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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나를 엄마 주머니에서 꺼내줄까
캥거루족에서 신캥거루족까지… 청춘의 슬픈 초상
2016년 06월 07일 (화) 16:56:01 최한나 기자 hanna951108@duksung.ac.kr

  갓 태어난 캥거루 새끼는 몸길이가 겨우 2.5cm 정도로 눈을 뜨기는커녕 아직 뒷다리도 나지 않은 상태이다. 이들은 이런 몸으로 엄마 캥거루의 주머니에 들어가 그 속에서 스스로 독립할 수 있을 때까지 지낸다. 사람들은 이러한 캥거루의 특성에 빗대 아직 부모에게서 독립하지 못한 우리 사회 청년들을 캥거루족이라고 칭한다. 그렇다면 무엇이 우리를 엄마의 주머니에서 나오지 못하도록 했을까.



  대학생과 독립
  너무나도 먼 사이
  “나 부모한테서 독립했다.” 과거에는 꽤 당연하고 자연스레 여겨지던 말이다. 그러나 오늘날의 청년들에게 ‘독립’이란 과분하고 대단한 일이 됐다. 아르바이트 전문 포털 알바몬이 대학생 1,14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68.7%가 “나는 아직 어른이 아니다”고 답했다. 스스로 어른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이들의 49.5%는 ‘아직도 부모님의 지원과 보호속에 살고 있어서’를 그 이유로 들었다.

  이들이 부모에게서 벗어나지 못한 까닭은 주로 경제적 이유 때문이다. 대학생 양세영(여. 21) 씨(이하 양 씨)는 “학자금 대출을 받고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최대한 등록금과 생활비를 스스로 해결하려 하지만 교통비나 학자금 대출의 이자는 부모님이 부담해주신다”며 “주변에 부모와 완전히 독립한 친구들은 거의 없으며 나 정도가 그나마 독립적인 편”이라고 말했다. 2014년 대학내일 20대 연구소에서 남녀 대학생 4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주거비용과 등록금 등을 제외한 대학생들의 순수 평균 생활비는 33만 4천 원이다. 부모와 떨어져 사는 경우에는 주거비용까지 필요하다. 월 주거비용을 최소 20만 원이라고 잡더라도 부모와 독립해서 사는 대학생들은 매월 50만원이 넘는 지출이 드는 것이다. 이에 더해 한 학기 등록금이 3백만 원이 훌쩍 넘는 것을 고려한다면 대학생에게 완전한 경제적 독립이란 어찌 보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양 씨는 “학업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대학생이 비싼 등록금과 생활비를 스스로 다 벌기는 어려운 현실”이라고 전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서 조사한 국내 캥거루족 현황이다. 자료에 따르면 대졸자 1만 7376명 중 캥거루족은 51.1%이며 그중에서 정규직 취업자는 47.6%정도이다

  취업 후에도
  경제적인 도움, 필연적?
  이는 단지 대학생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모습이 대학을 졸업한 후의 청년들에게서도 나타난다는 것이다. ‘캥거루족’이란 학교를 졸업해 자립할 나이가 됐는데도 취직하지 않거나, 취직해도 부모에 품을 벗어나지 못한 20-30대의 젊은이들을 말한다. 이외에도 ‘찰러리맨(Child+Salaryman)’이나 ‘빨대족’ 등 여러 신조어가 생겨났다. 요즘에는 결혼한 후에도 부모와 독립하지 않는 ‘신캥거루족’도 증가하는 추세이다.

