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칼럼] 변화와 기회주의(opportunism)
[교수칼럼] 변화와 기회주의(opportunism)
  • 김경묵 경영학과 교수
  • 승인 2016.06.07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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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 산업의 구조조정을 두고 온 나라가 시끄럽다. 엄청난 세금을 쏟아 부어야 할 것 같고, 다수의 금융기관이 부실채권으로 상당기간 동안 허리를 동여매야 할 것 같고, 헤아리기 어려운 수의 근로자들이 길거리에 나앉을 것 같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세계시장에서 1등부터 7등까지를 휩쓸었다며 어깨를 으쓱거렸던 국내 조선사들이 어쩌다가 이 지경에 이르렀을까? 한 발짝 물러서서 1955년 포춘(Fortune)이 선정한 500대 기업 중에서 오늘날까지 살아남은 기업은 70여 개에 불과하다는 사실과 늘 1등을 하던 노키아,코닥, 소니, GM 등이 나가떨어진 사실을 상기한다면 그리 놀랄 일도 아니다.우리나라 조선사들은 물론 몰락한 세계 최고의 기업들은 ‘변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변하지 못 했을까?

  조직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이러한 현상을 조직의 구조 측면과 성원 측면에서 설명한다. 조직의 운영 시스템은 한번 정해지면 변하지 않으려는 관성을 지닌다. 그 이유는 조직은 기왕의 시스템에 투자한 막대한 금액을 포기하기 어렵고, 기왕의 시스템을 정당화하는 가치를 쉽사리 던질 수 없고, 과거의 성공을 뒷받침해오던 노우-하우와 문화를 벗어던지지 못 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인간은 태생적으로 새로운 것보다는 익숙한 것에 편안함으로 느끼고, 결과와 상관없이 불확실성을 싫어하고, 관습을 버리고 새로운 행동이나 지식을 배우는 것에 대하여 부담을 느낀다. 이를테면 우물 안 개구리는 바깥세상이 좋다는 사실을 알더라도 좀처럼 우물 안을 벗어나지 않으려 한다. 설상가상으로 변화에 대해서 반대하는 자가 찬성하는 자에 비하여 더 멋있게 보인다. 이런 사정으로 인해 기성 조직은 새롭게 등장하거나 피나는 변신에 성공한 조직에게 밀려나고 만다.

  2000년 이후 우리대학을 둘러싼 환경이 크게 변하였다. 그렇다면 우리대학은 환경의 변화에 발맞추어 조직 시스템을 제대로 변화시켜 왔는가? 우리대학에서 30년 이상 근무하고 떠나던 날 학교의 지명도가 자신이 처음 올 때에 비해서 크게 떨어졌다면 한탄하던 노교수의 모습이 눈에 아른거린다. ‘환경-조직 시스템-성과’ .간의 적합성을 주장하는 조직 연구가들의 논리에 의거할 경우 우리대학의 지명도 하락은 조직 혁신의 부재(혹은 미진)와 깊게 연관돼 있다.

  우리대학의 주요 이해관계자 즉 본부 보직자, 교수, 학생, 직원, 재단, 동문, 정부 등에게 물어보면 열 중 아홉은 우리대학은 변해야 하며 자신은 변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답할 것이다. 문제는 각자가 편하게 생각하는 방식으로 변화를 생각하고 자기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바꾸고 싶어 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행동 경향은 두 가지 측면에서 설명이 가능하다. 선택적 지각 이론(selective information processing theory)에 의하면 필자를 포함한 대부분의 인간은 반복적으로 해 온 정보처리 경로에 편안함을 느낀다. 오랫동안 활용해 온 논리에 의존하는 것이 편하고, 단골 음식점에서 식사하기를 좋아하고, 늘 다니던 경로로 출퇴근한다. 그리고 거래비용 이론(transaction cost theory)에 의하면 필자를 포함한 인간들은 일반적으로 ‘자신의 이해’를 먼저 생각한다. 이런 까닭에 각자 자기에게 편한 방식으로, 그리고 자기에게 유리한 쪽으로 조직의 변화를 이끌어내려하고 만약 이것이 좌절되면 변화 자체에 대해서 저항한다.

  혹자는 조직 변화가 가지는 이러한 특성을 감안하여 조직 변화를 ‘상륙 작전’에 비유한다. 변화를 추진하는 측(공격하는 측)은 현재의 상태를 고수하려는 측(방어하는 측)에 비하여 몇 배의 힘(타당성)을 가질 때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대부분 경우 상륙 작전은 실패로 끝나고 한 번 공격에 실패하면 그 뒤 상당 기간 동안은 재시도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우리대학 본부는 긴 기간의 논의를 통하여 어렵게 확보한 교두보를 두 번이나 걷어찼다. 이제 우리대학 구성원들은 본부가 ‘구조 전환’이라 그러면 콧방귀를 뀔 것이다. 하지만 본부가 요행을 바라고 구조 전환을 다시 시도할지 누가 알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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