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말이 있다. 인구수가 73억 명에 육박하는 지구에서 하필이면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 태어나 지금 이 순간 같은 하늘에서 숨 쉬고 있는 것 자체가 어찌 보면 진귀한 일이다. 이동이나 이직이 잦은 유동성 있는 현대사회에서는 더더욱 다양하고 많은 사람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오프라인이 아닌 온라인을 통해서도 만남이 쉽게 이루어진다. 그러한 현대사회의 속성 때문인지 인간관계를 가벼이 여기거나 쉽게 생각하고 심지어는 개인의 출세를 위해 인간관계를 포기하고 나 홀로 생활에 심취해 있는 사람도 많다. 상대 평가를 기반으로 한 경쟁사회에서 남들보다 앞서나가기 위해 잠시 인간관계를 뒤로 미뤄둘 순 있지만 우리는 잠시 숨을 돌리고 주변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 시기, 이 순간에만 만날 수 있는 소중한 사람을 우리가 놓치고 있진 않은가, 영혼을 나누고 마음을 나누는 소울메이트와 같은 인생의 동반자일 수도 있을 사람을 우리가 놓치고 있진 않은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나는 이번 여름방학 동안 어학원을 다녔다. 그곳은 오로지 ‘나’의 목표를 위해 다른 사람들은 신경 쓸 겨를도 없이 단기간에 성적을 내기 위해 공부하는 환경이었다. 수많은 강사 중 본인이 마음에 드는 강사를 수강생이 자유롭게 선택해 듣는 시스템이었다. 강사의 강의를 미리 들어볼 수도 있었으며 강의를 들어보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환불하거나 반을 쉽게 옮길 수 있었다. 뜻밖에 나는 이곳에서 ‘나’도 아니고 다른 수강생들도 아닌 ‘강사님’들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두 달간 동일한 강사님들의 수업을 들었다. 두 달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나를 포함한 수강생들은 헤어짐을 아쉬워하고 강사님들과 유대관계를 갖고 싶어 했다. 반면 강사들은 잦은 만남과 이별로 인해 반가움과 아쉬움의 감정이 마모된 것 같았다. 이러한 그들의 무감정하고 비인간적인 모습을 보며 한편으론 ‘나’를 포함한 ‘우리’의 모습이 떠오르기도 했다. 우리 또한 소중한 인연을 놓치고 있진 않은가.
저작권자 © 덕성여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