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노동과 여성에 대한 선입견
여성노동과 여성에 대한 선입견
  • 마정윤 이화여대 박사과정(여성주의연구활동가)
  • 승인 2016.05.23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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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시장에서 차별받는 여성에 대한 문제의식 지녀야 해

  기존의 경제학과 경제정책에서 여성이 하는 일은 국민계정에 포함되지 않고 여성의 노동은 남성의 노동에 비해 저평가된다. 이것은 <경제활동인구조사 지침서>(통계청, 2012:1,6)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 전체 인구를 경제활동인구와 비경제활동인구로 나누고 그 중 비경제활동인구 첫 부분에 ‘가사 또는 육아를 전담하는 주부’라고 명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비경제활동인구 중 ‘가사 또는 육아를 전담하고 있는 주부’는 얼마나 될까? 

 


  우리나라 비경제활동비율은 2013년 발표 자료를 기준으로 보면 전체 인구 대비 약 34%, 여성 비경제활동인구비율은 45%이다. 여성 비경제활동인구 중 가사나 육아로 인해 경제활동을 단념하게 된 비율은 가사가 54%, 육아가 13%로 70%에 가까운 비율이 가사 또는 육아 때문에 경제활동을 그만뒀다. 반면 남성의 경우에는 59%가 학업과 교육을 이유로 경제활동을 그만뒀다. 이는 비경제활동인구로 머무는 기간 동안 여성은 가사와 육아에, 남성은 재교육 혹은 이른바 스펙 업그레이드에 힘씀으로써 이후 다시 취업을 하고자 할 때 여성들의 조건이 뒤쳐질 수밖에 없음을 이야기해준다. 

 


  그렇다면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는 어디서 시작됐을까? 이 점에 대해 홍태희는 ‘거시경제학의 문제점’이란 부분에서 남성 편향적인 국가, 재생산 노동에 대한 가치 간과, 이로 인해 나타나는 정책의 성 편향을 원인으로 지적한다. 더불어 이 결과로 나타나는 ‘차별’은 경제학의 분야가 아니라고 고전 경제학은 무시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따라서 고전 경제학은 뿌리 깊은 성차별적 시각으로 인해 여성이 행하고 있는 노동의 가치를 인정하지도 인정할 수도 없는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에 성 인지적 거시경제학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본질주의적 시각에
  기반한 성차별

  이러한 성차별, 성 편향은 주로 남녀의 신체적 조건을 절대적으로 보는 본질주의적 시각을 담고 있는데 여성이 신체적으로 남성보다 약하기 때문에 힘든 일은 할 수 없을 것이고 이로 인해 어려운 일은 더욱 할 수 없을 것이라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또한 여성이 갖는 임신, 출산의 신체적 기능으로 인해 육아는 여성의 몫이라는 고정관념과 육아에 필요한 정서적 기능은 가정을 돌보는 데에도 적합할 것이라는 관념을 형성하고 여성의 자리는 가정이라는 등식을 만들어냈다. 이러한 가정과 관념이 굳어지면서 여성과 남성에게는 그에 적합한 여성성, 남성성이라는 성향 또한 만들어냈고 이것이 많은 여성과 남성에게 정신적 고통을 유발시켰음도 간과할 수 없다. 

 


  이러한 측면에서 성차별이 만들어낸 시장노동 진입장벽, 임금차별, 유리천장 등의 문제뿐만 아니라 여성의 노동참여를 촉구하는 교육, 문화, 노동시장의 목소리로 인해 점점 더 많은 여성들이 노동시장에 참여해 담당하고 있는 분야에 대한 비판과 분석도 제출되고 있다. 노동시장에서도 여성들은 정서적 기능을 담당해야 한다는 암묵적 합의에 의해 여성들은 끊임없이 감정노동에 노출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일-가정 양립의 문제 또한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다. 즉 많은 산업분야가 서비스화됨으로써 여성성을 기능적으로 소비하고자하는 현재의 사회는 기존의 고정적인 성 역할 분리는 그대로 두고 여성에게 새로운 노동의 형태를 부과함으로써 여성의 노동력을 ‘전유’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일-가정 양립정책이 여성의 노동력을 노동시장에서 더 잘 사용하기 위한 정책으로만 기능해 여성과 남성 모두의 삶에 아무런 변화를 가져오지 못한다면 여성이 행해오던 노동의 영역은 여전히 가치 절하되고 누군가가 떠맡아야하는 ‘골칫덩이’가 될 수밖에 없다. 

