 말이라서 그렇지 결국에는 외모 평가잖아요. 누구도 남의 외모를 평가할 권리는 없어요. 이렇게 말하면 사람들은 “네가 안 예뻐서 예민하게 구는 것이 아니냐”고 말해요. 그렇지만 안 예쁜 사람은 이런 말을 하면 안되나요? 스스로 외모지상주의 사회를 만들어 가면서 외모지상주의가 싫다고 하는 건 정말 모순인것 같아요. 왜 사람들은 예쁘다고 평가돼야 하는 걸까요? 물론 예쁘면 좋겠죠, 하지만 우리 모두가 꼭 예쁠 필요는 없잖아요.
  희준 : 페미니즘 관점에서 사회를 바라보게 되면 불편한 것이 정말 많아요. 여성 혐오적인 발언을 듣거나 술을 강요받고 성희롱을 당하는 등 불편한 일을 겪을 때 당당하게 “싫어”라고 말했으면 좋겠어요. 사실 저도 아직 잘은 못하지만…(웃음). “나는 이것이 불편하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할 수 있는 힘이 이 사회를 변하게 하는 첫걸음이에요. 그리고 그런 모습을 예민한 행동으로 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불편하다고 말하는 건 당연한 일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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