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 ‘프로불편러’가 불편한 사람들에게
[독자투고] ‘프로불편러’가 불편한 사람들에게
  • 구연지 (정치외교 2) 학우
  • 승인 2016.06.07 14: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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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 저만 불편한가요?’라는 말로 불편함을 드러내는 ‘프로불편러’들이 있다. 프로불편러는 모든 사안을 불편하게 바라보는 사람을 비꼬는 인터넷 신조어다. 웃자고 쓴 글에도 분위기에 안 맞게 진지한 태도를 보이고 남을 가르치듯이 댓글을 달아 딴지 아닌 딴지를 거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를 두고 커뮤니티에선 서로 “분위기 좀 맞추자”거나 “짚고 넘어갈 건 짚고 넘어가야 한다”며 아웅다웅하는 새로운 갈등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예컨대 지난 4·13 총선 당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투표를 독려하기 위해 제작한 광고 동영상이 선정성 논란에 휩싸였었던 적이 있었다. 광고엔 이런 대사들이 등장한다. “오빠, 그거 해봤어요?”, “오빠가 지금 생각하는 그거요”, “오빠랑 하고 싶기는 한데 아직 그날이 아니라서….” 이렇게 여성이 남성을 유혹하는 듯 말하다가 뜬금없이 총선 투표를 독려하는 내용의 광고다. 일부 네티즌들 사이에서 선정성 논란이 확산되자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 광고 영상을 삭제했다.

  이 광고를 보고 사람들이 느끼는 반응은 크게 두 가지였다. ‘불편’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별 것도 아닌 일에 왜 예민하게 구느냐”며 ‘불만’을 나타내는 사람들도 있었다. 여기서 불편함을 드러내는 사람은 유머를 유머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분위기를 흐리는 사람으로 취급받았다.

  프로불편러는 스스로를 올바르지 않은 발언이나 행동, 약자가 느끼는 차별과 억압, 불합리한 사회 통념 등에 예민하게 반응하며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으로 정의한다. 하지만 이러한 프로불편러를 불편해하는 사람 또한 만만치 않다. 불편하다는 입장을 강요하고 문제의식을 갖지 않는 사람들을 무시하며 한 수 가르치려는 태도에서 불편함을 느끼는 것이다.

  하지만 프로불편러도 즐거워서 시비를 걸까. 그들의 진지함과 예민함이 피곤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자유이지만 어느 누구도 누군가가 진지하고 예민하다고 해서 비난할 자격은 없다. 프로불편러라 불리는 사람도 자신이 그런 말을 함으로써 타인에게 조롱받고 규탄받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들이 굳이 문제점을 지적하고 목소리를 내는 것은 자신이 불편함을 드러냄으로써 조금의 변화라도 가져왔으면 하는 바람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 잘못됐다고 느끼는 일들에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침묵한다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잘못을 지적해야 부조리한 세상이 바뀐다. 무작정 그들의 불편함이 불편하다고 비난할 것이 아니라 우리가 인지하지 못했던 무의식 속의 행동과 발언이 누군가를 불편하게 하진 않았을지 고민해보는 태도가 필요하다. 어떤 사소한 잘못이라도 잘못됐다고 지적함으로써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프로불편러를 매사에 진지하고 모나게 구는 사람이 아니라 사회의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는 사람으로 생각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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