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칼럼]‘이화여대 사태’와 우리나라 대학의 현실
[교수칼럼]‘이화여대 사태’와 우리나라 대학의 현실
  • 윤정분 사학과 교수
  • 승인 2016.08.31 09: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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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이화여대에서는 이른바 ‘미래라이프대학’ 설립을 둘러싸고 이를 반대하는 학생들의 본관 점거농성이 한 달 가까이 지속되고 있다. 최근 대학가에서는 보기 드문 ‘본관 점거’라는 집단행동은 해당 대학에서도 초유의 사태라는 점에서 사회적으로 적지 않은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대학 당국이 교육부의 재정지원사업인 ‘미래라이프대학’ 설립을 일방적으로 강행하자 이를 반대하는 재학생들이 본관을 점거하면서 시작됐고 급기야는 졸업생들까지 가세하면서 시위가 더욱 확대됐다고 한다. 이렇듯 사태가 아직도 해결의 실마리를 보이지 않는 데에는 대학 당국이 구성원과의 충분한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사업을 강행함으로써 원인 제공을 했을 뿐만 아니라 사태를 수습하기는커녕 경찰까지 동원함으로써 사태를 더욱 악화시킨 데 원인이 있다. 당초 학생들이 이를 반대하는 데에는 직장인을 대상으로 하는 ‘미래라이프대학’ 설립 추진이 결과적으로 입시지옥을 뚫고 입학한 재학생과 졸업생의 명예를 실추하고 학력을 저하할 것이라는 우려가 농성참가 확대의 한 가지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전해진다.

  그렇다면 해당 대학의 당국은 어떤 이유에서 굳이 ‘미래라이프대학’을 설립하려고 했는지에 대해 그 당위성과 목적을 사전에 제시하고 구성원의 충분한 이해와 협조를 이끌어냈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사태가 이 지경까지 이른 데에는 구성원을 설득하고 협조를 이끌어내는 데 실패했음을 반증하는 것이라 하겠다.

  결국 이 사태의 근본 원인은 ‘미래라이프대학’의 설립취지나 대학의 사회적 기능과 향후 교육방향에 대한 근본적 물음이나 견해 차이에 있다기보다는 오히려 시장원리를 무차별적으로 강요하며 대학을 통제하려는 행정당국 (교육부)의 방침, 특히 학령인구 감소를 빌미로 ‘재정지원사업’을 통해 대학을 통제하려는 태도에 있다. 여기에 더해 해당 대학 당국은 우리나라 대부분의 대학에서 보는 바와 같이, 교육부의 재정지원사업(30억 원)이라는 당근에 급급한 나머지 충분한 의견 수렴의 과정을 생략한 채 이를 강행해 불행한 사태를 초래했다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이 사태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대학 당국은 농성하는 학생들을 끝까지 설득하기보다는 경찰력을 동원해 이를 강제 해산 하려했다.

  대학 당국이 이러한 비교육적 행태를 보인 점은 그 이유를 불문하고 놀랍다 못해 경악할 지경이다. 결국 사태가 악화되자 급기야 해당 대학 총장은 학생들에게 공개적으로 머리를 숙여 때늦은 사과를 하는 동시에 ‘미래라이프대학’ 설립 계획을 자진 철회했다. 결국 대학 당국이 당초 ‘미래라이프대학’을 설립하려던 취지와 교육 방침을 스스로 부정하는 꼴이 됐다. 이뿐만 아니라 ‘감금’된 몇 명의 교수를 ‘구출’한다는 것을 이유로 1,600명이나 되는 경찰력을 교정 안으로까지 진입하게 한 것은 언필칭 명문대학이라고 자부하고 있는 대학 스스로가 자율적으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무능함을 온 세상에 드러내고 우리나라 대학의 위상과 자율성에 씻지 못 할 오점을 남겼다.

  이러한 우리나라 대학의 모습이 비단 이화여대에만 국한되는 것일까? 필자는 이번 ‘이화여대 사태’가 최근 우리나라 대학이 처해 있는 참담한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라고 본다. 언제든 어느 대학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최근 우리대학의 경우에도 이른바 ‘평가지표’ 제고를 명분으로 목전의 목표 달성에만 급급한 모습을 보인다. 대학이 추구해야 할 장기적 발전방향과 대학의 시대적 사명을 함께 모색하고 소통하기보다는 일방적이고도 임기응변식의 행정으로 일관함으로써 구성원들에게 적지 않은 불만을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이로써 우리대학의 미래를 함께 고민해야 할 구성원들의 협조를 이끌어내기보다는 학과와 교수들 간의 무한 경쟁을 강요해 대학 본연의 모습을 상실하고 있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현재 우리나라의 대학이 과연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이러한 반문과 성찰이 단지 필자만의 생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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