 


  여성노동에 대한
  새로운 관점 필요

  여성이 담당해오던 ‘재생산’ 노동이 경제라는 영역에서 분리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생산과 재생산 영역이 얽혀 있으며 가계, 가정이 폐쇄되고 분리된 단위가 아니’라는 주장을 중심으로 새로운 경제적 ‘관점’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현재와 같이 여성이 현저하게 불리한 경제구조를 그대로 둔 채 시행되는 경제정책이나 경제 환경으로 인해 일어나는 위험요소는 여성들에게 끼치는 효과가 더욱 크기 때문이다.

  이러한 측면은 전 지구적 개발정책에서도 드러난다. 여성에 대한 차별의 문제를 다루지 않고 경제력 향상이란 측면으로만 접근하면 여성들은 여전히 성별 고정관념의 틀에 박힌 직업군에 대한 지원만 받게 되고 이는 다시 여성들의 고정적 지위를 고착시킨다. 저임금의 저평가된 직업군에만 자리 잡거나 아예 시장경제에 포함되지 못해 경제적으로 낙후된 여성들은 경제적 위기가 찾아오면 더욱 가난해진다. 이러한 부분에 대한 보고는 UN 차원에서도 많이 이뤄지고 있는데 이를 두고 ‘빈곤은 여성의 얼굴을 하고 있다’는 명제가 성립하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이 반영돼 개발정책 내에서 여성의 문제는 WID(Women in Development),GID(Gender in Development), GAD(Gender and Development)로 변화해오고 있으며 여성들의 지위 향상과 삶의 전반적인 변화를 추구하는 정책들이 실시되고 긍정적인 변화를 도출하기도 한다. GID는 WID와 더불어 개발정책안에서 젠더문제를 (부차적으로) 고민해야 한다는 뜻이고 GAD는 개발정책과 젠더문제를 동등하게 고민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국가나 국제기구, 경제기구는 확실히 성 중립적이지 않으며 ‘관점과 세계관’이 부딪히는 치열한 각축의 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성 인지적 거시경제를 확립하기 위해서는 여성주의적 시각을 가진 이들이 의사결정기구에 좀 더 많이 진출하는 것이 필수적이며 진출한 이들은 여성이 실제 경제의 영역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잘 반영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하지만 한편으로 경제구조 자체가 자유와 경쟁을 탈을 쓰고 독과점을 중심으로 움직이고, IMF,WTO 등의 세계기구는 일국의 경제체제와 먹거리 산업까지 잠식하고 있는 현재에 더욱 절실한 것은 성 인지적 거시경제가 여성의 노동권을 보장한다는 협소한 이해가 아니라 세계를 움직이는 기존의 체계가 더 이상 기능할 수 없는 임계점에 다다른 것을 이해하고 현실을 벗어날 수 있는 대안적 상상을 하는 것에 있지 않을까. 우리사회가 여태까지 무시해왔던 영역에 대한 혹독한 기회비용을 치루고 있다는 점도 상기해야 한다. 사실 이 부분은 홍태희의 표현을 빌려 ‘사회적 자산’은 사회적 관계의 축적이란 측면으로 접근해본다면 현재 우리사회는 묻지마 범죄의 증가, 점점 강도가 높아지는 범죄의 폭력성 등을 예방하거나 차단할 수 있는 자산이 바닥난 상태라고도 할 수 있다. 소통보다는 단절이, 이해보다는 오해가 팽배하는 현재는 사회적 관계를 회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이러한 우리사회를 엄기호는 인터넷, SNS 등을 중심으로 접속은 하지만 관계는 맺지 않으려 한다고 꼬집으며 ‘단속사회’라고 불렀고, 김찬호는 우리사회의 급속한 경제화는 부를 중심으로 인간관계를 재편해 기본적으로 ‘모멸감’이 깔려 있는 사회라고 분석했다. 다른 말로 하면 ‘기존의 사회가 여성의 부불(不拂)노동을 무시했기 때문에 현재의 위기가 찾아왔으니 여성의 부불노동에 대한 가치를 인정하라’가 아닌 ‘여성의 부불노동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경제체제는 어떠해야 하는지를 고민해야 한다’는 말이다.

*참고문헌
김찬호, 『모멸감』, 문학과 지성사, 2014
엄기호, 『단속사회』, 창비, 2014
통계청, 『경제활동조사 지침서』, 2012
홍태희, 「거시경제학과 젠더: 성 인지적 거시경제학 정립을
위한 시론적 연구」, 『여성경제연구』 제7집 제1호,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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