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칼럼] 여성 혐오
[학생칼럼] 여성 혐오
  • 허지원(사회 3) 학생칼럼 위원단
  • 승인 2016.05.24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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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7일 새벽 1시 서울 강남역 한복판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났다. 한 30대 남성이 그동안 여성에게 무시당했다는 이유로 일면식도 없던 20대 여성을 흉기로 수차례 찔러 숨지게 한 것이다. 언론과 각종 SNS 등을 통해 사건이 알려진 후 피해자에 대한 추모 행렬이 끊이지 않고 있으며 한 편으로는 이번 사건이 단순 ‘묻지마 살인’인지 혹은 ‘여성 혐오’ 범죄인지에 대한 논의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그렇다면 다소 생소한 여성 혐오란 무엇일까. 여성 혐오란 과거 가부장적인 사회에서 등장해 현재까지 남아 있는 남성 중심적 사회를 지속하는 이데올로기로, 단어 ‘misogyny’에서 유래됐다. ‘혐오’란 단어 그대로 ‘여성을 싫어한다’ 혹은 ‘혐오한다’라는 의미를 넘어서 ‘여성에 대한 확고한 편견과 사회·문화적 차별 전체’를 말한다.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사건의 피의자 남성은 범행동기를 ‘여성들이 자신을 무시해서’라고 밝혔으며 1시간가량 범행현장에서 기회를 엿보며 기다리다가 혼자 있는 여성을 대상으로 삼았다. 즉 그의 범행대상은 그냥 ‘아무나’가 아닌 명백한 ‘여성’이었던 것이며 피해자는 여성이었기 때문에 끔찍한 범행의 대상이 됐다. 이는 외국에서 아시아인이라는 이유로 묻지마 폭행을 당했을 때 이를 인종 혐오 범죄라고 하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여성 혐오범죄라고 할 수 있다. 아시아인이기에 특정 국가에서 거리를 걷는 것이 불안한 것처럼 여성이기 때문에 범죄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공포를 느끼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많은 ‘김 씨’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여성들을 더 두렵게 만들었다. 사건이 알려진 후 관련된 기사에서는 눈을 의심할 만한 댓글들이 눈에 띄었다. “몸 함부로 놀리면 저 꼴 난다”, “그 시간까지 술을 먹었으니 죽는 것이 당연하다”, “살인은 잘못했지만 이해는 된다”는 내용이었다. 그들은 오히려 피해자를 비난하고 가해자를 옹호했다. 이는 또 다른 ‘김 씨’들이 우리 주변에 있음을 단편적으로 보여주며 여성 혐오가 사회적으로 만연하다는 것을 드러냈다.

  아주 오래전부터 여성들은 자신의 몸을 지키기 위한 방편으로 ‘조심하라’는 말을 들어왔다. 그러나 이제는 의문이 든다. 그렇다면 사건의 피해자들은 조심하지 않았던 것일까. 어디까지 어떻게 조심해야 여성들이 여성 대상 범죄, 여성 혐오 범죄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 있을까. 누군가는 그들의 운이 나빴다고 말하지만 인터넷에서 떠도는 수많은 사람들의 말처럼 ‘어쩌면 지금 이 글을 쓰고있는 내가 운이 좋았기 때문에 살아남은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 여성 대상 범죄로 피해를 봤던 여성들을 기억하며 여성이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 될 수 있도록 관련 범죄에 대한 명확한 법이 개정되고 사회구성원 모두가 힘쓰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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