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진정한 대학의 위기
[사설] 진정한 대학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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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5.24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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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의 거의 모든 대학이 위기를 맞이했다. 우리대학도 예외가 아니다. 학교 규모로 인한 재정적자는 중대한 위기 요인이다. 아울러 정원감축 압박, 2주기 대학 구조개혁 평가, 강사법 시행, 여대 선호 감소, 학점 교류협약과 K-MOOC 의 확대 등 외부환경도 비우호적이다. 위기 상황에서 대학의 교육·연구 환경은 매학기 체감될 정도로 악화 중이다. 본부는 ‘생존’이라는 노골적이면서도 마법같은 말을 통해 자신의 정책을 정당화 한다.

  그런데 소규모 학교의 한계와 불리한 대외 환경은 이미 모르는 사람이 없다. 중요한 것은 학내의 지혜를 모으고 공감대를 형성해 위기에 응전하는 것이다.지만 본부는 우왕좌왕이며 리더십도 팀워크도 소통도 보이지 않는다. 무엇보다 발전을 위한 뚜렷한 전략과 방향성이 없다. 유일하게 예측 가능한 것은 긴축이다.

  총장과 본부로부터 자주 듣는 말은 ‘이사회의 지시’이다. 본부가 이사회의 의견을 받들어 집행하는 곳인가? 학내 구성원과 함께 고민하고 최선의 전략을 찾으려는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 정책의 영향을 받는 당사자나 해당 단위와의 토론도 없다. 독단적 결정이 일방적으로 전달되고 논란이 일어나면 무시한다. 자주는 또 다른 말은 ‘OOO억 적자’이다.

  지표를 맞추기 위해 없애고 줄이는 방법을 택해 교육의 질이 급속히 나빠지고 있다. 줄일 것은 줄이더라도 내실을 다짐과 동시에 지켜야할 가치나 발전전략이 있을텐데 다른 가능성은 아예 고려되지 않는다. 2주기 대학평가에 1주기 평가 때와 다른 지표들이 포함돼 낮은 평가를 받는다면 적립금은 더 빨리 고갈될 것이다.

  작년 1주기 대학평가를 대비해 마련했던 구조조정안은 그래도 학내의 논의를 거쳤고 본부와 총장은 교수들과 수차례 대화를 가졌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중요한 일들이 일방적으로 진행되기 시작했다. 무리하게 추진했던 예술대 개편은 석연찮은 이유로 손바닥 뒤집듯 없는 것이 됐으며 교수회의에서 총장이 공언했던 인문대와 사회대의 구조조정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 알 수조차 없다.총장과 기획처의 이메일은 이미 내린 결정의 정당화로 이해되고 있을 뿐 소통과는 거리가 멀다. 교양과정 개편도 사실상 일방적으로 추진 중이다. 알려진 개편내용을 보면 누가 봐도 시간강사의 강의를 줄이려는 의도가 두드러지며 대학의 이념과 교육목표는 잘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위기 상황에서는 같은 효과를 내면서도 교육과 연구를 최대한 지켜내려는 의지와 전략, 그리고 지혜를 나누는 소통이 필요하다. 구체적인 정보와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함께 고민해 만든 정책은 고통스러울지라도 긍정적인 결과를 낳을 것이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많은 이들이 더 이상 본부를 신뢰하지 않는다. 위기를 핑계로 이사회의 지시만을 따르고 주요 정책을 이미 결정해 그저 전달하며 그마저 뒤집는 본부. 모두에게 실망을 주었던 두 차례의 발전계획 공청회. 일방적인 교육과정 개편. 누가 본부를 신뢰하고 따를 것인가? 이것이 바로 우리대학의 진정한 위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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