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대학생들은 대자보를 통해 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현대사회의 대학생들은 SNS상의 새로운 익 명 대자보, 대나무숲을 이용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전보다 다양한 주제에 대해 서로 의견을 나누는 대학생들. 그렇다면 대학생들은 대나무숲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대학생 문세린(여. 21)과 박서영(여. 22)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세린 : 페이스북을 이용하다가 타임라인에 있는 것을 가끔 본다. 딱히 내가 관심을 가질 만한 글이 올라오지 않아서 찾아보진 않는다.
서영 : 제보해본 적도 있고 다른 사람이 제보한 글에 댓글을 달아본 적도 있다. 대학 구성원들에게 궁금한 점에 대해 질문하고 경험을 공유하기 위해 이용했다.
본인의 대학 대나무숲엔 주로 어떤 글들이 올라 오나
세린 : 분실한 물건을 찾는 글, 남자친구 있냐고 묻는 글이 가장 많이 올라온다.
서영 : 학교생활에 관한 질문이나 친구 저격 글 같은 가벼운 글들도 올라오고 대학 문화에 대한 문제 제기 글 같이 심도 있는 글도 꽤 올라온다.
최근 대나무숲에서 본 글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글이 있다면 말해 달라
세린 : 직접 보진 못했지만 우리대학에서 최근 큰 논란이 된 대나무숲 글이 있다. 대나무숲을 통해 한 학과의 여자총학생회의 위계문화가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이 문제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었다.
대나무숲이 대학가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나
세린 : 처음엔 말하기 어려운 이야기들을 대신 전해주는 단순한 전달자 역할로 시작했다. 그러나 지금은 대학사회의 문제부터 사회 전반에 대한 논의까지 이뤄지면서 그 영향력과 파급력이 상당한 공론의 장 역할을 하고 있다.
서영 : 이용하는 구성원들이 같은 학교 재학생으로 한정돼 있는 인터넷 커뮤니티 같다. 그리고 때로는 시간, 장소 제약 없이 참여할 수 있는 온라인 토론장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대나무숲의 현재 역할에 만족하나
세린 : 공개적인 장소와 달리 대나무숲을 이용하게 되면 발언 후에 따라올 부담이나 불이익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기 때문에 더 적극적인 의견 표출이 가능하다는 점은 좋다. 그러나 개인의 생각이 익명으로 전해지다 보니 문제가 생길 수 있는 것 같다. 또한 운영자가 자의적인 판단으로 글을 선택해 게시하고 있는데 대나무숲이 대학사회에서 무시할 수 없는 영향력을 갖고 있는 만큼 좀 더 객관적인 판단 기준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서영 : 개인적으로 만족한다. 현실에서 내 이야기를 털어놓을 곳이 없는 사람들에게 대나무숲은 좋은 공간이다.
대나무숲의 익명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세린 : 앞서 말했듯 대나무숲에서 발생하는 문제의 원인이 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익명 제보 를 받다 보니 사실 확인에 한계가 있어서 루머 생성과 그로 인해 피해를 받는 사람들이 생기는 듯 하다.
서영 : 어떤 제보 글에 대해서 문제 제기가 들어 오거나 문제 상황이 발생했을 때 그 문제를 책임질 주체가 없다는게 아쉽다. 하지만 익명성이 대나무숲을 유지하는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이 때문에 대나무숲에 올릴 글과 올리지 말아야 할 글을 가려내는 관리자의 역량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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