  취업준비생 강귀빈(남. 26) 씨(이하 강 씨)는 “나를 포함해 주변에 온전히 부모에게서 독립했다고 보이는 또래는 많지 않다”며 “아직 근본적인 의식주를 스스로의 능력으로 온전히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취업 포털 잡코리아가 성인 남녀 3,574명을 대상으로 ‘캥거루족에 대한 인식과 현황’에 대해 조사한 결과 20대의 43.7%, 30대의 33.7%, 40대 이상 18.0%가 자신이 캥거루족이라고 답했다. 특히 주목할 것은 20대 기혼자 중에는 25.8%가, 30대 기혼자 중에는 20.4%이나 캥거루족이라 응답한 것이다. 스스로를 캥거루족이라고 답한 응답자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도 ‘주거비용이나 용돈 등 부모님께 경제적 지원을 받고 있기 때문(경제적으로 독립하지 못했다)’이라는 답변이 68.2%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캥거루족이란 대학 졸업 후에도 취직을 못해 혹은 월급이 적어 부모님에게 얹혀사는 청년을 말한다. 요즘에는 빨대족, 자라족, 연어족 등 독립을 못하는 사람들을 칭하는 신조어도 생겨나고 있다.

  청년들이 독립하지
  못하게 하는 사회
  그렇다면 이들은 왜 대학을 졸업한 후에도, 취업한 후에도, 심지어는 결혼한 후에도 부모로부터 독립하지 못하는 것일까. 잡코리아 설문조사에 따르면(중복응답 가능) ‘집값 부담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69.1%)’과 ‘생활비가 부담스럽기 때문(64.7%)’이 독립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로 꼽혔다.

  강 씨는 “과거에는 산업화로 인해 일자리 창출이 많아지면서 20대 초반에 경제력을 갖추는 것이 가능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현재의 경우 경제성장은 둔화하고 취업이 어려워지면서 청년들이 자신의 경쟁력을 향상하기 위해 더 큰 비용과 많은 시간을 투자하게 됐다”며 “그러다보니 현실적으로 독립이 어려워지고 어쩔 수 없이 부모에게 의존하는 시간이 길어진다”이라고 밝혔다. 우리대학 김종길(사회) 교수(이하 김 교수)는 “독립하기 위해서는 취업을 해야 하는데 현재 취업시장이 상당히 막혀 있는 현실이다”며 “취업을 한 후에도 높은 주거비용이나 전세난 등이 독립을 어렵게 한다”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취업이나 결혼을 하고도 부모에게서 얹혀사는 신캥거루족 역시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청년들이 독립하지 못하는 이유를 다른 측면으로 볼 수도 있다. 양 씨는 “교육정책의 특성상 우리가 스스로 자립성을 키우기는 어렵다”며 “많은 청춘들이 학창시절에 앉아서 공부만 하다가 갑자기 독립을 하게 돼 부담을 느끼는 것도 하나의 이유인 것 같다”고 전했다. 또한 김 교수는 “최근 가족문화가 바뀌면서 부모가 자녀를 한두 명 정도만 두다 보니 자녀에 대한 애착이 더 커지게 되고 자녀를 더 종속하게 됐다”며 “결혼을 하지 않으려는 사회 분위기나 자녀들이 독립에 대한 자신감이 부족한 것도 그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독립하지 못하는 청년들이 증가하면서 어쩔 수 없이 부모 세대가 이들의 경제력을 책임지게 된다. 김 교수는 “독립을 하지 않는 청년들이 많아지면서 부모의 경제적인 부담까지 증가하게 됐다”며 “장기적으로 볼 때 이는 곧 부모의 노후 준비까지 어렵게 한다”고 말했다. 당장 자녀의 생활이 중요하다 보니 노후 준비는 뒷전으로 밀리게 되는 것이다. 이에 더해 정년 전에 희망퇴직이나 명예퇴직을 당하는 부모 세대가 많아지면서 이들의 허리는 점점 더 휘어만 간다. 어쩌면 청년들을 독립하지 못하게 하는 사회는 비단 청년들만의 아픔이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누가 청년 캥거루들을 엄마 주머니에서 꺼내줄 것인가. 누가 주머니 속 청년들로 인해 휘어져 가는 부모 캥거루의 허리를 펴줄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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