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 앞서가기 보다는 쫓기고 있는 당신
유행, 앞서가기 보다는 쫓기고 있는 당신
  • 덕성여대 기자
  • 승인 2004.05.10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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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행을 좇는 것과 유행을 앞서나가는 혹은 선도하는 것은 다르다. 적어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래야만 새로 나온 제품을 가장 먼저 구입하고 사용하는 ‘행위’가 의미있어지지 않겠는가?
 청바지, 운동화, 핸드폰 등 신제품 하나를 구입하기 위해 여러 달 월급을 아깝지 않게 쓴다거나, 같은 이유로 신용불량자가 된 ‘요즘 젊은이들’에 대한 얘기를 접할 때면, 다른 세대들은 물론, 같은 또래 친구들도 이해하기가 힘들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기도 한다.
 가장 눈부신 발전을 보이고 있는 핸드폰의 경우, 32화음, 64화음 등 벨소리와 몇 만 화소의 칼라 액정화면이 자고 나면 한 단계 발전된 제품이 나오더니, 이제는 벨소리, 칼라 액정화면은 당연하고 카메라폰, mp3폰 등 다양한 기능이 첨가된 신제품이 그야말로 쏟아져나오고 있다. ‘모바일’ 폰이라는 본연의 특질인 통화품질은 구입시 이미 고려대상이 아니다. ‘통화’이상의 것이 구입대상이 된 것이다.
 이전 기종과의 기술상의 차이도 뚜렷하지 않다, 게다가 가격도 훨씬 비싸며, 몇 달 아니 몇 일 후면 새로운 제품이 나와 구기종이 되고 값도 떨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싼 가격의 신제품을 가장 먼저 구입하는 것이 중요한 일이 되는 것은 ‘유행을 앞서간다’는 이미지에 대한 대가이며, 그 ‘앞선 이미지’를 소비하기 위해서이다. 이미지는 하나의 시각적인 준거점으로서 그것을 통해 우리는 삶이 진보하고 있음을 믿게 되는 것이다.
 이미지는 ‘내’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사람이 되기를 원하는지를 보여주는 한 방식이다. 어떤 상품을 구입하고 (몸에) 전시하는가는 타인과 나를 구별하는 수단임과 동시에 나를 표현하는 방식이 된다. 김어준(딴지일보)씨가 어느 글에서 언급한 것처럼, 오늘의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상품만큼 개인의 정서적, 문화적, 사회적 취향을 반영해내는 문화적 구현이 또 얼마나 더 있는가. 날로 커져가는 상품시장은 자기를 드러내는 욕구가 강한, 그러나 그들의 욕구와 이상을 드러낼 공간과 문화를 잃어버린 ‘젊은이들’에게 원하는 자아를 선택하여 조립할 수 있는 새로운 ‘레고lego’ 시리즈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의 조건들은 우리들을 압도하고 물릴 줄 모르는 허기로 가득차게 할뿐이다. 행동(소비)함으로써 자기 인생을 의미있게 만들고 싶어하지만, 결국에는 새로운 소비로 이어지는 자본주의의 기획에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다. 문화적 공간과 문화적 상상력과 감수성을 잃어버린 세대의 (물질적으로는) 풍부하지만 우울한 현실이다.
 참여participation와 열정passion과 잠재력potential power을 가진, 사회의 변화를 주도해 나갈 세대로 불리우는 P세대, 그들의 ‘진짜’ 등장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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