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지 못하는 그 여자의 속사정
결혼하지 못하는 그 여자의 속사정
  • 김민정 기자
  • 승인 2004.05.10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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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로 여성들이 많이 시청하는 드라마는 그 특성상 주인공이 여성인 경우가 많다. 따라서 그 내용 또한 때리고 부수는 남성들의 마초 세계보다는 가족간의 소소한 일상이나 연인들의 알콩달콩한 사랑이야기로 여성들의 취향에 맞추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가족간의 소소한 일상은 고부간의 갈등이나 부부사이에서의 불륜이 전부이고 사랑이야기는 가난한 여자 주인공이 로또에라도 당첨된 듯 부잣집 남자를 만나 행복해 지는 결말에 불과하다.
 이런 의미에서 요즘 방영되고 있는 MBC 드라마 <결혼하고 싶은 여자>는 새롭고 신선한 소재로 주목받을 만 하다. 특종기자 이신영과 처녀가장 순애, 그리고 이혼녀 승리 이렇게 세명의 여성의 일상과 삶을 그려낸 이 드라마는 우선 주인공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있다. 젊고 예쁜 여주인공의 언니나 이모로 등장하여 내내 히스테리만 부리던 ‘노처녀’가 드디어 주인공으로 등극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여성이라면 20세에 성인식을 치르듯 30세에는 자연스럽게 노처녀라는 이름표를 달게 된다. 특종상까지 받으며 자신의 분야에서 나름대로 인정을 받고 성공한 기자 이신영은 열심히 살다보니 어느새 이렇게 노처녀가 되어 버렸다. 병든 아버지에 심술궂은 고모식구까지 부양해야 하는 순애의 삶 역시 만만치 않다. 거기에다 재벌집에 시집간 후 맞바람 끝에 이혼한 승리까지 이렇게 드라마 속 등장인물들은 제목 <결혼하고 싶은 여자>와는 달리 남자들의 기준에서는 결혼하고 싶지 않은 여자들만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남자들이 결혼하고 싶어하는 여자란 대한민국 여성의 1%정도로 너무 뻔하고도 한정적이지 않은가? 여성 역시 별반 다르지 않겠지만 둘의 차이라면 여성의 경우는 ‘나이’가 좀 더 엄격한 기준이 된다는 것이다. 이 드라마를 보면서 기대하는 것은 ‘노처녀’라 괄시받은 신영이 보란듯이 멋진 남자를 만나 화려하게 결혼을 하는 결말은 아니다. 솔직히 그런 결말은 이젠 더 이상 여성들에게 대리만족이니 기대충족이니 하는 어설픈 감정의 호소로도 통하지 않는다. 오히려 사회가 일정한 나이가 되면 요구하는 ‘결혼’이라는 제도를 과감히 뿌리치고 그 기준에 맞추는데 급급하기보다는 혼자서 당당하게 자립할 수 있는 용기가 더 멋지지 않은가?
 사실 독신문화가 제대로 정착되지 않은 우리나라에서는 그래도 아직은 결혼하고 싶은 여자가 결혼하고 싶지 않은 여자보다 많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결혼하기 좋은 나이란 개인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 정말 그것이 헌법으로 정해져 대한민국 여성이면 누구나 지켜야 할 강제가 아닌 이상 말이다. <결혼하고 싶은 여자>의 멋진 결말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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